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통권 제51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사진과 시
책 세상 나들이
특별 원고
즐거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즐거운 책 읽기

[즐거운 글쓰기]
지금 우리 사는 모습이 좋아요

정승혜 | 2007년 02월

아이들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물으니, 윤기가 말하려는 걸 초록이가 말린다. 더 궁금해서 “뭔데? 뭔데?” 자꾸 물어도 둘이서 키득키득거린다. 무슨 일로 웃는지 말하지 않으면 어떤가. 자기들만의 재미있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괜스레 나도 흥이 난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으면 으레 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속담과 우리말을 쓰고는 뜻에 맞게 짧은 글짓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낯선 우리말이 아주 많다. 자주 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친구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이처럼 꾸준하게 속담과 우리말을 넣어 짧은 글짓기를 하면 일 년 동안에 꽤 많은 속담과 우리말을 익히게 된다.

이번 주는 6학년인 아이들과 『지엠오 아이』를 읽고서 이야기 나누기로 한 시간이다. 지난주에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 보고,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토론거리도 적어 오라고 했더니 모두 준비해 왔다. 이야기 속에는 이런 사람도 나오고 저런 사람도 나오는데, 누구와 누가(인물) 나와서, 언제 어디(배경)에서, 무슨 일(사건)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지 따져 읽어 보는 것도 재미라고 말하였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유전자 조작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의미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많이 들었던 말이란다. 식물과 동물에게 유전자 조작을 하는 거란다. 그럼 왜 유전자 조작을 할까? 라는 내 물음에 사람들이 먹을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유전자 조작 식품을 많이 먹고 있다. 그런데 식품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사람도 유전자 조작을 하고, 맞춤형 아이를 만들 뿐만 아니라, 인체 장기도 만들어 이식하는 일이 합법적인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아마도 내가 느꼈던 마음과 다르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했는데 내 생각대로였다.

아이들은 책에 나오는 정 회장과 나무, 비서 로봇, 가정부 로봇, 변 상무, 닥터 조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킬 타운에 사는 정 회장 아들, 나무를 버린 부모들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정 회장은 화를 잘 내지만 나무를 만나고 나서는 점차 착해졌어요. ― 창진
그리고 자기가 정해 놓은 시간대로 행동해요. 집 앞에 버려진 나무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는데 귀찮아 해요. 무뚝뚝하지만 나무를 만나고부터는 성격이 바뀌었어요. ― 윤기
나무가 자기 물건을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무조건 화를 내요. 정 회장은 물건들이 항상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동현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것 같아요. 나중에 나무에게 하는 걸 보니까요. ― 초록


나무는 어때?

나무는 유전자 조작 아이로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어요. 비록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났지만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아이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창진
똑똑하고 당당하고 예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초록
활달해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행동 하나하나에 장난기가 있어요. ― 동현
맞아요. 개구쟁이이지만 순진해요. ― 윤기
정 회장 집에 있는 가정부 로봇은 정 회장이 지시하는 대로 해요.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해요. 그런데 착해서 나무를 이해해 줘요. ― 동현
그래요. 로봇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요. 엄마처럼 나무를 감싸 주면서 친절하게 대해요. ― 윤기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만든 로봇이에요. 까다로운 정 회장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요. 아무리 로봇이지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계속 호통 만 치는 정 회장에게 앙심을 품지 않을까요? ― 창진
주인에게 복종하고 무엇이든지 딱딱 알아내고 해결하는 능력도 있어요. ― 초록
나무의 부모님은 나무를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앞길만 생각해요. 부모라고 믿어지지 않아요. ― 윤기
아무리 형편이 안 되더라도 아이를 버리는 것은 잘못이에요. ― 동현
이기주의며 아무리 사업이 망했고 나무가 희귀병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자식을 버리고 도망치는 양심 없는 사람들이죠. ― 창진
부모로서 책임감이 없어요. ― 초록


아버지와 맞서 지킬 타운에 사는 아들, 이익만을 앞세워 정 회장 몰래 유전자 조작 아이를 만든 변 상무, 유전자 조작의 나쁜 점을 알고 변 상무와 부딪히는 이 상무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쏟아 놓았다. 그리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에서 기계 인간, 유전자 조작 인간, 발달된 과학의 힘으로 수명을 연장해서 사는 인간, 지킬 타운에 사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떠오르는 생각들 가운데 친구들과 토론해 보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이 공장에 의뢰해서 맞춤형 아이를 만드는데, 그렇게 해야만 할까요?

