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통권 제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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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
황금 신의 신데렐라와 무쇠 신의 여인들

김환희 | 2006년 10월

서구의 옛이야기 속 여성들은 발과 신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는다.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에서 계모의 두 딸은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작은 황금 신에 발을 맞추느라고 발가락을 자른다. 「백설공주」에서 계모 여왕은 불에 달군 빨간 무쇠 신을 신고 고통스럽게 춤추다가 죽는다. 안데르센의 요정담에서, 인어 공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마녀에게 내주고 인간의 발을 얻지만 걸을 때마다 날카로운 칼 위를 걷는 고통을 느낀다. 「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겨울 맨발로 거리를 걸으면서 성냥을 판다. 또 「빨간 신」의 카렌은 빨간 신을 신고 교회에 가고 춤을 춘 대가로 발목이 잘리고, 「빵 밟은 소녀」의 잉거는 신발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빵을 밟은 대가로 지옥에 떨어진다. ‘잃어버린 남편 찾기’ 유형의 설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발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 민담 「마법사 피오란테 경」에서 아내는 남편의 이름을 친정 식구들에게 발설한 죄로 남편을 찾아 무쇠 신이 닳도록 걷는다. 「크랭 왕」에 등장하는 아내는 촛불을 들고 잠든 남편을 훔쳐 본 죄로 무쇠 신을 신고 바람과 번개와 천둥의 나라를 여행한다. 또 루마니아 민담 「마법에 걸린 돼지」에서 셋째 공주인 아내는 남편이 낮에 돼지로 변하는 것이 싫어서 마녀의 말을 들었다가 남편을 잃고 무쇠 신을 신고 아홉 바다와 아홉 대륙을 지나 달과 해와 바람의 나라로 여행한다.

‘큰 어머니’인 땅과 접촉하는 발은 몸 전체를 대표하는 인체 부위이면서 한 존재의 ‘삶의 중심’ 내지 ‘삶의 기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1) 페르시아의 유목민들은 여러 곳을 여행할 때 고향에서 가져 온 양탄자를 깔고 그 위에 천막을 세웠는데 그 이유는 발이 닿는 공간이 고향 땅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2)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불꽃이 이는데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러 갔을 때 하느님은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라고 말한다. 모세가 호렙 산에서 신발을 벗었듯이, 세계 여러 지역의 사람들은 성전에 들어갈 때 세속의 땅을 밟았던 신발을 벗는다. 사람들이 투신 자살할 때 신발을 벗어 놓는 이유를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나는 이승에서의 삶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이승의 땅을 밟았던 신발을 신고 저승에 가고 싶지 않다는 바람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또한 신발은 소유자의 권한, 사회 신분, 현실 인식 등을 상징한다. 그리스, 아시리아, 이집트 등의 고대 문명 사회에서 노예, 하인, 가난한 사람들은 맨발로 걸었고, 신발을 신는 것은 자유인만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인 특권이었다. 신데렐라나 콩쥐는 그 누구도 신기 힘든 작은 신발을 신어서 자신이 왕자 또는 감사가 찾는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 신데렐라가 궁전에 신발 한 짝을 떨어뜨린 것은 앞으로 그녀가 발을 딛고 살아야 될 땅이 평민의 집이 아니라 왕궁임을 예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발이 지닌 또 다른 상징성은 그것이 소유자의 현실 인식 내지 현실 감각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신발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소유자의 생활 방식과 성품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운동화를 즐겨 신는 남자와 반짝이는 가죽 구두를 즐겨 신는 남자, 뾰족 구두를 즐겨 신는 여성과 단화를 즐겨 신는 여성의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이 같기는 힘들다.

