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통권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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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어린이 서평

[이 달의 서평]
동물 분류 이해의 넉넉한 섬돌

김원숙 | 2006년 04월

계, 문, 강, 목, 과, 속, 종. 과학과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낸 사람에게 생물 시간에 외워야 했던 동물의 분류 체계는 험난한 산이었습니다. 이런 구구한 것까지 꼭 알아야 하나, 동물 분류가 사는 데 무슨 소용이 될까. 하기 싫은데다 의문과 회의가 솟아나 얼른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누군가 옆에서 도움 되는 말을 해 줬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때 지구상에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생명들의 신비함을 느꼈다면 어떠하였을까요?

어린 조카들은 책을 읽자고 하면 자주 동물에 관한 책을 꺼냅니다. 아는 동물도 꽤 많습니다. 집에서 사슴벌레도 키우고 동물원에도 가고 세계 곳곳에 사는 수천 종의 동물을 소개하는 책을 보고 자라서 그렇겠지요. 아는 것이 생기면 그것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게 됩니다. 이런저런 지식이 쌓이면 그 지식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생깁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분류일 겁니다.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숱한 동물 이름을 대던 아이들은 차츰 동물 분류에 대한 책을 찾게 되겠지요.

그런데 동물에 대해 설명하는 어린이 책은 동물 이름과 생김새, 생태 특징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는 지역이나 주제에 따라 동물을 나눠 소개하는 책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분류 체계에 따른 동물 백과사전도 분류의 맥락을 뚜렷하게 설명하는 책은 드뭅니다. 그래서 동물계를 통찰하는 큰 틀을 안다는 의미에서 『넌 무슨 동물이니?』에 주목하게 됩니다.

지구상에는 약 150만 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천 종, 이천 종 정도의 동물이 소개된 백과사전의 동물 수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네요. 이 책은 동물 분류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동물들을 분류하고 동물의 계통수도 보여 줍니다. 그 분류 지식을 바탕으로 소화 기관, 호흡 기관, 순환 기관, 배설 기관, 생식 기관, 호르몬, 감각 기관, 신경계, 뼈와 근육, 피부로 나눈 사람의 신체 기관에 대해 알려 주고, 사람의 기관과 다른 구조를 갖거나 다른 기능을 하는 동물과 그 기관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은 보통 자기와 관계된 것에 관심을 갖고 잘 이해하곤 합니다. 사람과 비교하여 동물을 분류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는 이 책의 구성 방식은 그래서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소화 기관 이야기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이 시작됩니다. 동그랑땡이 몸속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의 예를 들었습니다. 사람은 위에서 음식을 소화시키고 소장에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대장에서 찌꺼기를 걸러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그에 비해서 자포동물의 하나인 말미잘은 강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한꺼번에 이루어집니다. 사람은 허파라는 호흡 기관을 통해서 산소를 공급받지만, 해면동물은 몸 가운데 있는 위강 안쪽의 깃세포를 움직여 바닷물을 드나들게 하고 그 바닷물을 통해서 산소를 공급받습니다. 사람에게는 몸에 피가 잘 돌 수 있도록 돕는 순환 기관인 심장이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좌심방,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새우 같은 갑각류는 피가 들어오는 방과 나가는 방의 구분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파충류 중에서도 악어는 심방과 심실이 완전히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악어가 물속에 있을 때는 허파에 피가 돌지 않아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없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악어는 지구상에서 2억 년이나 살 수 있었답니다. 그 외에도 사람의 배설 기관인 신장과 방광에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의 불꽃세포를 비교 설명합니다. 인간의 생식 기관과는 개구리의 체외 수정과 환형동물 지렁이의 짝짓기를 견줍니다. 사람의 호르몬과 곤충의 호르몬을, 사람의 오감과 연체동물 달팽이의 눈을, 온 몸에 복잡하게 얽힌 사람의 신경계와 불가사리의 입을 나란히 살펴봅니다.

지구상에 참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 동물들이 자기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오묘합니다. 중학교 교사인 지은이는 소 눈알을 해부하는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답니다. 징그럽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전해주는 좋은 교육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책도 그런 자세로 썼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지식을 재미있게 제대로 읽고 깨치자는 뜻에서 기획된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의 첫 권에 걸맞다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학년, 반, 모둠으로 나누는 일에 비유하여 동물 분류 체계를 알려 준 일은 책 읽는 이의 눈높이에 맞춘 돋보이는 설명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분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지식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는 재치 있는 삽화가 한몫을 합니다. 사람의 소화 기관을 설명하는 그림에서는 배설물이 동그랑땡에게 “그럼 우린 형제네?” 하고 익살스러운 말을 던집니다. 웃으면서 사실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게 해 준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걸리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을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의인법을 썼는데, 그 표현의 일부가 적절하지 않아서 의미가 살아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동그랑땡의 체험담에서, “난 갑자기 컴컴한 동굴로 들어갔어. 그 속엔 하얀 도끼날과 맷돌 들이 기둥처럼 박혀 있다가 내 몸을 마구 자르고 짓이겨.” 라고 했습니다. 물론 컴컴한 동굴이 입속이고, 하얀 도끼날과 맷돌 들이 이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냥 “컴컴한 입속으로 들어갔는데 하얀 도끼날과 맷돌 같은 송곳니와 어금니가 내 몸을 짓이겼다”고 했으면 이해가 더 빠르지 않았을까요? 그 아래의 글에는 신체 기관을 구체적으로 들어서 말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플라나리아를 “머리 부분이 꼭 아기공룡 둘리를 눌러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친근하긴 하지만 그 생김새를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데는 좀 미흡한 감이 있습니다. 이는 이 책 전반에 걸친 아쉬움과도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여러 동물들의 사진도 보여주었더라면 소개한 동물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은 정확성이 기본이니까요.

동물 분류에 대해서도 좀더 체계적이고 가닥이 잘 잡히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을 듯합니다. 학교에서 생물을 배울 때 계통수와 종, 속, 과, 목, 강, 문, 계, 라고 외운 동물 분류 체계가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가가 참 모호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헝클어진 지식의 매듭을 후련하게 풀어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계통수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그것의 의미를 자세하게 밝혀 주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동물 분류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동물 분류와 계통수의 차이를 충분히 알고 싶어 할 것입니다. 동물계의 척추동물을 포유강만을 분류해 보여 주고 있는데, 조류, 파충류, 어류 등이 ‘강’의 분류 단계임을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는 잘 알고 있어도 아이들은 사소한 사실 하나에 혼돈을 일으킬 테니까요. 욕심을 부리자면 동물 분류를 다루는 이 책에 분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정리가 덧붙여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원숙│오픈키드 도서 컨텐츠팀장입니다. 좋은 어린이 책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평화로운 삶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