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통권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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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자랑스러워요

정승혜 | 2007년 04월

세종 임금은 우리 말을 나타낼 글자를 만들었어요. 이 글자는 모두 28자이고 ‘훈민정음’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훈민정음 뜻이 무엇인가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예요.”
이것은 둥글고 긴 통 모양에 놋쇠로 만들었어요. 깊이는 32센티미터, 둘레의 지름은 15센티미터 정도입니다. 1441년 세종임금 때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빗물의 양을 재는…….
“측우기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답했다.

전 시간에 4학년 아이들에게 『세계가 놀란 발명이야기』 책을 꼼꼼하게 읽어 오라는 뜻으로 독서 퀴즈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낸 문제를 풀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10문제를 내 와서 친구들과 바꿔 풀기도 하면서 읽은 책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친구가 내 온 문제를 풀면서 “야~ 이 문제는 나도 냈어!”, “나도, 나도!” 서로 비슷한 내용의 문제를 보면 신이 나서 재빨리 답을 쓴다. 답이 생각나지 않는 문제에서는 친구에게 “왜 이렇게 어려워?” “너도 무지 어렵게 냈잖아.” 한다. 그러다가 아리송한 문제에서는 문제 낸 친구가 열심히 설명한다. 독서 퀴즈를 하는 건지 서로 의논하면서 답을 쓰는지 모호했지만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마냥 예쁘기만 하다. 정답을 몇 개 썼는지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을 알아 가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친구가 문제를 다 풀면 돌려받아 채점을 하는데, 아이들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자기가 문제를 내 놓고도 답을 잊은 경우가 많아서 책을 뒤적거리며 찾는다. 때로는 채점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문제를 낼 때 답을 따로 써오게 했더니 공책에 써온 답을 보면서 열심히 채점을 한다. 둘씩 편을 갈라서 낱말을 맞히는 놀이도 하는데 이 놀이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하는 스피드 퀴즈 게임을 본뜬 것이다. 2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한 친구가 낱말이 적힌 쪽지를 보고 같은 편 친구에게 설명해서 낱말을 맞히는 놀이이다. 『세계가 놀란 발명이야기』를 읽어 온 아이들과는 낱말 대신 책에 나온 발명품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어서 했다.

그림을 본 아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손짓 몸짓까지 하면서 열심히 친구에게 설명하고, 답을 말하는 친구는 정답이라고 할 때까지 이런저런 낱말들을 말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라도 더 맞히려고 열을 낸다. 설명하던 친구가 답답한 마음에 엉겁결에 답을 말해 버리는 일도 있는데 답을 말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하면 아쉬워 어쩔 줄 모른다. 이 놀이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한 번 더 해요. 네? 제발요~” 하기 때문이다. 다른 편과 경쟁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놀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들떴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앞서 퀴즈에 이용했던 그림 카드를 하나씩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격루, 첨성대, 화약, 측우기, 거북선, 대동여지도, 씨 없는 수박, 고려 청자 등을 왜,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속에 어떤 과학 기술이 숨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신라 27대 여왕인 선덕여왕을 기리기 위해 돌 벽돌을 27단으로 쌓은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사실 외에도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1300여 년 동안 끄떡없이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려주었다. 먼저 첨성대를 짓기 전에 첨성대 지하와 그 주변의 땅을 파서 그 안에 큰 돌과 자갈, 흙을 층층이 다져 넣어 건물의 기초를 튼튼히 잡아 주었고 첨성대 중간 부분까지도 자갈이 섞인 흙으로 채웠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조상님들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체험 학습으로 간 박물관과 여행 갔던 경주에서 첨성대도 보았는데,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만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세종 임금님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계속 한자를 쓰고 있을 테고, 한자를 배우느라 더 힘이 들 것이라고 한다. 배우기 어려워서 글자를 못 쓰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외국에 나가서도 우리 글이 없어 자존심이 상할 것이고, 중국 사람들이 으스댈 것이다, 말과 글이 달라서 헷갈릴 것이다, 어쩌면 말도 중국 말 비슷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중국 말을 더 많이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가 새삼 알았단다. 더욱이 24자로 쓰고 싶은 글자를 모두 나타낼 수 있고, 여러 가지 소리를 옮겨 쓸 수 있기에 아주 뛰어난 글자로 다른 나라에서도 칭찬한다고 했더니 어깨가 우쭐해진단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문자 등으로 우리 글이 많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하자 배시시 웃는다. 글을 쓰면서 그림말(이모티콘)이나 인터넷 용어들을 습관처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쓰고 있는 우리들이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거북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책에 나온 여러 장치 외에도 더 붙이고 싶은 기능이 있는지 물었더니, 지은이는 잠수해도 되는 장치를 말하고, 기상이는 여러 사람이 힘들게 노를 젓는 대신 고무 동력기 원리를 이용하여 배 꽁무니에 엔진을 달겠다고 한다. 다민이는 군사들이 쉴 수 있는 방을 잘 꾸며서 잠시라도 쉬게 해 주고 싶단다. 가영이는 거북이 입에 대포를 달아 펑펑 쏘겠다고 한다. 그래, 너희들이 생각해 낸 것처럼 부족한 부분, 불편한 점을 고치려고 궁리해서 더 새로운 물건을 만든 게 발명이지. 마침 다민이가 모양이나 쓰임이 다른 지우개를 가지고 있었다. 지우개로 글자를 지우면 찌꺼기가 나오는데 뒤에 붙어있는 플라스틱 통을 굴리면 지우개 찌꺼기가 그 통 속으로 들어가는 지우개이다. 다민이 지우개를 들어보이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지우개는 다르게 생겼네. 뒤에 플라스틱 통이 붙어 있구나. 뭐에 쓰는 거니?
“지우개와 쓰레기 통이 함께 있는 거예요. 이렇게 쭉 밀면 지우개 밥이 통 속으로 들어가요.”
다민이가 직접 해 보이자 아이들은 그런 건 새삼스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나는 짐짓 모른 체 시치미를 떼고 또 물었다.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까만 지우개 밥으로 공책이랑 책상이 지저분하잖아요.”
그렇구나. 평소에 지우개로 지우고 까만 지우개 밥을 후후 불거나 손바닥으로 쓸어 내잖아. 그러니까 지우개와 쓰레기 통이 붙어 있는 거네.

