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통권 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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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발 담그기]
소리를 느끼며 연주하기

박승희 | 2005년 03월

지난 겨울 방학 동안 저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리코더 캠프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을 3박 4일 간 지도하면서 리코더라는,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그저 장난감 같은 악기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전과 감동을 주는지 느끼면서 기뻤습니다. 또한 아이들 개개인이 어떻게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레슨 시간 내내 리코더 연습에 푹 빠져 있는 아이, 삑삑거리는 소리를 안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 리코더 구멍 밖으로 침을 뚝뚝 흘리면서도 계속 연습하는 아이, 연습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는 아이, 손가락 움직이기(운지)가 느려 자신없어 하면서 계속 회피하려고 하는 아이…….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어른들이 볼 때는 별것 아닌 무대를 준비하면서도 아이들은 여러 부모님들 앞에서 연주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기도 하고 기대감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음악 기능을 연마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입니다. 긴장도 해 보고 경쟁도 해 보고 좌절도 해 보고 인내심도 배워 보는, 인생의 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악기를 배우는 것 자체가 보람된 것이며 전인 교육의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먼저 우리 아이에게 과연 어떤 악기가 맞는지(노래 부르는 것을 포함해서)를 고민해 보아야 하며, 또 마음에 드는 악기를 골랐다면 이제 연습이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악기에 대해 탐색하고, 연습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아이들에게 잠깐 잠깐 비춰지는 아름다운 풍경 같은 책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처음 소개할 책은 안드레아 호이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나와 음악학교』라는 그림책입니다.

수업 시간에 리코더를 가르치면서 베이스 리코더나 테너 리코더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악기들을 설명하며 실물을 보여 준 적이 있습니다. 처음 그 악기들을 접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은 대단했습니다. 이 특이하게 생긴 악기들의 소리는 어떨까 생각하며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과 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어떤 악기를 배우고 있든 다른 악기의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각 악기의 음색과 음색의 어울림을 느끼는 것은 소리 탐색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음악학교』는 여러 가지 악기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탐색하도록 도와 줍니다.

『나와 음악학교』 표지와 본문

음악을 좋아하는 가족의 둘째 아들인 파울은 할머니에게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상품권을 생일 선물로 받게 됩니다. 며칠 뒤 파울은 악기를 배우기 위해 음악 학교를 찾아가고 프라우 교장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여러 레슨 실을 방문하며 레슨 실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납니다. 드럼, 바이올린, 피아노, 리코더, 기타, 콘트라베이스, 딸랑이, 심벌즈, 트라이앵글, 오보에, 트럼펫, 합창, 마지막에는 이들이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까지……. 이 학교를 돌아본 그날 파울은 자신이 어떤 악기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팀파니였습니다!

이 책은 악기의 구조나 어떤 악기를 배우면 어떤 점이 좋은가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각 레슨실을 방문했을 때 그 악기를 배울 때 생기는 장면의 하나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고 아이들이 그 악기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줄 뿐입니다.

“토마스가 콘트라베이스를 가지고 오는구나. 콘트라베이스는 너무 커서 늘 저렇게 차에 싣고 온단다.”

나는 깜짝 놀랐어요. 콘트라베이스는 정말 엄청나게 컸어요. 나는 그 악기는 배우지 않기로 했어요. 나중에 키도 크고, 힘도 세졌을 때 배워야 할 것 같았거든요.

이 책은 실제로 아이들이 악기를 쥐고 연주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 줍니다. 악기에 대해 알고 싶어 검색하는 경우, 음악 백과 사전이나 요즘 아이들이 잘 들어가는 정보 사이트, ‘네이버 지식 in’에 들어가도 악기 사진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악기를 쥐고 직접 연주하는 그림을 효과적으로 그려 놓아서 그림을 보면 마치 그 악기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기회를 이 그림책 한 권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색채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작가의 그림 솜씨는 사실성과 다채로움을 동시에 표현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고 그림 구석구석을 살펴보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줍니다.

『나의 바이올린』 표지와 본문

악기를 처음 시작하거나 배우기를 슬슬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나의 바이올린』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끔 제가 재직하는 학교 어머님들로부터 악기는 언제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좋을지 질문을 받습니다. 악기는 어린이들이 흥미있어 하고 배우고 싶어할 때 배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이들의 신체적 조건을 따져 보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악기 같은 경우는 비교적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손가락 힘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 책의 ‘나’도 조그만 어린이일 때 바이올린을 처음 배웁니다.

음악회에서 처음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나’는 그 소리에 매료되어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됩니다.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한 첫 레슨, 하지만 내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는 “마치 고양이가 미야옹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죽어라고 한 적도 있었어요. 아주 잘 될 때도 있지만,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너무 피곤해 죽겠다고 투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악보가 머릿속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꾸중에 풀이 죽어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고, 바이올린이 싫어져서 바이올린을 “지하 육만이천백사십팔 미터 아래로” 떨어뜨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다시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합니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대화를 합니다. “바이올린아, 너는 내 친구야. 그리고 우리의 우정은 쉽게 변하지 않아. 나의 바이올린, 잘자.좋은 꿈 꿔, 내일 만나자! ”라고.

많은 어린이들이 연주자의 화려한 모습에 이끌려 그저 쉬워 보이는 악기 배우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정작 악기를 제대로 배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악기를 배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좌절감을 느끼고 악기를 보는 것조차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나의 바이올린』은 그러한 공감대를 아주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어떤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없음을 알게 해 줍니다. 어린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일에서나 다른 모든 새로운 일들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과 희망을 찾아 나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악기를 배울 때 싫증을 느끼고 악기를 ‘던져 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고, 나는 왜 요요마 같은 첼리스트가 될 수 없을까 화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경험을 통해, 내 품의 첼로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때 온 몸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진동과 느낌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과 느낌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지금까지도 제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굳이 비싼 악기가 아니더라도 리코더 같은 악기를 배우며 연주도 계속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느낌과 경험을 쌓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박승희 /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가동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3년간 합창부 지휘를 하며 아이들과 노래로 교감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Feel 스트링 오케스트라’ 첼로 단원으로 연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음악을 잘 하기보다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