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통권 제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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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이 문학의 부끄러운 유산]
놀이 세계까지 파고든 부왜 정신

어린이문학회 콩세알 | 2007년 10월

부왜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지라 어린이의 놀이 세계를 빠뜨리지 않고 담는다. 이때 어린이의 놀이 세계에 부왜 정신을 잘 드러내기 위해 전쟁놀이를 자주 표현한다. 전쟁놀이는 여럿이서 편을 지어 싸우는 놀이라 혼자서 노는 아이 모습을 잘 보여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한 부왜 작가는 혼자 노는 아이를 표현하면서 부왜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행기가 떴구나 // 한방쏘자 한방쏘자 // 겨냥을 잘─대고 //
조, 조, 조, 조, 조, // 옳다 됐다 탕!
(고일천, 「비행기 사냥」, 『소년』 1937년 9월호)

이 시를 읽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단지 주인공이 비행기를 봤다는 것뿐이다. 밭을 매다 잠시 쉬는 가운데 비행기를 봤는지 아니면 학교에 가려고 집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비행기를 봤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 비행기를 봤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비행기를 본 순간 아이는 그 비행기를 적군의 비행기로 상상했다는 점이다.

즉, 아이는 비행기를 본 순간 혼자만의 상상 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비행기는 적군이고 자신은 일본 군사이며 이곳은 전쟁터가 되어 맹렬하게 한판 전투를 벌이고 있다. 혼자라고 해서 전쟁놀이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상상에서는 얼마든지 전쟁놀이가 가능한 것이다. 부왜 작가들은 아이들의 상상 세계까지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곧잘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며 놀기도 한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엄마, 아빠를 따라하며 소꿉놀이를 하지 않던가. 부왜 작가들도 이러한 아이 모습을 그렸다. 「어린 동생」(김상헌, 『중외일보』 1928년 11월 22일, 9739호, 3쪽)에는 음악 선수와 운동 선수 흉내를 내는 어린 동생과 그 모습을 매우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화목한 한 가정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속에 숨은 부왜 정신은 앞의 작품보다 더 탄탄하다.

먼저 아이가 흉내 내며 놀고 있는 모습에서 부왜 정신을 찾아 볼 수 있다. “책을 달달 말아서는 / 실로 매여서 / 또또따따 띠띠따따” 불며 음악 선수를 흉내 내는 모습은 일본 군사가 행진할 때 앞서서 나팔로 행진곡을 울리는 악단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 “기척번호 하낫둘셋 / 압흐로갓! / 저 혼자서도 호령하며” 운동 선수를 흉내 내는 모습은 일본 군사가 행진할 때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비록 동시에서는 음악 선수와 운동 선수를 따라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따라한 것은 일본 군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더 눈여겨볼 만한 것은 아이의 이런 행동을 어른이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보고 배우는 것은 부왜의 의지 없이 단순히 모방 본능에 끌려 따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은 다르다. 아이 행동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속 화자는 “사랑스런 어린동생 / 귀여운 동생”이라며 아이의 행동을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작품 속 어린 동생은 화자의 그런 마음을 읽고 더 신이 나서 음악 선수, 운동 선수 흉내를 낸다. 이러한 효과는 읽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린 독자도 일본 군사 흉내 내는 것을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작품 속 아이처럼 흉내 낼 가능성이 크다.

어른에 의해 아이의 흉내 내기 놀이가 정당성을 부여받았듯이, 어른에 의해 아이의 상상 놀이가 정당성을 부여받기도 한다. 「비행기영돌이」(황영덕, 『아이생활』 1943년 3월호)는 입학하는 첫 날,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자신이 일본 비행기라며 마당에서 노는 영돌이를 어머니가 “이뿌기도 하고 걱정을 하시는 낫으로 웃으시면서” 바라보고 있다는 짧은 내용의 작품이다. 아이의 상상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어머니의 행동 역시 부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부왜 작가들은 마음껏 상상하고 즐겁게 흉내 내며 신나게 노는 아이 모습을 그렸지만, 그 모습은 철저하게 부왜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른을 등장시켜 부왜를 위한 상상, 부왜를 위한 흉내 내기를 격려하고 칭찬하여 그 놀이를 독자도 따라하도록 유도하였다. 결국 아이의 즐거운 놀이 세계도 부왜 정신 아래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이문학회 콩세알│어린이와 어린이 문학을 사랑하는 진주 지역의 교사와 학부모, 대학생들의 모임입니다. 콩 한 알을 심을 때도 짐승들의 몫까지 생각했던 옛어른의 넉넉한 마음으로 어린이 문학을 소개하고, 창작하고, 비평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