저는 맞춤형 아이를 만들면 분명히 좋은 점도 있겠지만 나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수한 머리로 공부는 물론 운동도 잘하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희귀병이 생기고, 부모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이들을 버리게 되어요.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공장에서 아이를 맞추면 되니까요. ― 창진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부모들은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원해서 공장에 의뢰해 만드는데 그것은 옳지 않아요. 사람을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건 정말 도덕적인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지엠오 아이를 따돌림시켜요. 자신도 지엠오인 사실을 숨기고요. 나무가 그랬으니까요. ― 동현
지엠오 아이처럼 똑똑하고 부모가 원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아요. ― 초록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자살하는 애완동물을 만들어 파는 점도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한테 자살하는 애완동물을 팔다니 돈을 벌려는 욕심만 앞세운 회사가 야속해요. ― 윤기
아무리 유전자 조작된 애완동물이지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거예요. 그런데 끔찍하게 자살을 하게 하다니 비인도적이에요. ― 창진
사랑해 주고 잘 보살펴 주었는데 잠시 돌봐 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죽어 버리면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충격도 받을 거예요. 이것은 생명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태도라고 생각해요. ― 초록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유전자 조작을 했지만 과연 동물들도 그것을 원했을까요? 동물도 말할 수 있다면 싫다고 했을 겁니다. 앞으로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동물은 천연기념물처럼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될 거예요. 또 새로운 해충과 세균이 번식하기도 할 겁니다. ― 창진


아이들은 책을 읽고 나서 생명공학의 발전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봤다고도 한다. 유전자 조작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나무를 버리는 부모처럼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익만을 위하여 자살하는 애완동물을 만들어 파는 건 아이들의 순순한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주게 될 것이며, 정 회장 몰래 맞춤형 아이인 나무를 만든 변 상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비록 무뚝뚝한 정 회장이지만 돈보다는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 목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태도에 대해서 칭찬을 하기도 했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생명 공학과 의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인간의 생명 연장이 가능해질 것이지만 어두운 면도 많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일로 떠들썩하던 작년에 출간된 이 책을 읽었고, 얼마 있지 않아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초록이는 언니가 그 영화를 보고 와서 이야기해 주었는데, 듣기만 해도 끔찍했다고 한다. 영화 내용을 간략하게 말해 주는 동안 아이들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은 점차, 발달할 과학 기술이 더욱 걱정되는 듯했다. 자신들이 살아갈 사회인데, 좋은 점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좋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다는 아이들 말을 듣고 조금 놀라웠다. 죽는 건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왠지 무섭고 두렵지만 그래도 순리에 따라 태어나서 살다가 후손에게 살아갈 기회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돌아간단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과학 기술에만 의존한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과 생명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옅어질 것 같다는 기특한 생각들도 꺼내놓았다.

책과 영화에서 보여 주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10년이나 20년, 언제냐가 문제이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 라는 내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하지만 살기에 편하다고 해도 모든 일상을 기계에 의존하고 기계처럼 생활하는 정 회장의 삶보다 지금 자신들이 사는 모습이 좋단다. 정이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단다. 등장 인물과 인터뷰하는 활동과 책을 읽은 소감을 쓰고 마무리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초록이는 책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얘들아,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가 너희들이 원하는 것처럼 정이 있는 사회이기를 나도 바란단다.

※ 이 글에 실린 책 본문 그림들은 본 글쓰기 수업을 함께한 초록이가 만든 「지엠오 아이」 것입니다 ― 편집부.
정승혜│동화책과 동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냥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습니다. 동시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