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통권 제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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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쓰기]
우리는 친구

김미혜 | 2008년 02월

어떻게 시를 가르쳐야 하나? 어떤 이론으로 시 쓰기를 가르칠 것인가? 시 작법은 무엇인가? 시론을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좋은 시집을 고르고 좋은 시를 고르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시를 읽히는 수밖에 없다. 시를 자꾸 읽다 보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힐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시를 읽다 말고 안달을 한다. “저도 시 쓰면 안 돼요?” “안 돼! 좀 더 읽자.” 충동 억제만큼 효과적인 동기 유발은 없을 것 같다는 꼼수에서 나오는 유치한 작전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시 쓰는 시간을 가질 때는 가장 먼저 시를 읽는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기 글’을 함께 읽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아이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그린 시를 읽으면서 가슴으로 번져오는 반가움, 감동을 나누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아, 시란 이렇게 삶의 이야기를 그리는 거구나, 나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면서 ‘완전 초짜’들도 시를 쓰겠다고 덤벼들기 때문에 더 즐겁다.

팔려가는 소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 소장수 아저씨가 ‘이랴’ 하며 / 꼬리를 감아 미신다. / 엄마소는 새끼 놔두고는 / 안 올라간다며 눈을 꼭 감고 / 뒤로 버틴다. / 소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 차에 실었다. / 새끼가 올라가니 / 엄마소도 올라갔다. / 그런데 그만 새끼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 발을 묶어 내릴려고 해도 /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엄마소 옆으로만 / 자꾸자꾸 파고 들어간다. / 결국 엄마소는 새끼만 보며 / 울고 간다. (조동연, 『엄마의 런닝구』에서)


어떤 정황인지 그대로 펼쳐놓은 시를 아이들과 나누어 읽는다. 그리고 시에 나오는 상황을 재연해 본다. 아이 한 명은 어미, 한 명은 새끼, 한 명은 소장수. 가슴 뭉클한 연기를 할 줄 알았다. 시를 읽은 뒤 느낌을 나눌 때 안타깝다, 슬프다, 불쌍하다, 소를 팔지 말면 좋겠다, 그렇게들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코믹 개그를 즐긴다. 통한의 이별 장면마저도 희화시킨다.

내 동생
내 동생은 2학년 / 구구단을 못 외워서 /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 내 동생 선생님이 /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 2학년 교실을 나와 / 동생에게 /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 교실에 들어갔다. / 집에 가니 밖에서 /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 놀고 있었다. /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 밥 먹고 자길래 / 이불을 덮어 주었다. / 나는 구구단이 밉다. (주동민, 『내 동생』 전문)


시 그림책 『내 동생』을 슬라이드 자료로 감상한다. 한 편의 시를 풍성한 그림책으로 만든 이 시리즈를 나는 시 쓰기 수업 자료로 자주 활용한다. 음악, 그림과 함께 시를 감상한 뒤에는 이야기를 나눈다.

나라면 동생을 못 놀게 하고 구구단을 외우게 할 거다, 잠자는 동생을 깨워 공부시킬 거다, 나라면 구구단이 안 밉고 동생이 미울 거다, 저 오빠는 참 착하다……. 아이들은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의 마음을 다 들여다본다.

우리도 시를 써 볼까? 머리로 꾸며내지 말고 실제 본 일이나 겪은 일로 써야 한다, 시를 처음 쓰는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내 친구 김민재
내 친구 김민재는 / 점박이다. / 코에 점 2개가 / 콕콕 박혀 있다. // 내 친구 김민재는 / 귀염둥이다. / 김민재가 방글방글 / 웃을 때 /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 민재야, / 친하게 지내자. (1학년 오혜주)

내 짝 소연이
내 짝 소연이는 / 멋쟁이 친구다. / 타자도 빠르고 / 공부도 잘 한다. / 하지만 난 샘이 안 난다. / 그냥 나도 ‘노력’이라는 / 마음뿐이다. / 내 마음은 소연이 생각 뿐 / 딴 친구는 별로……. / 소연이는 마음도 예쁘다. / 얼굴도 예쁘다. / 나랑 싸울 때도 있지만 / 소연이는 좋은 친구다. (1학년 김미정)

