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통권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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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우리 안의 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
나무꾼과 선녀 <1>
――네 가지 유형

김환희 | 2007년 04월

「나무꾼과 선녀」는 비슷한 유형의 설화들이 스칸디나비아, 몽골, 만주, 일본, 중국, 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되는 세계 광포 설화이다. 서양 사람들이 「백조처녀」라 부르는 이 설화는 몽골과 만주에서는 종족의 시조에 관한 신화로 전해지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은하수와 칠월 칠석의 유래를 전하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서양 학자들은 「백조처녀」의 기원을 『아라비안나이트』 에서 찾고 있지만, 이 유형의 설화는 4세기에 중국의 간보가 쓴 『수신기』에 이미 실려 있을 정도로 기원이 오래 되었다. 또 어떤 학자들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우르바시와 푸루라바스의 사랑 이야기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외국에서 전해지는 「백조처녀」 설화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유형은 지상계 남자가 천상계 여인의 날개옷을 감추고 함께 살지만 나중에 날개옷을 발견한 아내가 떠나 버리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유형은 천상계 아내가 떠나 버린 후에 지상계 남자가 아내를 찾아서 천상계로 가서 온갖 시련을 겪고 아내를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앞엣것은 비극으로 끝나고, 뒤엣것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두 유형의 이야기 가운데서 어느 이야기가 더 기원이 오래되었는지 알 길은 없다. 간보의 『수신기』에 실린 선녀담은 부부의 결별로 이야기가 끝나고 『아라비안 나이트』와 인도 신화에 실린 이야기는 지상계 남자가 온갖 시련을 이기고 다른 세계에 사는 아내를 되찾는 해피엔딩이다. 체렌소드놈이 지은 『몽골민간신화』라는 책을 보면 7편의 「백조처녀」 설화가 실려 있는 데, 이 두 유형이 고루 섞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채록된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크게 네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자식을 데리고 천상계로 올라가는 ‘선녀 승천담’, 두 번째 유형은 남편이 두레박을 타고 천상계에 올라가서 시련을 겪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나무꾼 승천담’, 세 번째 유형은 천상계에 올라간 나무꾼이 처갓집 식구가 내 준 과제를 해결하거나 장인 또는 처남을 없애고 행복하게 사는 ‘천상 시련 극복담’, 네 번째 유형은 천상계에서 살던 나무꾼이 어머니가 그리워서 용마(천마)를 타고 지상에 내려왔다가 금기를 어기는 바람에 수탉이 되는 ‘수탉 유래담’이다. 1)

내가 읽어 본 외국의 「백조처녀」 설화는 거의 대부분 ‘선녀 승천담’처럼 이야기가 부부의 결별로 끝나거나 또는 ‘천상 시련 극복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채록된 이야기는 이 두 유형이 아니라 ‘나무꾼 승천담’과 ‘수탉 유래담’이다. 특히 네 번째 유형인 ‘수탉 유래담’이 가장 많이 채록되었다. 나는 외국 설화집을 두루 읽어 보았지만 나무꾼이 수탉이 되는 ‘수탉 유래담’을 아직까지 단 한 편도 찾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 정인섭, 손진태, 방정환, 박영만 등이 채록한 「나무꾼과 선녀」 설화들이 대부분 ‘수탉 유래담’이라는 사실과 외국의 「백조처녀」 설화에 수탉 모티프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 유형에 우리 설화가 지닌 특수성이 가장 잘 담겨 있을 것 같다.

나무꾼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아무런 시련도 겪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사는 ‘나무꾼 승천담’도 외국의 「백조처녀」 설화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유형의 설화를 우리 옛사람들이 전해 준 설화라고 보기에는 꺼림칙한 구석이 많다. ‘나무꾼 승천담’은 일제 강점기에는 주로 일본 학자들이 출간한 책에 실렸고, 광복 이후부터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여러 차례 실렸다. 1926년에 정인섭이 쓴 일본어 판 『온돌야화』에 ‘나무꾼 승천담’이 한 편 실려 있기는 하지만 ‘받아 쓴’ 이야기가 아니라 ‘떠올려 고쳐 쓴’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정인섭은 1952년에 자신이 채록한 구전 설화를 영어로 다시 출간하면서 일본어 판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민속학적인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 채록 장소, 채록 시기, 구연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 때 그가 소개한 「나무꾼과 선녀」는 ‘나무꾼 승천담’이 아니라 ‘수탉 유래담’이었다. 2)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나무꾼 승천담’이 지닌 구비 문학적인 가치는 일본 학자와 교과서 편찬자들의 손길에 의해서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유형의 설화가 지닌 예술적인 가치나 서사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힘들다. 선녀의 옷을 감추고 억지로 결혼한 나무꾼이 금기를 깼는데도 그 어떤 시련도 겪지 않고 노루(사슴)의 도움을 두 번씩이나 받으면서 하늘나라에 올라가 곧바로 행복해진다는 설정은 구성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튼실하지 못하다. 내 생각에는 ‘나무꾼 승천담’이 생기게 된 것은 교육자나 동화작가들이 ‘선녀 승천담’이나 ‘수탉 유래담‘이 보여 주는 비극적인 결말이 어린이의 사고와 정서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고쳐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나무꾼과 선녀」 설화 가운데서 우리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유형은 ‘나무꾼 승천담’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인 것 같다. ‘선녀 승천담’과 ‘천상 시련 극복담’은 세계 광포 설화인 「백조처녀」와 비슷한 점이 많고, ‘수탉 유래담’은 우리나라 설화에서만 발견되는 고유한 특성들을 담고 있기에 이 세 유형은 공부해 볼 가치가 있다. 이 세 유형을 들여다보면 「나무꾼과 선녀」가 지닌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백조처녀」 또는 「나무꾼과 선녀」 설화가 세계 곳곳 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전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거나 치료하는 학자들은 그 답을 나름대로 모색해 왔다. 분석 심리학자들은 선녀 또는 백조처녀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여성이 아니라 남자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여성성, 즉 남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여성적인 내적 인격(anima, 心魂)으로 보았다. 이부영은 “모든 ‘이야기된 것’은 밖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묘사했다기보다는 정신의 내면 세계에 일어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고 주장하면서, 3) 「나무꾼과 선녀」의 주제를 “나무꾼으로 등장하는 자아가 그의 다른 한쪽, ‘선녀적인 것’을 깨닫는 즉, ‘의식화’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4) 또 그는 「나무꾼과 선녀」와 「백조처녀」 이야기에서 남자들이 겪는 시련과 비극은 남자 안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의식화해서 온전한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 준다고 풀이한다.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를 쓴 고혜경도 이부영과 비슷한 방식으로 선녀를 해석한다. 그는 “선녀 이미지에서 현대 여성들이 정서적, 감정적 동질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근본적으로 남성에 의해 창조된 남성 심리의 산물이기에 그러하다. 성급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하는 이유는 선녀의 이미지가 전형적인 남성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인 아니마의 특징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5)

