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통권 제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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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책·그림책 이야기]
‘자연’을 이루는 우리들, 식물 동물 사람

서정숙 | 2008년 09월

최근 인간 중심의 사고, 생명 경시의 풍조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어린이 교육 분야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알고, 동물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보살피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의식을 갖고 모든 생명들과 서로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과 태도의 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근 1년 안에 나온 한국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각 그림책의 내용과 형식뿐 아니라 그것의 교육적 의미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때 고려할 점도 포함된다.

시나브로 가슴을 물들일 아름답고 새로운 이미지

『나무는 알고 있지』는 나무를 예찬하는 내용의 책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입장에서 나무가 주는 유익함을 열거하고 이에 찬사를 보내는 형식은 아니다. 또한 단순히 나무의 생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도 아니다. 대신 이 그림책은 생명을 지닌 고귀한 존재로서의 나무의 삶을 조명하여 나무가 지닌 지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누구보다 먼저 때를 알고 꽃을 피우고, 햇빛을 고루 받기 위해 되도록 잎을 겹치지 않게 내고, 비록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의 근원이 뿌리임을 알기라도 하듯 뿌리로부터 물을 열심히 빨아들인다. 그리고 꽃과 열매로 곤충과 새를 유인하고 그들을 통해 씨를 멀리까지 퍼뜨리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겨울에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떨어진 낙엽으로는 뿌리가 얼지 않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덮어 준다. 이런 나무의 생태를 보고 있노라면 ‘무릇 생명을 지닌 존재는 지혜롭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순리에 순응하면서도 스스로를 보호하고, 번성하며 번식시키는 나무의 건강한 생명력은, 나무는 물론 모든 생명체가 삶과 죽음의 오랜 역사를 통해 자신을 굳건하게 지키는 지혜를 터득했음을 믿게 해주고, 그런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들을 찬미하게 한다.

나무는 지혜로울 뿐 아니라 너그럽다. 나무는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숨을 곳과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며, 그들 때문에 부러지고 상처 입기도 하지만 나무는 마치 어머니처럼 이들을 품어 먹여 살린다. 이 그림책의 글 작가는 나무가 사람이나 동물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무답게’ 산다고 표현한다. 이는 나무를 인간에게 소용 가치가 있는 종속물로가 아니라 고유의 가치를 지닌 독자적인 존재로 여기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모습대로, 자기답게 살아서 다른 생명에게도 도움이 되는 나무와 함께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자기 모습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귀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지키며 사는 일이야말로 다른 생명체인 동물이나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그림은 전체적으로는 ‘계절의 변화’를 중심으로 통일감 있게 표현되었고, 각 장면별로는 다양한 감성을 일으킬 수 있는 색과 구도가 세심하게 선택되었다. 대표적으로 몇 개 장면을 살펴보자. 이 그림책에서는 같은 나뭇잎을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방식(앙시 투시)으로도 보여주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조감 투시)으로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나뭇잎을 보여주는 그림에는 나뭇잎 사이로 내리 비치는 햇살이 담겨 있는데, 이런 장면은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열어 주는, 비교적 흔하지 않은 조망이라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새가 빨간 열매를 물고 있는 장면을 보자. 양쪽 펼친 면에 한 그루의 나무가 그려져 있다. 그 중 왼쪽에는 아직 익지 않은 열매와 그것을 기다리는 새들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빨갛게 익은 열매와 그것을 먹는 새, 그리고 열매를 이미 먹고 멀리 날아가고 있는 새가 그려져 있다. 시간차에 따른 사태의 변화를 동일한 장면에 표현한 이 장면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단풍잎이 떨어지는 장면도 비슷한 원리로 그려졌다. 아직 물기를 머금은 빨간 잎은 나무에 매달려 있고 물기 없이 검게 변한 잎일수록 땅에 가까운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단풍잎이 시간을 두고 검게 변한 것부터 차례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한 장면에 동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장면 역시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그리고 앞의 빨간 열매가 있는 장면의 경우, 오른쪽에 날고 있는 새를 반만 보이게 그린 것은 열매를 먹은 새들이 하늘 저 멀리까지 날아올라 씨를 퍼뜨리는 다음 장면과의 연결을 좀 더 긴밀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역동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신나는 사건이 전개되는 이야기도 아니라서 어린이에게 읽어 주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유아 집단에게 읽혀 본 경험으로는 유아들은 대체로 봄에 화려하게 핀 꽃이 있는 장면이나 빨간 열매가 달려 있는 장면, 정글에 원숭이가 있는 장면처럼 색이 있거나 움직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선호한다. 또한 낙엽이 뿌리를 보호한다든지 씨앗이 여물기 전에는 열매가 익지 않는다든지, 이렇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일반 정보 그림책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나무가 우리에게 베푸는 여러 가지 유익함을 열거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처럼 어린 독자는 이 그림책이 장면별로 선사하는 미적 배려 하나하나에 대해서보다는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색이나 사실에 더 흥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감상하다보면 이 그림책은 어린 독자의 마음에 시나브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남기고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본다. 이 그림책에서 나무는 다른 생명과 열린 관계를 맺는 가운데 자신을 지키고 키우고 존속시키는, 기품을 갖춘 매력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연의 일부가 되다