최지원
최지원은 참 예쁘게 생겼다. / 사과 같은 입술 / 앵두 같은 입술 / 보석 같은 눈 / 흑진주 같은 눈 // 어쩜 그렇게 이쁘고 예쁠까 / 어쩜 그렇게 귀엽고 깜찍할까. // 내 마음은 요동친다. / 그 여자 아이는 완전히 퀸카다. // 나도 비결 갈쳐 주라. / 나도 비결 갈쳐 주라. (1학년 김정윤)

내 친구 소참비
어느 날 소참비 눈에 / 혹이 볼록 / 튀어나왔다. / 무서웠다. / 참비가 혹이라고 말했다. / 눈에 혹이 났다고 하니 / 깜짝 놀랐다. / 친구들도 놀랐다. / 놀리기도 한다. / 참비가 약을 발랐다. / 낫지는 않았다. / 나는 슬펐다. /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거다. (1학년 김지원)


한 반 아이들을 눈여겨보고 그것을 시로 쓰자 했는데 아이들은 저와 가깝게 지내는 아이 말고는 마음에 잘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시를 쓰기 전에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이런 저런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막상 연필을 잡으면 다들 물 건너가고 거의 내 짝, 내 친구 이야기다. 한 장면을 잡아 쓰기도 힘든가 보다.

「내 친구 김민재」 「내 짝 소연이」 「최지원」에게 구태의연한 비유, 찬사가 늘어진다. 이몽룡이 성춘향을 처음 본 순간인 듯 눈부신가 보다. 어디에선가 본 표현을 짜깁기했어도 봐 주기로 한다. 마구 써나가는 얼굴이 신나 보이기 때문이다. 출발선에선 폭 넓게 ‘우선 허용’하고 싶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 보면 길이 보일 테니까. 「내 친구 소참비」에게는 칭찬이 후해진다. 친구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 아름다운 마음에 한 표, 한 가지를 붙잡아 써서 한 표다.

받아쓰기
받아쓰기를 했다. / 내 짝은 다 맞았는데 / 나는 한 문제 틀렸다. / 속상하다. / 그래서 내 짝은 / 머리가 큰가 보다. // 이번에는 내가 다 맞았다. / 날아갈 것 같다. / 내 짝은 시험지를 숨긴다. / 내 짝이 불쌍하다. (1학년 이재린)

받아쓰기
받아쓰기에서 / 내 짝이 한 문제를 틀렸다. / 그래서 내 마음이 / 아싸! / 하지만 내가 한 문제를 틀리면 / 내 짝은 나를 위로해 준다. (1학년 이소연)

시 험
내 짝은 받아쓰기 / 최저 점수가 10점이다. / 너무 웃긴다. / 싸움만 잘 해 가지고……. / 넌 아이큐 10에 / 전투력 무한대야. // 나는 최저 점수가 60점인데 / 나랑 50점 차이 나네. (1학년 김정윤)

감 기 아파서 학교를 못 갔다. / 목도 아프고 / 몸 전체가 아팠다. / 그래서 말도 잘 못했다. / 나는 누워 있기만 했다. / 아파서 잠을 두 번을 잤다. / 엄마는 내가 시키는 것 / 다 해 준다. / 그런데 아무한테도 / 전화가 안 왔다. / 나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1학년 홍지수)


시험 보았을 때, 아팠을 때 일은 마음을 드러내기에 좋은 글감이다. 시마다 아이들 마음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질투심, 경쟁심마저도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쓴 시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마음이 어때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친구들이 쓴 「받아쓰기」, 「시험」을 읽으면서 심통이 나는 마음, 공부 못하는 짝을 업신여기는 마음보단 내가 한 문제 틀렸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짝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기」를 읽으면서 아픈 친구에게 무관심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들은 순진한 마음, 따뜻한 마음을 되찾으려 한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려 한다. 아이들은 그 마음이 좋은 시를 쓰게 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차차 알아가게 될 것이다. 바른 마음, 따뜻한 마음에서 좋은 시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을 테니까.
김미혜│국어교육학을 공부하였고 숲, 절터, 박물관에서 놀고 배우며 동시와 그림책 글을 씁니다.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 자연이야기 『나비를 따라갔어요』, 단청 그림책 『그림 그리는 새』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