이 두 학자들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텍스트는 똑같이 ‘수탉 유래담’이다. 그런데 ‘수탉 유래담’에 나오는 선녀를 ‘남성 속의 여성성’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배원룡이 수집한 구비 문학자들의 채록 자료를 살펴보면 「나무꾼과 선녀」를 구연한 여성들의 수가 남성들의 수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적이 없는 ‘수탉 유래담’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입말로 전해 온 사람들은 주로 여자들이었다. 이렇게 여자들이 ‘수탉 유래담’을 즐겨 구연해 온 것은 그 속에 여성들의 현실 인식 또는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무꾼이 잃어 버린 아내를 찾아서 하늘나라에 올라가서 온갖 시련을 겪는 ‘천상 시련 극복담’이라면 이부영이나 고혜경의 견해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이 유형의 경우,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승에 참여했기 때문에 나무꾼의 하늘 여행을 남자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찾기 위해서 온갖 시련을 겪는 자기 실현의 과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남자들이 ‘천상 시련 극복담’에 이끌린다는 사실은 옛이야기를 새로 쓴 소설에서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에 여러 명의 작가들이 「나무꾼과 선녀」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심상대의 「나무꾼의 뜻」, 윤영수의 「하늘여자」, 전경린의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김지원의 「견우와 직녀」와 「나무꾼과 선녀」가 모두 옛이야기 「나무꾼과 선녀」를 고쳐 쓰거나 새로 쓴 소설들이다. 남성 작가인 심상대는 ‘천상 시련 극복담’에 바탕을 두어 이야기를 새롭게 썼고, 다른 세 여성 작가들은 ‘선녀 승천담’과 ‘수탉 유래담’을 고쳐 쓰거나 새로 썼다. 즉 여성 작가들은 이러한 설화 속의 선녀를 현실 속의 여자 또는 자기 자신과 쉽사리 동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 주변의 많은 여성들도 ‘수탉 유래담’에서 선녀가 처한 상황과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 서은아가 쓴 『나무꾼과 선녀에 나타난 부부갈등 연구』란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상담 사례를 보아도, 많은 여성들이 선녀의 삶과 자기 자신의 삶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6)

따라서 「나무꾼과 선녀」처럼 여자와 남자가 전해 주는 이본 유형이 조금씩 다른 경우, 설화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획일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각 이야기가 전승될 때의 이야기 판의 상황, 구연자의 성별과 나이, 이야기의 유형, 사건의 전개 등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부터는 ‘선녀 승천담’ ‘천상 시련 극복담’ ‘수탉 유래담’을 외국의 유사 설화와 비교하면서 우리 설화가 지닌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을 살펴보고, 이러한 이야기에 담겨 있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의미, 옛사람들의 지혜와 꿈에 대해 공부해 볼 생각이다.

1) 배원룡은 이 네 유형 외에도 ‘나무꾼과 선녀 동반 하강형’과 ‘나무꾼 시신 승천형’이라는 유형을 더 첨가하고 있다. 하지만 ‘나무꾼과 선녀 동반 하강형’ 가운데는 ‘천상 시련 극복형’ 속에 포함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고, ‘나무꾼 시신 승천형’은 이본의 수가 매우 적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 「나무꾼과 선녀」 유형을 네 가지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배원룡, 『나무꾼과 선녀 설화 연구』, 집문당, 1993년.
2) 정인섭, Folk Tales from Korea, Hollym, 1982년, 21-25쪽.
3) 이부영, 『한국민담의 심층분석--분석심리학적 접근』, 집문당, 1995년, 188쪽.
4) 같은 책, 190쪽.
5) 고혜경,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한겨레출판, 2006년, 126쪽.
6) 서은아, 『나무꾼과 선녀에 나타난 부부갈등 연구』, 제이앤씨, 2005년, 173-237쪽.


※ 이 글에 실린 그림은 『선녀와 나무꾼』(박철민 그림, 이경혜 글, 시공주니어, 2006)에서 가져왔습니다 ━ 편집부.
김환희│비교 문학을 전공한 후 비교 문학, 어린이 문학, 유럽 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옛이야기’를 화두로 하여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우리 옛이야기가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옛이야기와 창작 동화의 접목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