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통권 제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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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나들이]
도서관과 지역사회의 구원투수
――도서관 자원 활동가들

조혜전 | 2008년 04월

조용한 실내, 정돈된 서가. 진지하게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 도서관은 얼핏 보면 매우 정적인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매우 자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그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꿈을 꾼다.

덕수궁에 찾아온 책 버스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이 서가에 배열되어 이용자들의 간택(?)을 기다리기까지는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쳐야 한다. 수서, 정리, 배열, 이용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도서관 업무의 대부분은 사서들의 몫이다. 간혹 잘 정리된 도서관의 모습을 보고 사서들을 ‘도서관에서 한가하게 책을 읽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도서관 업무는 하지 않은 일은 딱 표시가 나는 반면에 해 놓은 일은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서들의 기운이 빠지는 때도 있다. 매년 수만 종의 출판물이 쏟아지는 출판물 홍수 시대에 우리 나라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 수는 너무나 적다. 그래서 도서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조력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 때 힘을 주는 구원투수들이 바로 자원 활동가들이다.

자원 활동가는 문자 그대로 자원하여 봉사하는 사람들로, 일에 대한 보수의 고저보다는 애정의 유무가 자원 활동의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또 시간적인 여유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도서관에서 자원 활동가의 업무는 대부분 책을 서가에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배가 업무와 청소 등의 환경 정리이다. 많은 도서관들이 배가와 환경 정리에 자원 활동가의 힘을 많이 빌리고 있다. 하지만 자료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도서관의 수와 서비스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자원 활동가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원 활동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사회적인 특성상 청소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성들이다. 특히 학부모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학교 도서관 자원 활동가들은 더욱 그렇다. 사서 교사가 없는 대부분의 학교 도서관에서는 자원 활동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자원 활동가 대부분은 대출과 반납 업무를 담당하지만 때로는 수서에서 정리에 이르는 사서 업무까지 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 도서관의 경우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학교 도서관 자원 활동가들보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배가 및 서가 정리, 대출과 반납, 이용자 안내 외에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맡기도 한다. 특히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북스타트 플러스 프로그램’, ‘매일매일 그림책 읽어주는 도서관’, ‘영어로 동화책 읽어주기’ 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자원 활동은 아이와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든 이용자에게 차별 없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서비스한다.’는 도서관의 기본 이념으로 볼 때,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자원 활동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 나라 도서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서비스 분야의 자원 활동 영역은 주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자원 활동이다. 점자도서 제작을 위한 책 접기, 표지 접기 및 녹음도서 발송을 위한 박스 만들기 등의 단순 작업에서부터 ‘들려주고 들어주는 그림책 방’과 같은 시각 장애아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 녹음 도서를 위한 낭독 봉사, 점자 도서 제작 위한 사전 작업인 입력 봉사와 교정 봉사 등이 있다. 낭독 봉사는 주로 성인 여성이, 입력 봉사는 청소년이 맡아 하고 있는데 입력 봉사의 경우 내관하지 않고 주로 각 가정에서 한다. 교정 봉사 활동은 워드로 입력된 파일을 원본 책과 비교하여 틀린 글자는 고치고, 내용이 빠진 부분은 수정하여 입력하는 봉사 활동이다. 주로 대학생들이 관내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고 있다. 이러한 입력과 교정 작업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 작업이다.

도서관에서 자원 활동가의 영역은 공공 도서관보다 민간 설립 도서관에서 그 폭이 넓다. 사립 도서관은 설립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원 활동가의 연령층과 영역이 다양화, 세분화되어 있다. 사립 도서관의 자원 활동 분야는 배가와 대출, 반납, 청소에서부터 자료 정리, 보수 회원 명부 입력과 관리 등의 기술 업무, 기획, 자문, 도서관 홍보, 홈페이지 운영 등의 행정, 프로그램의 진행, 참고 서비스, 이야기 들려주기 등의 이용자 서비스 측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서관에서 자원 활동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자원 활동가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도서관마다 다르게 실시하고 있는데 2~3시간의 단시간부터 20~30시간의 장시간까지 교육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내용은 도서관의 사회적인 역할과 기능, 도서관 운영 등의 도서관 전반적인 이해, 자료 수집과 관리, 낭독법 교육, 담당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기술적인 부분 등 분야별 실무 습득을 위한 교육이다. 이러한 사전 교육 이수 후 자원 활동가들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펼치게 된다.

도서관 안에서뿐만 아니라 도서관 밖에서의 자원 활동도 큰 의미가 있다. 한 민간단체가 문화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산간벽지, 농어촌, 섬마을에 폐교 도서관을 만들어 준 예가 있다. 처음에는 한 개인이 책을 전달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90여 개의 도서관을 세워 문화 혜택이 부족한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독서 문화 전도사의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에는 어느 기업의 후원으로 도서관 버스 네 대를 만들어 전국으로 달려가는 적극적인 자원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도서관 버스들은 지방 문화 축제, 장터, 영화제, 산과 해수욕장,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장애인 학교 등 어디서나 독서 환경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동화 구연, 이야기 들려주기 등의 자원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진해 기적의도서관, 자원 활동가 교육
도서관 자원 활동은 다른 나라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개인으로 혹은 소규모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일해 온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1990년대 초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여 국의 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서관의 친구’는 지역 시민이나 도서관 관련 인물들이 모여 기존의 자원 봉사보다 확대된 개념으로 자발적인 물적, 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 도서관, 학교 도서관, 특수 도서관 등 각 도서관의 사정에 맞는 도서관 행사를 위한 기금 모금, 홍보, 자원 봉사, 로비 활동 등으로 도서관 문화의 발전을 위해 체계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도서관 업무와 관련이 있는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단순 작업보다는 전문성을 띠는 영역에서 활발한 자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 자원 활동은 지역 인적 자원 활용 방법의 하나로 도서관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사서로 하여금 보다 양질의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 개인으로 하여금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지역 사회에 참여하게 하고, 아울러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여 지역 도서관 발전에 힘을 실어 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도서관에서 자원 활동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자원 활동가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물론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자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전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한 업무를 기피하거나 맡은 일을 오래하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는 등 자원 활동가들의 지속성과 책임 의식이 부족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고등학생이 학생부 성적에 필요한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시간 때우기 식으로 봉사를 하여 자원 활동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도서관과 자원 활동가의 사이에서 입장의 차이로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을 사랑하고 도서관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지만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유불급의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역기능들을 막기 위해서는 자원 활동 분야 개척과 이를 교육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자원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 도서관과 자원 활동가들의 인식의 전환, 서로간의 충분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

도서관은 과거의 발자취와 현재의 삶의 가치들을 종합하여 미래로 연결하는 지식과 정보의 보물창고이다. 자원 활동가의 활약은 인적, 물적으로 열악한 우리 나라 도서관 문화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다. 도서관이 시험 기간에만 북적대는 독서실 개념에서 탈피하여 각 지역의 지식과 정보의 중심 센터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지적 인프라의 중심지인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지역 사회에서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의 입장으로 가까운 도서관에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조혜전 | 대학에서 문헌 정보학을 전공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오랫동안 공공도서관에서 ‘생각이 자라는 독서교실’이란 이름으로 어린이 독서 지도를 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자란 지금, 다시 다니게 된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