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통권 제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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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읽었어요]
우리, 함께 아파하고 함께 행복하자!

서 단 | 2007년 12월

우리 반 칠판 오른쪽 위 귀퉁이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자! 함께 사는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말이 적혀 있다. 내가 지금의 6학년 4반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정성들여 써 둔 말이다. 오며 가며 보고 마음에 새기라고 일부러 눈에 잘 띄는 데 적어 두었다. 마침 2학기 들어 얼마 전 사회 시간에 인권에 대해 공부했고, 조금 있으면 지구촌 문제에 대해서도 배운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것을 한꺼번에 펼쳐 보리라 생각했다.

이 날을 위해 준비한 책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와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를 꺼내 들었다. 이 두 권은 내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만든 책이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쁜 요즘 아이들을 위해서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아침 활동 시간과 사회 시간에 틈틈이 읽어 주기로 했다.

이 책은 모두 아홉 개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읽어 주기가 참 좋다. 아이들 생활과 좀 가까운 이야기부터 하려고 가장 마지막 장 「초콜릿의 쓰디쓴 비밀」을 먼저 읽어 주었다. 책을 읽어 주기 전에 “초콜릿 좋아하는 사람?” 하고 물었더니 모두가 손을 든다. “왜 좋아하는데?” 했더니 한결같이 “달콤해요.” “맛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자, 이제 너희가 그토록 좋아하는 달콤한 초콜릿의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게.” 했다. ‘비밀’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나를 보았다. 먼저 코트디부아르라는 낯선 나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고 초콜릿 원료가 되는 카카오 생산량이 세계 1위인 나라다. 이 나라의 넓은 카카오 농장에는 어린 아이들이 일한다. 여기서 일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팔려 온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하루 14시간에서 20시간에 이르는 위험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아이들은 굶주림과 매질, 열악한 생활 환경, 과도한 노동, 살충제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어 참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평소에는 장난기 가득한 녀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초콜릿은 그냥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것인 줄 알았단다. 자기들보다 어린 꼬마 아이들이 높이가 12~15미터나 되는 아주 큰 코코아 나무에 올라가서 딴 카카오 열매가 초콜릿이 된다는 것을 몰랐단다. 그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니 가슴 아프단다. 그냥 쉽게 사먹는 500원짜리 초콜릿 안에 다른 나라 아이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줄은 정말로 몰랐단다. 초콜릿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고 앞으로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먹어야겠다고 한다.

초콜릿의 비밀을 폭로하고 나서 「낙타 몰이꾼 알스하드」 「팔려 가는 소녀들」 「소년병 피바람」도 틈날 때마다 읽어 주었다. 네 살 때 아버지 친구에게 유괴되어 팔려 간 「낙타 몰이꾼 알스하드」를 읽으면서 나는 가능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이들의 안타까워하는 표정,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나 여러 번 목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경마와 비슷한 낙타 경주에 이 이야기 배경이 되는 아랍 에미리트를 비롯한 아랍 지역 사람들은 열광한다고 한다. 기수가 가벼울수록 낙타가 빨리 달리기에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아 아이들은 영양 실조로 머리카락, 손발톱이 빠진다. 경주가 있기 며칠 전에는 아예 물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알스하드는 잡혀 온 지 5년 만에 구출되는데, 오랫동안 영양 섭취가 안 되어서 뇌 세포가 죽어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으으’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팔려 가는 소녀들」은 집안의 빚 때문에 어린 여자 아이들이 자기 부모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팔려 가 셋째, 넷째 부인이 되고 하녀처럼 학대당하는 이야기다. 여학생들은 자기 또래의 이야기라니 믿을 수 없다며 몸서리를 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소년병 피바람」을 들으며 가장 크게 분노했다. 한창 부모 품에서 사랑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여덟 살 모하메드는 부모를 잃고 소년병으로 끌려가 총을 잡고 사람들을 죽인다. 어른들은 모하메드와 같은 소년병들 머리에 마약을 주사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지현이는 이 이야기가 가장 사악하고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아이들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래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게 무척 마음이 아프단다.

아이들은 자기가 사는 이 지구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니 너무 충격적이라고, 새삼 자기는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다른 사람이 나로 말미암아 불행해지지 않도록 먼저 노력해야겠다고, 아이들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어른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도 이해하기 좋은 쉬운 책이다. 무엇보다도 글쓴이가 주인공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아픔을 드러내고 있기에 애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 자기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호소력 짙은 말로 담담하게 풀어 간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의 상황을 자기의 일인 것처럼 느끼고 안타까워하며 분노한다. 아마도 같은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라서 더 공감한 듯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어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지완이는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엄마께도 꼭 읽어 보라고 했단다. 독서왕 태완이는 구성이 탄탄해서 정말 눈을 뗄 수 없었단다. 보통의 책은 열심히 하면 성공하고 착한 일을 하면 보답 받는다는 내용이지만 이 책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흥미로웠단다. 이 책은 흑인들이 백인들의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사춘기 흑인 소녀 캐시의 눈을 통해 보여 준다. 자기 농장을 소유한 캐시네와 땅을 넓혀 가려는 백인 대지주 할런 그레인저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등장 인물이 많아서 좀 헷갈렸다고 하는데, 뒤로 갈수록 인물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주인공 성격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단다. 국어 시간에 배운 대로 인물의 말과 행동에 주의하여 읽으니 인물 성격이 눈에 들어오더란다.

특히, 여러 인물 가운데서 티제이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현이는 티제이가 너무 밉다고 했다. 친한 친구인 스테이시의 코트를 얍삽한 수법으로 빼앗고, 캐시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웰러스 상점에 가 일러바쳐서 학교를 그만두게 하여서다. 그 뒤 질 나쁜 백인 심스 형제와 어울려 다니면서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려서 어처구니가 없었단다. 지완이는 티제이가 속마음은 나쁜 아이가 아닌데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티제이의 튀고 싶어하는 성격이 늘 문제가 되고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 요소이다. 특히, 티제이가 누명을 써 백인들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혜성같이 등장한 재미슨 씨가 백인이고 흑인에게 우호적인 변호사라서 뭔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마저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니 독자들은 다시 또 긴장한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 캐시네 목화밭에 불이 나고, 티제이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던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두 불 끄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이는 티제이를 구하려고 캐시 아버지가 목숨과도 같은 자기 목화밭에 불을 지른 것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캐시는 눈물 흘린다. 세상에 냉소적이고 티제이를 싫어했던 캐시는 부당한 세상과 맞서 싸워 나가리라 다짐을 하고, 티제이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캐시는 역경을 통해서 한층 더 성숙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책은 탄탄한 구성, 치열한 주제 의식, 살아있는 캐릭터로 무장된 완벽한 작품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어떻게 피부색으로 그토록 사람을 차별할 수 있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단다. 누가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라고 했던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비상식적인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책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친구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물어 보니 지홍이는 그 나라 말로 힘내라고 편지를 써서 보내고 싶단다. 학용품, 인형 등을 보내자는 말도 많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보내자는 말도 있고 부모님들 설득해서 기부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한다. 또, 무엇보다 지구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귀 기울여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음을 텔레비전, 인터넷, 뉴스, 신문, 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 주어야 한단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해 본 아이들이라면 자라면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캐시처럼 세상을 혐오하기보다는 분노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연대 하며 동참해야겠다고 어렴풋이 느낀 것이리라.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하나씩 변화시켜 가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리라.
서 단│내가 행복하고자, 그리고 그 행복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어린이 문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어여쁜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아이들과 어린이 문학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