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통권 제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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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흥겨운 우리 떡 타령 속으로

정순심 | 2007년 11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떡과 관련된 우리 속담은 많기도 합니다. 옛날 재래식 변소에 아이가 빠지면 큰 불행이 온다 하여 똥떡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며 재앙을 피하고자 했던 풍습도 있습니다. 어여쁜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나 돌을 맞으면 새하얀 백설기와 붉은 수수경단으로 기쁨과 소망을 담습니다. 새로이 이웃이 되었음을 알리는 수단으로도, 슬픔이 함께 하는 장례나 제사에도 떡은 함께합니다. 이처럼 떡은 예로부터 우리네 생활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스켓에 밀려나고 빵에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되었습니다. 서양의 입맛에 길들여져 떡은 우리에게서 저만치 물러나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그 거리가 더 크겠지요. 입에서 멀어지고, 떡에 담긴 넉넉한 인심과 우리 고유의 풍습을 아는 일은 더더욱 멀어진 어린이들에게  『에헤야데야 떡 타령』으로 그 거리를 좁혀 보면 어떨까요?

책은 서울 지역에 전해져 오는 떡 타령을 중심에 두고 다른 지역의 떡 타령을 보태어 더욱 풍성한 가락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일 년 열두 달, 달마다 돌아오는 고유 명절에 맞추어 그에 얽힌 풍습과 해 먹던 떡에 대해 알려 줍니다. ‘1월에 먹는 떡은 설날 아침 떡국 떡. 정갈한 마음으로 새해 새 날 맞으며 한 사발에 나이 한 살 더 먹는 새하얀 떡국.’ ‘5월에 먹는 떡은 오월 단오 수리취떡. 창포물에 머리 감고 하늘하늘 그네 뛰고 액막이 수리취 잎 듬뿍 넣어 수리취떡.’ ‘11월에 먹는 떡은 동지 팥죽 새알심. 훠이훠이 뿌리면 잡귀가 도망가는 붉은 팥죽에 나이 수만큼 넣어 먹는 몽글몽글 새알심.’ 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가 와 닿습니다. 압축적인 말을 잘 집어 내어 입에 감기는 쉬운 글로 명절의 의미와 풍습에 따른 떡을 풀어 내었네요.

떡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동글납작 찹쌀 반죽에 파르르 꽃잎 얹고 기름 둘러 치지직 지져 내어 조청 찍으면…….’ ‘멥쌀가루 시루에 쪄 떡메로 잘 쳐서 골무만큼 똑똑 떼어 조물조물 빚어 내면…….’ 3월에 먹는 진달래화전과 12월에 먹는 골무떡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큼직큼직 빚어 내고, 기름 둘러 지져 내고, 시루에 깔고 켜켜이 흰 팥고물 뿌려 쪄 내고……. 1월부터 12월에 이르기까지 떡을 만드는 재료에서부터 여러 방법으로 완성하는 과정까지를 마치 눈으로 지켜보는 느낌이 들도록 합니다. 재료만 준비하면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책을 따라가며 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달은 ‘떡이오 떡이오 맛난 떡이오.’로 시작되고 ‘에헤야데야 꾸울떡’으로 끝을 맺습니다. 반복되는 어구와 운율이 살아 있는 말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절로 흥이 납니다. ‘꾸덕꾸덕, 똑똑 썰어, 매끈매끈 달곰쌉쌀, 탱글탱글 빚어 삶아, 뜨끈뜨끈 모락모락, 녹진녹진 말캉말캉’ 등의 표현은 떡의 감촉과 그 맛까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제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봅니다. 도드라지는 먹선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붓놀림으로 계절마다의 다양한 색채와 각 달의 풍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우리 고유의 멋을 한껏 살려 내고 그 안에 또한 아기자기함도 담았습니다. 달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두 마리의 토끼와 누더기 옷을 입은 채 거문고를 퉁겨 내는 백결 선생 그리고 올망졸망 모여 떡을 치고 쪄 내는 흐뭇한 광경이 처음에 들어옵니다.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떡이 우리와 함께 했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아마도 백결 선생은 방아 찧는 소리를 연주하며 빈곤한 삶을 이어 가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중이겠지요.

정월 설날 풍경은 가래떡처럼 하얗습니다. 삼월삼짇날의 풍경은 따사로운 봄빛처럼 노랗고 진달래화전처럼 분홍으로 물들었습니다. 유월 유두엔 찌는 더위를 주황으로, 그 아래 더위를 훌훌 털어 줄 떡수단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집니다. 11월 동짓날은 잡귀를 물리쳐 줄 붉은 팥죽을 닮은 어두운 색조입니다.

토끼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채로 열심히 불을 일으킵니다. 튜브를 타고 수영복을 입은 아이의 모습도 슬쩍 지나가고, 직녀는 레이스가 달린 노란 우산을 받쳐 들고 있기도 하네요. 팥죽에 밀려 도망가는 잡귀가 무섭기보다는 우습게 보입니다. 떡판을 이고 가는 여자 곁에 혀를 쭉 내밀고 있는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입가에 슬쩍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이 즐겁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는 것을 끝내고 한 가지에 집중해 봅니다. 달에서 방아를 찧던 토끼들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면 떡을 썰고 있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떡살로 무늬를 찍고, 뻘건 잡귀에게 팥죽을 뿌려 댑니다. 토끼들이 사람들과 함께 떡을 만들기도 하고, 각 달의 풍습에 끼어들어 여러 동작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일까 하던 의문은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집니다. 이제껏 만들어진 여러 떡들이 배를 장식하기도 하고 배에 전부 실려 있습니다. 돛은 가래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토끼들이 떡을 모아 떡 배를 타고 꿀물 강을 건너 다시 달나라로 돌아가는 것인가 봅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은 떡을 싣고 토끼들이 달나라에 갔으니,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일이 그리 헛된 일만은 아닐 듯합니다. 이런 즐거운 장치를 만들어 놓은 그림 작가의 재치에 한 번 더 웃음을 짓게 되네요.

입에 착착 감기는 흥겨운 타령을 멋스럽고 정감어린 그림들과 함께 만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면 떡과 멀어져 있던 아이들이 성큼 떡 앞으로 달려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거기에다가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직접 떡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면 몇 배로 늘어난 재미를 마음에 품게 될 것입니다.
정순심│오픈키드 도서 컨텐츠 팀장. 아이들 책을 보며 자라고 있습니다. 세상이 환한 미소로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