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2월 통권 제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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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알아가기]
돈과 행복이 만드는 그래프

곽혜정 | 2005년 02월

요즘 아이들은 돈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참 많아요. 이번 겨울 방학 과제를 잘해 오면 문화 상품권을 많이 주겠노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지금 숙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방학인데 어떻게 아느냐고요? 바로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개인 미니 홈피 ‘싸이월드’(cyworld)란 걸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지금 숙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문화 혜택을 누리기 힘든 시골에서 아이들은 문화 상품권을 ‘미끼’로 삼은 숙제에 평소 같으면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싸이월드에서 미니 홈피를 꾸미려면 배경 그림, 배경 음악 등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단 말이죠. 물론 거기에서는 ‘돈’ 대신 ‘도토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돈’입니다. 싸이월드에서 팔려고 내 놓은 배경 그림은 아이들을 자꾸 유혹하는데, 아이들에겐 그것들을 살 만한 돈은 없고 해서 찾아 낸 것이 바로 문화 상품권입니다. 싸이월드에서는 문화 상품권을 돈으로 쳐 준다는 것을 알아 낸 거죠. 처음에는 숙제에 흥미를 보이는 녀석들이 기특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돈을 위해 숙제하는 아이들 ― 이것이 지금 우리 곁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한 모습입니다.

돈과 관련된 아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게임에서 무기를 사기 위해 아이들은 캐쉬를 합니다. 바로 돈을 주고 무기를 산다는 말이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어떤 아이가 생일 잔치를 하는데 몇백만 원을 썼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런 일들에 아이들을 탓하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거울입니다. 돈이라는 게 어떻게 생겨난 것이고 돈이 왜 중요한지,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고 올바르게 쓰는 방법은 또 무엇인지…… 한 번도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그저 손에 쥐어 주기만 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작정 돈을 좋아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에게까지 자본의 손을 내밀어 유혹하려는 사회 구조의 문제도 짚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종 게임과 인터넷 사이트 ― 이것들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유통시키고 있는 어른들과 그 유통을 막지 못하는 사회 구조도 아이들의 무분별한 돈 낭비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 중에서도 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쓴 아이들이 있는데요, 바로 키라와 예담이입니다. 이제부터 키라와 예담이를 통해서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표지

경제 교육의 본보기가 되는 도서라고 매스컴에서 한참을 떠들썩하게 떠들어 대서 키라와 예담이에 관한 책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와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는 이 아이들이 어떻게 돈을 마음대로 부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 키라와 예담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도 다른 이들처럼 어린 게 벌써부터 돈 타령을 한다고 좋지 않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무조건 비판만 할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키라와 예담이가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알아 봐야겠죠? 둘 다 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난이라는 것이지요. 키라의 집은 부모님이 빚에 시달려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상황이었고, 예담이네 집은 아빠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기에 엄마가 가장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키라는 부모님에게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예담이는 가계부를 쓰면서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관심을 쏟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키라와 예담이에게는 돈의 세상과 만나게 해 준 매개체들이 있었습니다. 키라에게는 ‘머니’라는 개가, 예담이에게는 ‘분홍토끼’라는 인형이 있었지요. 물론 키라와 예담이는 이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부터 돈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돈을 모을 필요성에 대한 관심은 가정 환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왜 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비뚤어진 욕망 때문입니다.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 친구들에게 거대한 생일 잔치를 열어서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 남보다 화려하게 꾸민 미니 홈피를 보여 주고 싶은 욕망……. 이런 욕심들이 돈에 대한 관심으로, 혹은 맹목적인 애정으로 변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왜 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차근차근 묻고 올바른 관심을 갖도록 가르쳐야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느껴집니다. 돈이 왜 필요한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고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따져 보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데도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애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돈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꼭 키라와 예담이처럼 거창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그 관심이 건전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의 몫입니다.

그럼 키라와 예담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았는지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두 아이의 성공 전략 공통점은 이자가 붙는 ‘저축’이었어요. 저축 외에 키라는 ‘머니’라는 개의 가르침에 따라 부자가 되고 싶은 열 가지 이유를 적어 보면서 내가 왜 돈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꿈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 소원 앨범과 소원 상자를 만들지요. 소원 앨범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에 관한 그림을 모아 놓고 매일 쳐다보면서 자신의 꿈을 거듭 되새겨 보고, 소원 상자에는 돈이 생길 때마다 일정한 금액을 저금합니다. 또 성공 일기라는 것을 쓰지요. 매일 자기가 무엇을 성공했는지 적는 것인데요, 이것은 키라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감을 갖게 된 키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 ‘개 돌보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 모으게 됩니다. 예담이의 성공 전략은 용돈 관리와 올바른 소비, 인터넷 벼룩시장 운영입니다. 용돈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어서 관리를 하고, 충동 구매를 하지 않고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가장 값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합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심적으로 인터넷 벼룩시장을 운영한 것이지요.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 표지

키라와 예담이의 성공 전략이 아주 매력적이죠? 그래서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키라와 예담이를 흉내 내기에 바쁩니다. 키라와 예담이가 대단한 것은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무엇이든 아껴 쓸 줄 아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으기까지 키워 온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삶에 대한 용기도 배울 점이지요. 그러니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돈을 모은 방법들을 따라하게 하는 것보다 돈을 모으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야 합니다. 무슨 자원이든지 넘쳐나서 버리기에 바쁜 이 시대에 버리기 전에 생각하는 태도, ‘어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겁먹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든지 필요하다면 돈을 모으고 벌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또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겠습니다.

그럼 이 즈음에서 두 책의 아쉬운 점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키라 책에서는 골트슈테른 아저씨와 트룸프 할머니를 통해 돈을 어떻게 불리는지 가르쳐 줍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더 많이 모으는가보다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기 때문이죠. 키라 책은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목적성을 그대로 심어 줄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엿보입니다. 또 예담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장사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이들이 굳이 돈을 벌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지만 필요해서 돈을 벌어야 한대도 장사라는 방법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사라는 방법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검은돈의 유혹 등)이 아이들의 가치관 확립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두 책은 돈이 엄청나게 중요해진 자본주의 시대에 돈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모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돈 모으기 방법을 따라하다가는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기 더 쉬워진다는 말입니다. 사실, 키라에 관한 책이 나오고 나서 우리 나라의 출판업계에서도 돈을 생각하면서 예담이 책을 성급하게 내 놓지 않았나 추측해 보게도 되거든요. 키라와 예담이에 관한 책들은 분명 현 시점의 우리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경제 교육을 어느 정도 해 낼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 무엇을 얻고 버려야 할지 우리 어른들이 먼저 생각해 보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찾아 낼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돈은 행복의 조건 중에서 어쩌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돈과 행복이 만드는 그래프에서 돈을 가로축, 행복을 세로축으로 본다고 할 때 처음에는 비례 관계의 그래프를 만들어 가다가 나중에는 일정한 수위에서 멈추어 버릴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우리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맹목적인 관심으로 돈의 노예가 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반비례 그래프를 만들어 갈지도 모릅니다. 돈과 행복이 비례 관계의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로축에 돈이 아닌 다른 것들을 더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무슨 돈 타령이냐고 타박만 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올바른 경제 교육을 통해 건전한 관심으로 돈을 대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쓸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을 이끌어 주면 좋겠습니다.
곽혜정 /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진주 대곡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