Jennie Harbour, 신데렐라(My Book of Favourite Fairy Tales)
발과 신발이 지닌 또 다른 중요한 상징성은 그것이 성 상징물이라는 데 있다. 보통 남성의 발은 남근을 상징하고 여성의 버선이나 짚신은 여근을 상징한다. 전족(纏足)의 풍습이 있는 중국의 경우, 근 천여 년 동안 여성의 발은 여근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중국 소설 『금병매』에 등장하는 희대의 호색녀 반금련(潘金蓮)은 발이 매우 작았다. 청대에는 세치도 안되는 여성들의 전족을 ‘금련’(金蓮)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는데, ‘세치 금련’은 그야말로 에로티시즘과 여성미의 극치로 여겨졌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너무도 기형적인 발이어서 사진으로 보기에도 끔찍스러운 전족을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와 같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칭송하였다. “남몰래 궁중 풍으로 얌전히 차려 입고 / 두 발로 서고자 하나 / 넘어지니 애처롭기 짝이 없네 / 그 섬세한 아름다움 어찌 말로 다하리 / 그저 손 안에 넣고 즐겨 볼 뿐.”3) 신데델라와 콩쥐의 발이 전족을 한 옛 중국 여성들의 ‘금련’처럼 기형적으로 작은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이본에서 그들의 발은 아주 작은 것으로 묘사된다. 브루노 베텔하임은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에 대해서 “몸의 일부가 미끄러져 들어가 꼭 맞는 좁은 용기는 질의 상징으로 보일 수 있다. 깨지기 쉽고 또 깨질까 봐 잡아 늘여도 안 되는 어떤 것은 우리에게 처녀막을 연상시킨다.”라고 말한다.4)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에 대한 동화적인 환상성을 여지없이 부숴 놓는 이러한 해석은 중국의 전족 문화를 고려할 때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많은 학자들은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신데렐라 설화로 9세기 중엽 당나라 시대에 단성식이 쓴 『유양잡조』의 ‘섭한 이야기’를 꼽고 있다. 원조(?) 신데렐라인 섭한이 신은 황금 신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작다. “왕은 신하들에게 신발을 신어 보라고 하였으나 발이 가장 작은 사람이 신어도 한 치 정도 신발이 작았다. 결국 나라 안의 모든 부인들로 하여금 신을 신어 보게 했지만 맞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신은 털처럼 가벼워서 아마 이 신을 신고 돌을 밟는다 하여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을 듯싶었다.”5) 신데렐라와 콩쥐의 작은 신발이 섭한의 황금 신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이시스, 인안나, 비너스와 같은 고대 여신들의 발이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을 보면, 신데렐라의 작은 신발은 중국의 전족 문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테라코타 부조 속 인안나(또는 릴리스) 여신, 기원전 1360년경
중국 전족의 역사는 그야말로 여성과 어린이 학대의 역사이다. 부모들은 여자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 가을철에 발을 헝겊으로 꽁꽁 묶은 후 작은 신을 신겨서 발이 세 치(10cm)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였다. 심지어 어떤 여성들은 발이 갓난아이의 것보다 작아서 평생 남의 등에 업혀서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악습이 천여 년 동안 중국에서 널리 시행되어 온 데는 중국 남성들의 독특한 심미안과 변태적인 에로티시즘 탓도 있지만, 여성의 정절과 순종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큰 몫을 차지하였다.6) 나이 어린 딸에게 전족이란 악습을 대물림한 중국 여성의 심리에는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질서에 순응해야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비극적인 현실인식과 신데렐라의 꿈이 깔려 있는 것이다. 좋은 가문에서는 발이 큰 여성을 신부로 맞이하는 것을 집안의 수치로 여겨서 약혼할 때 여성의 발 크기가 어떤지 사전에 알아 보았다고 한다. 실제로 작은 신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 신데렐라의 의붓언니들처럼, 발가락을 자른 여성들도 있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알 만하다.7)

신데렐라의 황금 신이나 유리 구두는 그 자체만으로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유리는 빛과 순수를 뜻한다. 또 우리는 흔히 황금하면 물질적인 부를 떠올리지만 황금은 반짝이는 데다 불변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완전성과 불멸성을 상징하는 신성한 물질이다. 백제나 신라의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제 신발에는 망자들이 저승에서 풍요롭고 영원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옛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8) 신데렐라의 신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신데렐라가 작고 예쁜 신을 매개로 좋은 남자를 만나서 신분 상승을 이룬다는 점이다. 작은 발을 여성미와 행운의 상징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여성의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인 활동을 억압해서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에 순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크다. 하지만 ‘잃어버린 남편 찾기’ 유형의 설화에 등장하는 무쇠 신의 경우는, 신데렐라의 황금 신이나 유리 구두와는 다르게, ‘정치적 올바름’이나 ‘여성주의’의 차원에서 비판하기 힘들다. ‘무쇠’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발견되는 금속이어서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옛사람들은 무쇠를 신성한 물질로 여겼고 그것을 불로 다루는 대장장이들을 경외심을 갖고 대했다. 남편을 잃은 아내들이 여러 켤레의 무쇠 신을 신고 걸어서 하늘나라에 이르렀다는 설정에는 그러한 옛사람들의 믿음이 담겨 있다. 또한 강력한 전쟁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금속인 무쇠는 오랫동안 세계 여러 지역의 민간 신앙에서 악령을 물리칠 수 있는 벽사나 축귀의 능력을 지닌 물질로 간주되었다.

