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통권 제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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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논리적 사고와 분별력 기르기

김보경 | 2004년 12월

“뿡뿡이가 좋아요~ 왜~? 그냥 그냥~~”

오늘도 민규는 뿡뿡이 노래를 부릅니다. 아마도 뿡뿡이는 이제 네 살배기인 민규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최고 인기가 있는 캐릭터인가 봅니다. 퍼즐에도 뿡뿡이 얼굴이 있고, 뿡뿡이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도 보러 가니, 민규에게도 뿡뿡이가 무척 친근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입 수험생들을 위한 논술과 면접 월간지 만드는 일을 하는 민규 고모는 뿡뿡이 노래를 듣고 또 직업병이 도집니다. 저렇게 뿡뿡이가 좋은 이유가 뭐냐고 물을 때, ‘그냥’이라고 대답하기보다는 ‘예쁘니까.’ 또는 ‘착해서요.’와 같이 이유를 대답하면 좋을 텐데……. 어떤 주장이나 의견을 말할 때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는 습관을 통해 논리적 사고가 길러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고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요나 책을 통해 논리력을 기르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행히도 그에 맞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민규가 보는 책 『왜 시무룩하니?』에서는 생쥐가 시무룩해 보이는 토끼 브라운을 찾아와, 날씨도 화창한데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브라운은 자기도 다른 토끼들과 같이 뛰어놀고 싶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다른 토끼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생쥐는 브라운에게 가족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브라운은 생쥐의 말대로 가족을 찾아 나서서 우여곡절 끝에 나중엔 멋진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민규는 이 책을 읽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겠지요.

하지만 고모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민규에게 묻습니다. “왜 브라운이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생쥐는 브라운에게 왜 가족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까, 왜……. ”

“왜?”라고 묻는 건 사실 민규가 더 즐기는 말입니다. 며칠 전에 민규와 고모가 나눈 대화를 옮겨 보겠습니다.

민규 : 고모~
(사탕을 가리키며) 이거 먹어도 돼요?
고모 : 민규야, 지금은 밤이니까 먹지 말렴.
민규 : 왜 밤이니까 먹지 말아야 돼요?
고모 : 지금 사탕을 먹으면 밤새 세균 도깨비들이 나와서 민규 이를 썩게 할 거야. 그러니까 내일 낮에 먹자.
민규 : 왜 세균 도깨비들이 민규 이를 썩게 만들어요?

사실 주위에 결혼한 친구나 언니들 얘기를 들어 보면, 이렇게 아이가 사사건건 “왜?”라고 물어 볼 때, 대답할 말도 잘 생각나지 않고 귀찮아서 대충 대답하거나 “그냥 그런 게 있어”라고 대답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얼마나 잘 대답하고 설명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논리적 사고력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민규의 질문에 민규가 아는 배경 지식 범위에서 쉬운 단어로 대답하려 노력합니다. 민규 덕분에 아직 시집도 안 간 고모가 미리 육아 실습을 톡톡히 하고 있지요.

『아줌마가 우리 엄마예요?』 표지와 본문

얼마 전에 민규랑 함께 본 『아줌마가 우리 엄마예요?』는 분별력을 기르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강아지 뽀띠가 나옵니다. 뽀띠는 염소 아줌마가 자기의 엄마인 줄 알았다가 염소 아줌마의 손 모양이 자기와 닮지 않은 것을 보고, 염소 아줌마와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그 후에도 당나귀 아줌마, 얼룩소 아줌마, 돼지 아줌마, 암탉 아줌마를 만나지만 각각 뽀띠와 귀, 노랫소리, 꼬리, 몸집이 닮지 않아 엄마가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뽀띠는 결국 모두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찾게 되지요.

그림을 보면서 고모는 민규에게 묻습니다.
“얼룩소 아줌마와 뽀띠는 뭐가 다르지?”
“얼룩소 아줌마는 ‘음메’ 하는데 뽀띠는 ‘멍멍’ 해요.”
“그럼 둘 다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응, 다 소리를 내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면서 민규는 분별력과 판단력을 기릅니다. 그런 사고는 나아가 ‘햇님과 달님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엄마와 아빠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민규랑 사촌누나 소은이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는 습관으로 확대됩니다. 이처럼 ‘같음’과 ‘다름’을 생각하게 되면서, 민규는 점차 왜 민규는 서서 쉬를 하고 소은이는 앉아서 쉬를 하는지 알게 되겠지요. 또한, 왜 아침은 밝고 환한데 밤은 어둡고 깜깜할까 궁금증도 가져볼 테구요.

『반쪽이』 표지와 본문

하지만 단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도 나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겠지요. 『반쪽이』에는 태어날 때부터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과 다리도 하나인 반쪽이가 나옵니다. 반쪽이는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형들에게 따돌림을 받지만, 대신 힘이 세서 나무를 뽑아 어머니께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드리고 무서운 호랑이들도 모두 물리쳐 버립니다. 또한, 지혜롭고 심성도 착해서 예쁜 색시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반쪽이는 민규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지만, 민규와 똑같은 귀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민규는 알게 됩니다. 또한, 반쪽이는 외모는 이상하지만 남들보다 용감하고 마음씨가 고와서 누구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분별력은 나중에 민규가 커서 논술 시험을 볼 때만이 아니라, ‘나’와 ‘남’의 차이를 인정하고 남을 귀하게 대할 줄 아는 태도를 기르게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북』 표지와 본문

『게임북』 시리즈는 아주 재미있게 추리력, 관찰력을 기를 수 있게 꾸며져 있어 고모와 함께 민규가 수시로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각각 털 색깔과 꼬리 색깔, 수염 모양이 다른 열 마리의 고양이들 중에서 ‘꼬리 끝이 검고 수염이 짧은’ 고양이를 찾는 그림, 고깔모자 아이가 미로를 통해 집으로 가는 과정을 맞춰 보는 그림, 처음에 다섯 개씩 나눠 준 도너츠가 아이들의 접시에 각각 네 개, 하나, 또는 세 개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몇 개씩 먹었는지 추측해 보는 그림 등, 그림 하나 하나가 집중력을 가지고 오래 생각해야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민규가 다섯 살, 여섯 살이 되어서도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민규가 틈틈이 고모에게 읽어 달라고 할 것 같네요.

민규 고모는 아직 미혼이지만, 민규 덕분에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꽤 수월하게 기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이런 기회를 준 큰오빠 내외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고모는 조만간에 이사를 가게 되어서 이제 민규와 헤어져 살게 된답니다. 민규와 떨어져 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섭섭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같이 사는 동안 민규에게 책도 많이 읽어 주고 이사한 다음에도 자주 와서 민규랑 놀아 줄 생각이랍니다.

오늘은 민규가 무슨 책을 읽어 달라고 가져올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허걱! 민규가 영어로 쓰인 동화책을 들고 오네요! 평소에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나마 내용을 아는 한국 동화를 쉬운 영어로 번역한 책은 잘 읽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책 없나요? 하하하…….
김보경 / 국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주)대성톱클래스에서 수험생들이 보는 논술과 면접 월간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을 통해 많은 지식도 쌓고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없어서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몰랐는데, 민규 덕분에 아이들의 세계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애지중지 민규를 키우는 큰오빠 내외를 보면서 새삼 부모님의 깊은 사랑도 느끼게 되었구요. 나중에 결혼하면 민규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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