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통권 제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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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 마당]
사실대로 이야기해요

박양미 | 2008년 04월

오늘도 시온이는 뻔히 들통 날 거짓말을 하네요.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이불 속에 숨어 있을 테니 어린이집에서 오지 않았다고 거짓말로 얘기해 달래요. 또, 이를 닦으라고 하니 “아빠가 이 닦지 말라고 했어.”라고 거짓말을 해요. 바로 뒤에서 아빠가 듣고 있는 데도 말이죠. 결국 아빠 손에 이끌려 양치질을 하러 가지요. 이렇게 웃음이 나는 거짓말도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면 신문이나 뉴스에서 사람들끼리 속고 속이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요. 전화 사기, 취업 사기, 부동산 사기 등 기승을 부리는 사기 때문에 매일 매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도 드네요. 이번 달에는 거짓말과 관련된 그림책들을 만나 보려고 해요.

『빈 화분』에서는 꽃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임금님이 씨앗을 통해 왕위를 물려 줄 후계자를 뽑게 되지요. 임금님이 나누어 준 씨앗이 ‘익힌 씨앗’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반전이 시작되는데, 임금님을 속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용기 있게 솔직함을 드러낸 핑의 이야기를 통해 정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그림책이에요. 내가 임금님이라면 어떻게 후계자를 뽑을까요? 키가 가장 큰 사람(서 있으면 모든 백성들이 멀리서도 잘 보일 테니까), 예쁜 사람(예쁜 공주님이 좋아서), 생각주머니가 큰 사람(생각을 잘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잘 도와줄 것 같아서) 등 자유롭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야기 순서대로 표현해요

그림책의 앞부분을 보면 핑이 복숭아나무에서 열매를 따고 있어요. 핑처럼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는 놀이를 해 볼 수 있어요. 우선 커다란 종이나 박스에 나무를 그려 놓고 열매를 만들어요. 열매는 볼풀에 있는 공처럼 작은 공을 붙여서 만들 수 있고, 분홍 부직포를 오려서 만든 후에 붙이고 뗄 수도 있어요. 사다리로 올라가서 딸 정도의 높이는 아니더라도 까치발을 들고 딸 수 있도록 가능한 높이 매달아 주세요.

그림책 속에는 방방곡곡에서 꽃씨를 받으러 아이들이 궁으로 가요. 그 친구들처럼 꽃씨를 받으러 가는 아이들이 되어 볼 수 있어요.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한 줄로 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신나게 걸어 다녔어요.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씨앗을 잘 키워야겠다는 기대감을 가져 보고, 임금님 역할을 맡은 아이에게서 씨앗을 소중하게 받아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씨앗을 작은 화분에 심고, 씨앗으로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왕이 되어 마차를 타고 가는 핑처럼 하얀 말 장난감을 준비하여 한 명씩 타 보면서 핑 임금님이 되어 보는 놀이도 했답니다.

어떤 꽃의 씨앗일까요?

여러 종류의 씨앗들을 모아 보세요. 씨앗을 놓고 하나씩 이름을 알아 보고, 색깔과 크기, 모양을 살펴보아요. 크기 순서대로 놓아 보거나 씨앗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해 볼 수도 있답니다. 나에게 빈 화분이 있다면, 빈 화분에 어떤 씨앗을 심을 수 있을까요? 씨앗의 이름을 적어 보고, 꽃이 피었을 때를 상상해서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은 빈 화분인데, 다른 제목을 지어 볼 수도 있지요. 거짓말, 익힌 씨앗, 정직한 핑, 누가 왕이 될까? 등 나만의 제목을 붙여 보세요.

