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통권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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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인간의 역사에서 찾는 과학

허창회 | 2006년 09월

아저씨는 올해 스웨덴의 남서쪽에 있는 예테보리란 도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식년 기회를 얻어 이곳 대학에 머물면서 연구하고 있어요. 스웨덴 하면, 많은 사람이 ‘눈 덮인 추운 나라’, ‘북쪽의 어두운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국가’를 떠 올립니다. 모두가 맞는 말이에요. 다만 그 관점이 한쪽에 치우쳐 있어서 중요한 많은 면을 놓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스웨덴에 눈이 많기는 하지만, 비로 환산하면 그 양은 많지 않아요. 연 강수량만을 보면 우리 나라의 60%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반 년을 넘게 살면서 경험한 것은 비가 지루하게 내릴 때도 많지만,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폭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하루 강수량이 수백 밀리미터가 넘게 폭우가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스웨덴이 추운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남쪽과 해안 지역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요. 아주 추운 날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온도가 높은 지역도 있어요. 또, 스웨덴을 어두운 나라라고 하지만, 그것은 겨울철의 얘기고, 여름철에는 반대로 너무 밝은 나라지요. 여름철 하지 무렵에는 새벽 3시가 넘으면 날이 밝아 오고, 저녁 11시가 넘어야 어둑어둑해지니까요. 이 때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그러면 겨울에는 어떠냐고요? 겨울에는 여러분의 생각대로 어두운 나라예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해 뜨기 전에 학교에 가서, 해가 거의 질 때에 집에 온답니다. 등교 시간이 이르고, 하교 시간이 늦어서가 아니라,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이지요.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잘 알려져 있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나라의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어요. 아저씨가 알고 있는 한은 전 세계에서 스웨덴 정도의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모든 공교육과 의료비는 국가에서 전부 부담합니다. 배우는 것 걱정 없고, 아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이런 혜택은 내국인뿐 아니라 정식 허가를 받고 체류하는 외국 어린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지원되는 복지 혜택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직장을 구해 주고,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실업 수당이나 생활비를 융자해 주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퇴하는 전 국민에게 연금을 주고. 어쩌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알코올 중독자를 제외하고는 거지 형색을 하고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요.

그러나 스웨덴의 복지 제도를 너무 부러워만 마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요. 근로자가 내는 세금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세금이 대개 전체 수입의 35%이고, 아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투기는 상상도 못하지요. 노동이 아닌 요행으로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의 대부분을 국가가 세금으로 거두기 때문이에요.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몇 백 원어치 사탕이나 껌을 사 먹어도 영수증을 챙겨 준답니다.

아저씨가 스웨덴 얘기를 장황하게 꺼냈습니다. 이번 달 아저씨의 과학 얘기를 하자니 스웨덴 얘기가 나오네요. 스웨덴 예테보리 시 도서관은 4층 건물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에는 스웨덴 책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책, 여러 종류의 CD, 비디오, DVD가 소장되어 있어요. 도서관에 등록한 사람은 이것들을 몇 주 동안 자유롭게 빌릴 수 있습니다. 한국 책도 있냐고요? 당연히 있지요. 책꽂이의 서너 칸을 차지하고 있어요. 다소 서운한 점은 중국이나 일본 책은 대형 책꽂이 몇 개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는 것입니다. 아저씨는 얼마 전에 아이들을 위해서 『돌도끼에서 우리별 3호까지』를 빌렸습니다. 아저씨 아이들뿐 아니라 여러분들도 읽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소개합니다.

