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통권 제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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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엄마랑 달콩이랑 달님이랑

서윤정 | 2008년 04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기라도 한 걸까요? 방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온갖 장난감들로 가득합니다. 엄마가 들어와 묻습니다. “이상하다, 누가 이랬을까?” 깍지 낀 두 손을 베고 뒹굴 거리던 달콩이,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시치미를 뚝 떼며 대답합니다. “난 몰라.”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엄마의 반응이란 대개,
1. 목소리가 커진다.
2. 할 수 없이 직접 방을 치운다.
3. 화를 내며 방을 치운다.

셋 중 하나이기 마련이지만, 뭔가 다른 달콩이 엄마는 문마다 창문마다 다 열어보며 “달콩이 어디 있니?” 딸 찾는 시늉을 합니다. 이에 질세라 뭔가 다른 엄마의 딸인 달콩이 역시 달걀귀신 옷을 뒤집어쓰고는 “난 몰라.” 퉁명스레 대답하지요.

막상막하 모녀의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기’ 대결은 계속 됩니다. 저녁상을 차린 엄마는 “달콩이는 놀러 나갔나 보구나. 그럼 나 혼자 밥 먹어야겠네.”라며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고, 이제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달콩이는 뾰로통해져서 방으로 돌아옵니다.

이 때 꾸벅꾸벅 졸고 있던 달이 말을 겁니다. “넌 누구지? 달콩이는 어디 있어?” 달콩이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난 몰라.” 엄마와 달콩이의 대결은 이제 달콩이와 달님의 대결로 바뀝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내가 달콩이 침대에서 자야지.” 달콩이 방으로 내려온 달님은 방 안에 널려 있던 장난감을 하나 둘씩 삼켜 버리고는, 점점 뚱뚱해집니다. 장난감이 사라지자 바짝바짝 애가 타던 달콩이는 “내 곰돌이 내놔! 내 장난감들 내놔!” 소리치지만, 달콩이는 어디 있냐는 달님의 물음에 여전히 모른다고 잡아뗍니다. 달님은 점점 커지고 점점 부풀어 올라 방을 꽉 채우고 달콩이는 달에 눌려 헉헉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참다못한 달콩이는 결국 달걀귀신 옷을 벗어던지고는 “달콩이 살려 줘!” 소리치지요. 달님은 마침내 뻥 터져 버리고, 달님 배 속에 있던 장난감들도 와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또 빼앗길세라 달콩이는 장난감들을 얼른 상자 속에 갖다 넣지요.

『달콩이는 어디 있지?』는 우선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노랑, 파랑, 빨강, 초록 화려한 원색이 두드러지고, 특히 달콩이와 달님이 함께 하는 장면은 꿈결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곰돌이, 코끼리, 바이올린, 기차 등 어떤 장난감이 사라지고 어떤 장난감이 다시 나타나는지 앞뒤 장을 넘겨보며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도 쏠쏠한 데다, 장난감을 집어 삼킨 달님이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빵 터져버리는 장면은 접지로 처리되어 책장을 펼치는 순간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됩니다. 장난감이 치우기 싫어 달걀귀신 흉내까지 낸 달콩이는 맹랑하면서도 어찌나 귀여운지, 달콩이 달콩이 달콩이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동글동글 통통 가벼워지는 듯합니다.

달콩이 방으로 왔다가 장난감을 먹고는 뻥 터져서 다시 홀쭉해진 채 하늘로 도망간 달. 이 먹보 달님은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척한 달콩이의 불편한 마음이 빚어낸 상상이나 꿈인 듯합니다. 달걀귀신 달콩이와 달님이 똑같이 파란색 뾰족 구두를 신고 있던 것도 그렇고, 둘 다 고집쟁이에 짓궂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하지만 달님의 눈매며 입매가 왠지 달콩이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달콩이는 앞으로 장난감을 스스로 잘 정리하게 될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그래도 분명한 건 달콩이와 엄마가 또다시 투닥투닥 다투게 되더라도 엄마는 달콩이를 무조건 나무라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 줄 거라는 사실이지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재촉하지 않고 엄마는 달콩이를 지켜봐 줄 겁니다. 그리고 달콩이가 스스로 깨닫고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배고픈 달콩이를 위해 맛있는 떡 만둣국을 끓여 주실 테지요. 오늘 그랬듯이 말이에요.
서윤정│오픈키드 컨텐츠팀. 책을 좋아합니다. 어린이를 좋아합니다. 책 읽는 어린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달님이 달콩이 방 못지않은 제 방에 놀러오셔서 많이많이 드시고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