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통권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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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상 이야기]
아이들과 더불어 노는, 즐거운 과학 책 읽기

손영운 | 2007년 04월

뮤지컬을 보는 느낌을 주는 과학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뮤지컬 공연을 무척 좋아합니다. 최근에 본 뮤지컬로는 「맘마미아!」가 있습니다. 「맘마미아!」는 한때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룹 아바(ABBA)의 주옥 같은 곡들로 만든 뮤지컬입니다. 아바의 노래들은 가사가 쉽고 곡이 단순하며 경쾌하여 따라 부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맘마미아!」 공연이 시작되고 아바의 노래들이 몇 곡 흘러나오자 저는 옛 생각을 떠올리며 따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막이 오른 후 저에게 가슴 뛰는 벅찬 감동을 준 것은 정작 아바의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을 휘어잡는 뮤지컬 가수들의 뜨거운 몸짓과 열창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뮤지컬 가수인 이태원, 최정원, 전수경 등이 뜨거운 정열로 젊은 후배 가수들을 이끌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화려하게 이끌어 나가는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입니다. 아바의 옛 노래들이 추억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면, 노련한 가수들의 열창은 저에게 뜨거운 심장의 박동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의 성대한 커튼콜을 보면서 저는 몸 전체로 반응을 했습니다. 젊은 뮤지컬 가수들이 무리를 지어 힘차게 춤을 추고 합창을 하면서 저에게 젊은 기운을 팍팍 던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 만약에 이 순간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 저 무대에 서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젊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습니다. 처음엔 옛 추억을 떠올렸고, 다음으로 가슴에 벅찬 감동을 느낄 때까지는 관객으로 만족했지만, 이제는 무대 위의 가수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들뜨게 된 것입니다. 나도 저들과 같은 가수가 되어 저들과 함께 경쾌하게 춤을 추고 목소리 높여 아바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마음과 느낌은 다른 뮤지컬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뮤지컬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아름다운 곡과 노래에 빠져, 프랑스 어를 꼭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영국 뮤지컬인 「토요일 밤의 열기」를 보고는 멋있는 춤에 강한 느낌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당장 다음 주부터 스포츠 댄스 학원에 등록해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했답니다. 매번 뮤지컬을 보고 나면 이렇듯 뭔가를 해야겠다는 신선한 충동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듯 뮤지컬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사실 다른 목적이 있어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제가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과학 책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소망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 책이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치고, 보는 아이들이 마치 자신을 주인공처럼 느끼게 해 주는 책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이런 기분을 가질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두 권의 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 아이들』과 『쓰레기 왕국의 비밀』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구석기 시대 빙하기라는 생뚱맞은 배경 속에서 귀여운 네안데르탈 아이들이 펼치는 모험을 담은 책입니다. 책 속에서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무척이나 바쁩니다. ‘올챙이 배’ 할아버지의 동굴 학교에도 가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고, 어려운 시험도 쳐야 합니다. 당연히 창의 높이로 나타내는 성적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오늘날 아이들이 배우는 것과 아주 다릅니다. 네안데르탈 아이들이 동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토끼 잡는 법과 짐승 가죽 벗기는 법’, ‘불씨를 피우는 방법과 호주머니 속에서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보관하는 법’ 등입니다. 또한 가끔 치르는 어려운 시험은 ‘호랑이로부터 재빨리 도망치기’, ‘아이들끼리 어두운 숲 속에서 하룻밤 견디기’ 등입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근엄한 선생님이나 공부를 강요하는 어른들은 없습니다.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선생님과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어른들뿐입니다.

그래서인지 빙하기 시대의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행동과 생각이 아주 자유롭고 창의적입니다. 아이들은 절대로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묻고 스스로 고민합니다. 특히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똑똑이’는 “왜 새들은 나는데 사람들은 날지 못하죠?”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는 걸까요?” “밤이 되면 태양은 어디로 가는 거죠?” “왜 물은 산 위로 흘러가지 않는 거죠?” “별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거죠?” “왜 달은 별들과 부딪히지 않는 거죠?” “왜 불은 타오르는 거죠?”라고 질문을 해 댑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왜 내 머리 속에는 ‘왜’라는 것이 자꾸 떠오르죠?”라는 질문을 합니다.

똑똑이가 이런 질문을 쉴 새 없이 하면 위대한 사냥꾼 ‘비버’ 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껌뻑거리다가 “그딴 건 알아 봐야 늑대를 잡는 데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라는 말을 하고 도망쳐 버립니다.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똑똑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고, 발명해 내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져 겨울 동굴로 이사를 가게 되자 똑똑이는 동굴 앞에서 진흙으로 만든 낭떠러지 모형으로 자신이 발명한 새로운 이사 도구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이 책은 과학과 거리가 먼 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이 매우 좋은 과학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과학 지식보다는 과학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동화 책이 되기 전에 먼저 연극으로 시작된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연극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이탈리아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극 중에 하나로 꼽힙니다. 이 연극은 보고 있는 관객들보다 각각의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는 아이들이 더 열광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쓴 작가 루치아노 말무지의 말을 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제가 쓴 동화가 아닙니다. 이 책을 쓴 것은 아이들입니다. 이 동화는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제각각 쏟아 낸 귀엽고 깜찍한 말들과 행동들의 모음이니까요. 우리는 한 번도 완성된 대본으로 연극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저는 무대 위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빙하기 시대로 여행을 갔을 뿐이죠. 그러면 짐승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얼굴에 털을 달고, 돌망치를 든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정말 네안데르탈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답니다.”

바로 이겁니다. 좋은 뮤지컬은 관객으로 하여금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행동과 느낌을 따라서 가지고 싶어하게 만듭니다. 그처럼 좋은 책은 읽는 독자가 그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고, 주인공이 가지는 생각과 느낌을 잘 전달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좋은 과학 책은 과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책입니다. 이런 면에서 『네안데르탈 아이들』은 좋은 과학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똑똑이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할 마음을 가질 테니까요.

환경을 살리는 땅속 나라 모험 이야기를 다룬 『쓰레기 왕국의 비밀』도 중국의 어린이 극 「미궁」을 동화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미궁」은 베이징어린이예술극단에서 공연하던 당시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등 중국 전역의 어린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연극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쓰레기 왕국의 비밀』이라는 책은 연극이 가지는 입체적인 특징과 현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공부 안 해도 되고 엄마 아빠 잔소리도 없는 곳을 꿈꾸던 개구쟁이 ‘동동이’는 자명종의 꾐에 빠져 듣도 보도 못한 쓰레기 왕국에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버린 물건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거대한 왕국. 그곳을 지배하는 신발 한 짝, 사과 조각, 음료수 캔! 이들 쓰레기 삼총사가 준비한 인간에 대한 복수와 이곳을 탈출하려는 동동이 이야기에서 우리 지구의 미래와 깊이 관련이 있는 환경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한 편의 스릴 넘치는 모험 영화나 신나는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저는 과학 책을 쓰는 작가로, 이 두 권의 책을 보고 뭔가 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욕심이 가득 담긴 과학 책보다는 그냥 아이들과 더불어 노는 즐거운 과학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참 열심히 했습니다.
손영운│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지내다가, 과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재미있는 과학 책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과학사』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 『꼬물꼬물 과학이야기』 『엉뚱한 생각 속에 과학이 쏙쏙』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간조선』에 「과학논술」을, 월간 『뉴턴』에 「손영운의 한반도 과학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