지은이는 인류의 과학이 어떤 계기를 통하여 화성에도 가고, 태양계 밖에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커다란 비행기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건너는 거대한 배,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빌딩, 세계 곳곳을 이어 주는 전화, 컴퓨터나 정교한 기계 장치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들은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에요.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한 돌 도구와 불씨. 오늘날의 복잡하고 정밀한 과학 문명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돌멩이와 불이지만, 그것은 야생 원숭이나 다름없었던 인류의 조상을 오늘날 사람으로 발전시킨 위대한 과학 발견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제외한 어떤 동물도 돌멩이와 불씨로부터 문명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입니다. 생각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문자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돌을 이용한 구석기, 신석기 시대가 지나고 철을 이용한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은 먹는 것을 찾는 조급함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남는 곡식이나 물건이 생겨났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하여 청동 무기와 철제 무기로 무장하고 힘이 약한 사람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부족들 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겨나서, 힘이 강항 부족은 약한 부족을 정복해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우리 나라 삼국 시대에 우리 조상은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우수한 과학 기술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고구려 시대 무덤 그림에서 그 당시의 우수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요. 백제 사람들은 현재의 수도관과 같은 통을 만들어 샘터의 물을 끌어 들였다고 합니다. 신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국사의 대웅전과 앞마당에 있는 석가탑, 다보탑은 서로를 잇는 정삼각형의 외접원 안에 세워져 있습니다. 불국사가 수학적 설계에 따라 지어진 절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지요.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조상의 과학 수준은 석굴 사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석굴암이라고 불리지만 일제 시대에 일본 사람이 석굴 사원의 의미와 위엄을 축소시키기 위해 작은 암자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석굴암’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말고 ‘석굴 사원’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석굴 사원은 751년에 돌로 만들어져서 현재에도 원형을 유지하며 보존되고 있습니다. 신라의 장인은 샘물을 석굴 사원 밑으로 흐르게 하여 석굴 사원 내부의 습기가 아래로 모이게 하고, 벽이나 천정도 얇은 돌로 만들어 끼워 맞춰 환기가 쉽게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1200년이 넘게 지난 최근에도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제멋대로 보수 공사를 한다고 해체하고 조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조상이 고안한 섬세한 장치를 망가뜨리고 만 것입니다. 샘 때문에 습기가 찰 것이 분명하다며 샘을 막고, 조각을 다시 배치하는 과정에서 시멘트를 처덕처덕 발라 환기구를 막아서 습기가 차고 이끼가 자라면서 돌이 부스러지는 풍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여러 번 보수 공사를 벌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석굴 사원이 완전히 자정 능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따로 환기 장치를 설치하고, 석굴 사원 앞에 목조 전실과 유리벽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힘이 없어서 남에게 나라를 뺏기고, 귀중한 문화재도 스스로 관리할 수 없었던 것이에요.

우리 조상의 뛰어난 과학 기술은 과학 관측 기기뿐 아니라 불상이나 종, 금관이나 여러 장식품, 생활 용품들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예요. 아저씨의 외국 친구들에게 한글을 설명하고 있으면 저절로 신이 납니다. 한글의 글자 형태가 소리를 낼 때 혀의 모양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아저씨의 얘기를 들으면 외국인은 그 독창성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지요. 불과 몇 십 개의 문자를 조합하여 세상에 나는 모든 소리를 글자로 나타낼 수 있는 문자는 한글밖에 없습니다.

우리별 3호
해방 이후 우리 나라의 과학 기술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달했습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뛰어난 인재가 과학자의 길을 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세계 과학 대국이 되고, 이를 통해 부자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지난 8월에 한국항공우주원에서 자체 개발된 위성, 아리랑 2호가 성공리에 발사되어 우주 궤도에 안착하였습니다. 이 위성은 지구 상공 685킬로미터에서 지구를 관찰하는데, 거리의 차를 구별할 정도의 뛰어난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리랑 2호를 이용하여 한반도 전역을 관측하고 3차원 지형 지도를 작성해서 제2 고속철 공사에서 최적의 공사 경로를 찾을 수 있고 수해 피해 지역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컬러 영상을 통해 재선충과 적조 피해를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의 환경 재해 감시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하루 빨리 세계 우주 과학 연구를 선도할 날이 왔으면 합니다. 그 중심에는 여러분이 서 있겠지요.
허창회 / 서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1994년에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4년~1997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 센터에서 기후 변화를 연구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과학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구의 마법사 공기』, 『날씨를 바꾸는 요술쟁이 바람』을 펴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부교수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