2004년 05월 통권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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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림 읽어 주세요!]
알록달록 종이 공예의 세계

김혜신 | 2004년 05월

하루라도 종이를 상대하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까? 아침 신문을 시작으로 신문 속 가득한 광고 전단지며 각종 크기와 색깔의 종이들이 말 그대로 범람을 한다. 게다가 컴퓨터 보급과 인쇄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정에서도 인쇄기를 소장하고 있어 A4 크기의 흰색 프린트 용지는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편안히 자리잡고 있는 종이는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발명품인 셈이다.

필자는 그림 그리는 이로서 다른 무엇보다 종이 욕심은 많이 갖고 있는 편이다. 화방에를 자주 출입하는데, 화방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알록달록 눈부신 화지들은 나를 늘 설레게 한다. 종이의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은은한 색 한지부터, 도톰한 머메이드 지, 단면 색상지, 양면 색상지, 갱지, 도화지, 색 도화지, 누런 갱지, 화선지, 색종이, 골판지, 포장지, 심지어 생화나 나뭇잎이 박힌 한지까지 어찌나 크기와 모양, 두께와 그 느낌이 다양한지 눈을 떼지 못한다. 또한 염색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색상의 다양성은 더욱 종이에 대한 욕심을 부추긴다.

미술의 기본 제재가 됨직한 것 중 단연 최고는 종이이다. 이 종이를 이용한 평면 표현 활동으로 가장 흔한 것이 ‘회화’ 일 것이다. 즉 그림 그리기인데, 각종 채색 용품으로 점, 선, 면, 형을 표현하는 영역인 그림을 통해 우리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종이! 종이의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미술 표현 활동 중 어린이들이 흥미있어 하는 몇 가지가 있으니 바로 색종이 접기, 종이로 꾸미기와 만들기, 그리기 등의 활동들이다. 서점 미술 코너에 가 보면 ‘색종이 접기’ 서적이 꼭 쌓여 있게 마련인데, 단순한 색종이 접기부터 종이 접기를 응용한 책 만들기, 그리고 독특한 팝업 북 만들기 등을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종이의 신비를 더욱 짜릿하게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릴 적, 누런 공책 쭉 찢어 종이 배를 만들어 세수 대야의 물 위에 띄우고, 또 한 장은 비행기를 접어 하늘을 향해 날렸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내 개인적으로는 최초의 그럴 듯한 종이 접기 작품이었을 터인데, 점차 색종이로 저고리와 바지, 그리고 공을 접다가 그 후 중학생이 되어서는 학과 학알이라는 것을 접으며 생활한 듯싶다.

종이라는 재료가 구하기 쉬운 만큼, 종이 접기는 널리 보급된 미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유아 및 초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종이 접기 서적이 발간되고, 또한 관련 협회에서 ‘급수’를 내어 주면서 더욱 그 수요를 가중시키며 확산의 양상을 보이는 추세이다. 종이 접기는 도형, 순서에 대한 개념은 물론 관찰력과 심미감을 길러 주는 좋은 활동이라는 의견도 있고, 자칫 있는 그대로의 순서에 따라 접어 가는 종이 접기는 아동의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이라는 평가 등, 미술 교육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필자는 각 어린이의 취향과 감성에 적합한지, 재미를 느끼고 흥미있어 하는 소재의 내용인지를 판단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는 종이 접기는 그 활동 자체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며 이는 분명 교육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어린이의 감성과 능력에 대한 사려깊은 이해, 그리고 얼마나 재미를 느낄 만한 주제이냐이다.

『귀여운 곤충 종이접기 50』 표지와 본문

서점에 나가서 보니 정말 수없이 많은 종이 접기 관련 책이 있었다. 여러 주제이면서 단계별로 접기 과정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른인 내가 봐도 ‘과연 접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높은 난이도의 책도 눈에 띄었다. 이것은 별도의 시범 없이는 접을 수 없을 듯이 보인다. 이러한 책 가운데 하나의 주제로 여러 종이 접기 방법을 선보인 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귀여운 곤충 종이접기 50』이다.