그림책처럼 꾸며 보아요

동그란 원 안에 있는 그림이 특이하고, 가는 선에 섬세한 그림,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색들이 눈에 띄었어요. 도화지에 큰 동그라미를 그려 오린 다음, 원 안에 가는 펜으로 무늬를 그리고, 빨강, 다홍, 자주, 노랑 등 원색으로 색칠해 볼 수 있어요.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예쁜 화분을 들고 있는 장면에서 화분의 꽃을 지우고, 꽃 스티커를 준비하여 직접 그림에 꽃을 붙일 수 있도록 했지요.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핑처럼 용기를 가지고 행동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가정이나 직장에서 실수가 있거나 소홀함으로 책망을 받는다면 아마도 이런저런 핑계를 댔을 거예요. 좋은 기회를 위해 속이지 않고 정직한 핑에게 박수를 보내요.

내가 한 거짓말은?

아이들과 함께 내가 한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책을 잃어 버리고 나서 엄마가 찾으니 없다고 했어요.” “공부를 하다가 하기 싫어서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동생을 괴롭히고는 안 그랬다고 했어요.” “거짓말을 안 해요.”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어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의 기분을 물으니 “떨리고 걱정이 되었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거짓말』에 나오는 생쥐 치치와 토비처럼 말이죠. 치치는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다고 하고, 초비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린다고 했어요. 반면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라는 대답도 있었어요.

아이들은 어른에게 혼나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과 공상을 구별하지 못해 상상의 거짓말을 한다고 해요. 또 관심을 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요.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거짓말의 경우에는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하지만 상상의 거짓말일 때는 유머로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되어 봐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혼을 내지만, 아마도 어른들이 더 많은 거짓말을 할 거예요. 저는 평소에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적다 보니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많았네요. 요즘 아이에게 가장 잘 통하는 거짓말은 바로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거짓말이죠. 어린이집에 안 가려고 할 때, 밥을 잘 안 먹을 때, 장난감 정리를 안 할 때, 잠을 안 잘 때 등 어찌 보면 부모의 편의에 의해서 말을 듣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게 되지요. 모든 상황에서 망태 할아버지를 들먹이고, 때로는 가짜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안 통할 때는 쾅쾅쾅 문소리를 내거나 성대모사를 하기도 해요. 제법 효과가 있는 방법이지요.

그러면서도 아이가 괜한 두려움을 느낄 것 같아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라는 그림책을 골라 주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망태 할아버지의 검은 그림자나 손, 말 안 듣는 아이의 입을 꿰매고 새장에 가두는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나 봐요. 무서운 책이라며 도망을 가고, 겁을 내더군요.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놀이를 해 볼 수도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나쁜 아이들을 잡아다가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드는 장면에서는 신나게 웃고 장난치다가 엄마나 아빠가 등에 손도장을 꽝 찍어 주면 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어요. 여기서는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아이들이 망태 할아버지가 되어 볼 수도 있어요. 망태 할아버지처럼 소리를 내기도 하고, 무섭게 손을 뻗어 보기도 하지요.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은 후에는 잔소리를 하는 저에게 “엄마, 망태 할아버지가 엄마 잡아간대.”라고 아이가 겁을 주니 거짓말하는 사람이 반대가 되었네요.

저는 나쁜 의도로 남을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평소에 장난 치기를 좋아해요. 가끔 남편을 놀라게 해 주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연기를 하지요. 정해진 대사를 연습하거나 웃음을 참느라 신경을 써요. 대개 중요한 물건을 잃어 버렸다거나 부녀자 납치를 당한 양 남편 휴대폰으로 구조 요청을 하기도 해요. 가끔 주말에 밥을 잘 먹고 나서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앓아눕는 경우도 있지요. 사실 남편이 얄미울 때나 잠으로 한 주일의 피로를 보충하려는 거짓말이지만요. 남편도 처음에는 좀 속아 주는 듯하더니 여러 번 당해서인지 잘 속지 않네요. 제가 평소답지 않게 돈과 관련된 일인데 반응이 약해서 알아 차렸다느니, 좀 더 실감나게 연기를 하라며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답니다.
박양미 |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말주변이 없어서 잘 둘러대지 못해요. 때로는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서 푼수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 전형적인 아줌마랍니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자는 게 요즘 저의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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