다민이 지우개처럼 두 기능을 갖고 있거나 편한 학용품을 더 찾아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샤프와 볼펜이 함께 있는 펜, 여러 색을 쓸 수 있는 펜, 돋보기가 있는 자를 내놓았다. 그 외에도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고 편리한 발명품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나는 대로 말해 보라고 했더니 선풍기, 에어컨, 컴퓨터, 텔레비전, 자동차, 전화, 세제, 휴대 전화기, 전등, 레이저, 비행기, 전자 레인지, 세탁기, 청소기, 스팀 청소기 등 많은 물건들을 생각해 냈다.

“사람들은 뭔가 불편하면 좀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물건들을 발명하고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바람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냈단다. 그 덕분에 우리 생활은 아주 편리해졌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얼굴이 되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상이는 레이저와 칼이란다. 레이저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쓰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지만 전쟁에서는 살인 무기가 되고, 칼은 엄마나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 때 쓰면 요리 도구이지만 살인범이 쓰면 무기라고 한다. 다민이는 에어컨은 여름에 시원하게 해주지만 계속 틀어서 찬 바람을 쐬면 감기에 걸리고 병이 생긴다고 한다. 지은이는 광산이나 굴처럼 땅을 파는 데 좋은 다이너마이트는 전쟁할 때,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죽이는 도구로 변한다고 한다. 아이들 모두 자동차를 말했는데 가고 싶은 곳을 빨리 갈 수 있지만 매연 때문에 공기가 오염되고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니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단다.

발명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아주 많은 노력을 하지. 기발한 생각을 해서 발명품을 만든 장영실, 화약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최무선, 푸른 빛을 내는 고려 청자와 상감청자를 만든 고려의 도공들,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김정호 등에 대한 아이들 생각을 들었다. 아이들은 발명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 방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쌓고 정성을 들이고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필요하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중요하단다. 그런 점에서 우리 조상님들이 지혜롭고, 존경스럽단다. 평소 어떤 일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면 포기해 버리는데 자기들도 끈기를 길러야겠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을 위해 힘들게 만든 발명품, 만든 사람 처음 의도대로 이롭게 잘 써야 하는 건 우리들 몫이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이 내 말 끝에 덧붙인다.
“첨성대, 금속활자, 고려청자, 상감청자 같은 우리 문화 유산도 잘 보존해야 해요.”
“우리 조상님이 자랑스러워요.”
“세계도 놀랐고 저도 놀랐어요.”

자신도 놀랐다는 다민이 말에 우리는 웃었다.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낀단다. 그렇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꿈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우리 나라를 빛내는 발명품을 보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이어 가리라 믿는다.
정승혜│동화책과 동시를 읽는 일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마냥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습니다. 동시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