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통권 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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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과학책 들여다보기]
지구의 신비로운 망토, 나무

최수연 | 2005년 03월

이 책은 나무의 일생에 쉽고 흥미롭게 다가갑니다. 나무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습니다. 사전이나 도감류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나무의 일반적인 생태보다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무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 ‘나무의 번식’, 2장 ‘신기한 나무들’, 3장 ‘나무와 인간’으로 나누어 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간략하면서도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를 읽어 나갈수록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1장에서는 나무의 번식법과 생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람에 몸을 싣고 떠나는 꽃가루의 여행, 수분을 돕는 여러 곤충들의 역할, 나이테에 드러나는 나무의 역사 등을 이야기합니다. 자연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꽃가루를 희생한다는 걸 알려 주는 ‘황색비’, 꽃에서 수분이 일어나 새 생명이 탄생하도록 곤충뿐만 아니라 박쥐도 한몫을 한다는 사실 등 생태계의 흐름과 함께하는 나무의 생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와 가장 작은 나무, 덩굴로 뻗어 나가는 나무, 걸어 다니는 나무, 죽은 나무…… 신기한 나무들이 등장하는 2장에서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생태적 특징이나 환경에 따라 어떻게 숲의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몹시 추운 날씨 탓에 나무가 크게 자랄 수 없어, 사람들이 산책할 때 나무 꼭대기를 만져 볼 수 있다는 아이슬란드의 낮은 숲 , 가지가 길고 무거워지면 가지 밑에서 새로운 줄기를 만들어 내 마치 걸어 다니듯 끝없이 뻗어 나가는 반얀나무 이야기 등은 읽는 즐거움보다, 그 장면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가 더 쏠쏠합니다.

이제 3장에서는 나무와 비슷한 식물들,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꿋꿋한 나무들, 나무의 쓰임새와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들을 만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테레빈 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송진을 주는 소나무, 달콤한 시럽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설탕단풍나무의 껍질, 부드럽고 맛과 향이 좋은 기름을 주는 올리브 나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나무들, 그밖에 인간의 삶에 유용하게 쓰이는 나무들까지…… 이렇게 우리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특별한 나무들을 만납니다.

이 책의 매력을 꼽을 때,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재미 못지않게 인상깊은 그림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고 ‘나무 연구소’도 설립했다는 글 작가와 함께 두 명의 그림 작가가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로랑 코르베지에는 마티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노랑, 파랑의 강렬한 색채 대비, 초록과 빨강 등을 과감하고 자유롭게 사용하여 그린 나무와 집, 사람과 동물 등이 신비로운 생명력을 품고 드러납니다. 또한,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피에르­엠마뉘엘 드케스트의 세밀화는 정교하고 따스한 느낌입니다.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과 사실에 가깝게 그린 그림을 한 화면에 배치하여 나무의 생김새나 여러 동·식물과 살아가는 모습을 다채롭고 개성있게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나무의 비밀』은 “지구 표면 어디에나 집을 짓고 살아”가는 나무, “생생하고 빛깔이 선명한 거대한 목도리처럼 지구를 감싸” 주는 나무, 모든 생명에게 도움을 주는 나무의 중요성과 신비로움을 골고루 체감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여기에 만족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점을 사진 자료나 백과사전 등에서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합니다. 이 책에서 은행나무, 목련나무, 감나무, 모과나무처럼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를 볼 수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나무를 특색있게 소개하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 봅니다. 강한 생명력으로 또다른 생명들과 조화를 이루고 보호하는, 지구의 포근한 목도리이며 망토인 나무. 나무의 생태를 알아가면서 ‘나무 보호(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게 합니다.
최수연 | 『열린어린이』 편집부에서 일하며 어린이책을 읽어 갈수록 어린 시절과 새롭게 만나고, 의연하게 작별하기도 하는 특별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는 믿음을 어린 친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도서관』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벽마다 책꽂이를 세워 놓고 환한 창가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좋은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