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통권 제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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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남극으로 한 걸음

채정은 | 2008년 04월

남극은 북극과 함께 세계 기후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남극은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낯선 곳입니다. 남극 환경 보호를 위한 여러 국제 협정이 있어 일반인들이 남극에 갈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인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남극에 가려면 외교통상부 장관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허가 없이 여행한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도 있습니다. 대륙과 이어져 여행이 가능한 북극과 달리 남극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인 셈입니다.

갈 수 없는 미지의 대륙 남극은 알고 보면 참 흥미로운 곳입니다. 사막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달리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은 남극에 있습니다. 남극 대륙은 춥고 건조한 사막으로 빙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에 가장 큰 사막이 맥머도 드라이밸리입니다. 남극 대륙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는 남극종단산맥의 한 쪽에 있는 이 사막은 200만 년 동안 비나 눈이 오지 않은 계곡으로 땅과 암석이 드러나 있습니다. 2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나 눈이 오지 않은 데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가 될 정도로 추운 곳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사막 하면 떠올리는 선인장이나 뱀 같은 생명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는 정도로 작은 생물들뿐입니다. 이 책은 드라이밸리 근처의 기지에서 미생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 다이앤 맥나잇이 겪은 놀라운 일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1990년 12월의 어느 날 다이앤 맥나잇과 동료 과학자들은 여느 때처럼 개울에 흐르는 물의 양을 조사하던 중 바다표범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미생물밖에 살지 않는 곳에 바다표범의 흔적이 있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지요. 그리고 며칠 후 다이앤 일행은 진짜 살아 있는 바다표범을 발견합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보이는 작은 생물들만 연구해 오던 과학자들이니 바다표범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과학자들은 바다표범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지친 것을 보았지만 도움을 줄 수 없었습니다. ‘남극 보호 규정’에 의해 바다표범이나 다른 남극 야생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만 특별히 먹이를 주거나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다이앤 일행은 바다표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들은 바다표범 뒷발에 있는 꼬리표를 보고 이 바다표범이 맥머도 협만에 살고 있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살 정도의 웨델 바다표범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바다표범을 조사하고 오렌지색 물감으로 표시해 찾기 쉽도록 한 후에 놓아 주었습니다. 바다표범이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영하 40도나 될 정도로 춥고 어두운 데다 바위를 깎을 정도로 춥고 거친 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바다표범이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며칠 후 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다표범이 다이앤이 일하는 기지에 나타난 것입니다. 길을 잃고 굶주린 바다표범이 음식 냄새를 맡고 온 것입니다. 다이앤 일행은 또다시 다른 과학자들을 불렀고 이번에는 남극 보호 규정의 조항 중에 사람과 남극 야생 동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검토한 끝에 바다표범을 자기 고향인 얼음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마침내 바다표범은 헬리콥터에 매달린 그물에 실려 맥머도 협만의 바다표범 무리에게 돌아갑니다.

매일 호수와 개울과 미생물만 연구하던 다이앤 일행에게 이는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들은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드라이밸리의 개울 중 아직 이름이 없는 개울 중 하나에 ‘길 잃은 바다표범’ 개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길 잃은 어린 바다표범의 모험과 드라이밸리에서 있었던 인간과 바다표범의 특별한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드라이벨리에 갈 일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남극 대륙의 개울 이름을 하나 알고 있다는 사실은 남극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채정은│오픈키드 컨텐츠팀에서 일합니다. 책 고르고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책을 친구 삼아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