이 책의 특징은 색종이 한 장으로 접는 단순한 곤충부터 여러 장의 색종이로 접는 다양한 곤충 종이 접기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을 따라 잠자리, 사슴벌레, 메뚜기, 풍뎅이, 나비, 애벌레, 노린재 등 다양한 곤충들을 하나하나 접다 보면 어느새 방안을 숲으로 만들 수도 있다. 첫 부분에서는 기본 기호와 약속을 안내하고 뒤에서는 다양한 곤충 접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나비’라는 한 가지 소재로 열 가지의 접기 방법을 소개하는 점도 특이하다.

종이 접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으로는 곤충에 관한 사진 자료가 풍부한 과학 서적이나 백과 사전을 한 권 더 준비하여 종기 접기와 더불어 곤충의 명칭과 특징들을 익혀 가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리라 생각된다.



‘이야기·접기 전래동화’ 시리즈는 이야기에 나오는 사물들을 맞춤 색종이로 직접 접어 보도록 제작되어 있다. 『콩쥐 팥쥐』 『도깨비 감투』 『연오랑 세오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전래 동화를 읽으며 종이 접기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민화 풍의 그림, 벽화 풍의 그림, 흙으로 빚은 조소 작품 사진 등 각 권이 다른 형식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는 점도 이색적이다. 이 가운데 첫째 책인 『콩쥐 팥쥐』를 살펴 보자.

『콩쥐 팥쥐』 표지와 본문

『도깨비 감투』 표지와 본문

이야기의 오른쪽 날개를 열어 보면, 종이 접기 부분이 나타난다. 이 부분에서는 이야기 속에 나왔던 소재의 접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책 안에 부록으로 들어 있는 색종이를 꺼내어 제시된 방법대로 직접 재미있게 종이 접기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종이 접기 활동과 더불어 종이 접기 안내 면에는 역할 분담 놀이, 종이 접기한 결과물을 통해 과학 학습에 응용할 만한 가이드가 되는 팁(생각 쑥쑥, 탐구 쑥쑥, 재미 쑥쑥)도 들어 있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과 종이 접기 활동의 적절한 조화를 ‘놀이’ 식으로 배치하고 있다.



『메이킹 북』이라는 책은 종이 접기에서 발전한 ‘입체 책―팝업 북’을 만드는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는 서적이다. 이 책의 저자인 폴 존슨(Paul Johnson)은 어린이 교육을 위한 북 아트 프로젝트 후원 단체인 굴벤키안 재단의 이사로 활동 중이기도 한 종이 예술가이자 영국의 한 예술 전문 대학 교수이다. 이 독특한 책은 어린이 스스로 한 권의 책을 구상하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일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동시에, 교사나 부모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도움을 준다.

우선 이 책은 단 한 장의 종이를 자르고 오리고 접는 행위만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한다. 쓱쓱 자르고 척척 접고 나면 오똑한 코에 오물거리는 입이 생기면서 얼굴 책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성격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무대 책이 되기도 하며, 빙글빙글 돌아가며 어린 시절의 꿈을 불러일으키는 회전 목마 책도 만들 수 있다. 15년 간 책을 만들어 온 작가의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이 여러 방법들을 따라하다 보면 어린이들은 커다란 기쁨을 누리리라.

『메이킹 북』 표지와 본문

필자가 외국인이라 예시작은 모두 외국 어린이들의 그림과 글로 되어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인공을 정하고, 이야기의 줄거리도 짜 나가면서 나름대로 나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가는 사이, 예시작보다도 더욱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도 나올 수 있으니 크게 낯설어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책 만들기를 놀이처럼 해 가는 사이 글 쓰기 훈련 기회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는 종이 공예 서적이라고 평가된다.

특별하고도 소중한 달 5월을 맞아 다양한 종이 공예에 관한 서적을 소개해 보았다. 컴퓨터 게임과 TV에 빠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종이의 매력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종이 공예책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해 주시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펼쳐 놓은 채 머리를 맞대고 웃고 떠들면서 부모가 함께 접고 구부리고 오리고 붙여 보자. 동질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종이’만큼 소박하면서도 질긴, 진정한 가족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5월이 되리라.
김혜신 /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한 초등 학교 교사로, 월간 『우리교육』에 초등 학교 미술 과목 수업 활동에 관한 글들을 자주 기고합니다. ‘현대미학 탐구회’와 ‘한국미술교육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서양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초등미술 전자 교과서’(http://misulbook.nayou.com)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