켈트 족은 요정이 사는 지역을 지날 때에는 마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무쇠를 몸에 지녔고, 요정이 우유를 훔쳐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우유통 속에 못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또 영국에는 집, 마굿간, 외양간 등에 무쇠 용품을 비치해 두거나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요람에 무쇠 칼을 놓아 두는 풍습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머리맡에 칼을 놓고 자면 귀신이 범접하지 않는다는 속신이 있다. 또 시베리아 샤먼들은 무복에 악령들의 공격을 막아 주는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 쇠 원반을 몸에 부착하였으며, 몸에 달고 다닌 각종 쇠붙이 장식이 자그마치 14-23킬로그램 정도는 되었다고 한다.9)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할 때, 옛이야기 속의 ‘무쇠 신’은 다의적인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 보아야 될 것 같다. ‘잃어버린 남편 찾기’ 설화에서 남편들이 아내의 곁을 떠나면서 자신을 찾으려면 무쇠신과 무쇠 지팡이를 장만해야 된다고 말한 것을 가부장적인 권위를 지닌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징벌로 굳이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쇠 신을 신은 여인들 가운데는 스스로 무쇠 신을 장만해서 ‘잃어버린 남편’ 혹은 ‘미래의 남편’을 찾아서 먼 길을 떠난 인물들이 적지 않다. 또 그 여인들이 무쇠 신을 신고 만난 조력자들이 대부분 우주의 ‘큰 어머니들’이고, 남편은 아내의 구원을 필요로 하는 마법에 걸린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남편이 아내에게 무쇠 신이 닳도록 걸어야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 벽사의 능력을 지닌 견고한 무쇠 신이 필요하다는 것, 지상계에서 천상계로 이동하는 초월적인 여행이 되리라는 사실 등을 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무쇠 신을 신고 여행한 사람들이 모두 여성들인 것만은 아니다. 슬라브와 터키의 민담 가운데는 신부 감 또는 며느리 감을 찾기 위해서 무쇠 신을 신고 길을 떠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들도 있다. 중국 전설에서도 무쇠 신은 먼 길을 여행할 때 남자들이 신었던 신발로 묘사된다. 중국의 5대 고전 소설 중 하나인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등장하는 어느 소림권의 고수는 5년 동안 무쇠 신을 신고 무술을 연마하였다고 한다.10) 우리 나라의 제주도 무속 신화에 등장하는 ‘금상님’은 ‘무쇠 투구에 갑옷을 입고 언월도·비수검을 빗기 차고 무쇠 신을 신은 천하명장’이다.11) 따라서 무쇠신은 인간의 고통이나 징벌을 상징하는 신발이라기보다는 초월적 세계 내지 저승세계로 여행할 때 신는 신발, 인간의 강력한 의지와 힘과 모험 정신을 상징하는 신발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넘버 원 동화’로 꼽는 작품은 여전히 유리 구두를 잃고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들 가운데는 좋은 이본도 많이 있는데 주로 어린이 책으로 꾸며진 것들은 안타깝게도 ‘정치적 올바름’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뻬로와 디즈니의 판본이다. 또 유아용 명작동화로 꾸며진 다른 옛이야기들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빨간모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설공주」처럼 호기심 많은 여성들이 낯선 세계, 낯선 인물과 섣불리 접촉했다가 반죽음 상태에 이르러 ‘백마 탄 왕자’에게 구원받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서구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보탬이 될는지 몰라도 아이들의 자율적인 성장이나 상상력 계발을 돕지는 못한다. 옛이야기라면 「신데렐라」를 떠올리는 우리 아이들이 무쇠 신을 신고 해와 달과 바람의 나라로 홀로 여행한 소녀들의 모험도 알게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1) 「발」,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년. 제유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써 그 사물 전체를 가리키거나 전체로 부분을 가리켜 비유하는 것을 말함. 신발이 제유적으로 쓰인 한 예가 요즈음 젊은이들이 군대 간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를 ‘군화와 곰신’(고무신의 약자)으로 부르는 것이다.
2) Marie-Louise von Franz, Shadow and Evil in Fairy Tales (Boston: Shambhala, 1995) 23-24쪽.
3) 엄영옥, 「중국문학에 나타난 성」, 『중국인문과학』 제30집, 중국인문학회, 2005년 6월, 469쪽.
4) 브루노 베텔하임, 『옛이야기의 매력 2』, 시공주니어, 1998년, 76쪽.
5) 김정란, 『신데렐라와 소가 된 어머니』, 논장, 2004년, 172쪽.
6) 박인성, 「전족의 원인고」, 『중국학보』, 한국중국학회, 2000년, 387-404쪽.
7) 소황옥, 「중국 전족의 미학적 연구」, 『한복문화』 9권 1호, 한복문화학회, 2006년. 차은진·박민여. 「전족의 상징적 의미」『한국의류학회지』, 한국의류학회, 2001년, 1404쪽.
8) 이영훈·신광섭 지음, 『고분미술 2 ― 신라·가야』, 솔출판사, 2004년, 82쪽.
9) 엘리아데, 이윤기역, 『샤마니즘』, 까치, 1996년, 150쪽.
10) Wolfram Eberhard, A Dictionary of Chinsese Symbols (London: Routledge, 1983) 264-265쪽.
11) 현용준, 『제주도 신화』, 서문당, 1996년, 238쪽.
김환희 / 비교 문학을 전공한 후 여러 대학에서 비교 문학, 어린이 문학, 유럽 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문학 공부의 화두는 ‘옛이야기’입니다. 여러 옛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우리 나라 옛이야기가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옛이야기와 창작 동화의 접목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