『나무는 알고 있지』가 나무에 대한 예찬을 통해 나무의 면모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라면, 『숲으로 간 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스러져간 코끼리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간에게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반성하고 동물의 삶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을 촉구하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죽은 코끼리가 숲으로 옮겨져 숲의 일부가 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일부인 생명은 다시 자연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그림책이다.

작은 코끼리 한 마리가 서커스단에 왔다. 물론 스스로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온 것이다. 코끼리는 서커스 공연을 하기 위해 날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배운다. 아니, 고된 훈련을 받는다. 조련사가 휘두르는 채찍에 저항하는 코끼리 모습이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있다.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를 지르는 듯, 코를 쳐들고 입을 벌린 채 뒷발로 버티고 서 있는 코끼리의 그림자를 보고 있노라면 가엾고 슬프고 화가 난다. 조련사는 점점 더 어려운 동작을 시켰고, 늙어서 더 이상 재주를 부릴 수 없게 된 코끼리는 서커스단에서 동물원으로 옮겨 갈 처지에 놓인다. 이에 코끼리는 자유를 꿈꾼다. 더 이상 철창에 갇혀 지내지 않고 엄마와 살던 숲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꿈을. 그리고 이 꿈은 실현된다. 코끼리 앞에 나타난 작은 요정이 철창문을 열어 주고 코끼리를 인도한다. 들판을 지나 넓게 펼쳐진 옥수수 밭을 가로지른다. 코끼리는 발끝에 스치는 풀들의 사각거리는 소리에 기분이 좋고, 서커스단의 양탄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발밑 흙의 부드러운 촉감에 편안함을 느낀다. 달빛에 반짝이는 강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고, 마을을 지나, 밀밭을 지나 코끼리는 요정을 따라 밤새 걷는다.

이윽고 도착한 숲에서 코끼리는 진흙 목욕도 하고 온갖 꽃이 가득한 들판에서 요정과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 열매도 따 먹으며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코끼리는 그 동안 인간에게서 받은 고통과 상처가 깨끗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코끼리는 나른해진 몸과 마음으로 잠이 든다.(죽는 것 같다.) 이렇게 잠이 든 코끼리에게로 서커스단 사람들이 달려온다. 코끼리는 그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철창 밖의 꽃향기를 맡듯 긴 코를 꽃을 향해 뻗은 채 잠들어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건한 자세로 코끼리의 명복을 빌어 준다. 사람들은 코끼리의 죽음 앞에서야 코끼리 편에서 그의 삶을 바라보게 된 듯하다. 마침내 코끼리는 숲으로 옮겨졌고, 숲의 일부가 된다.

그림은 원화 없이 컴퓨터 작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주제의 무게감을 덜어 준다. 코끼리가 힘든 훈련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준다. 또한 동물원으로 가게 된 것을 안 코끼리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는 철창 안에서 꽃을 등지고 서 있지만, 요정의 덕분으로 숲을 다녀온 후에는 철창 안에서 꽃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편안하게 누워 있는데, 이런 대조적인 그림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코끼리의 심리를 읽도록 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 본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를 맞고 서 있는 코끼리 모습에서는, 그 동안 코끼리 마음에 생겼을 얼룩이 말끔히 씻기는 것 같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 그림책은 동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많은 어린이의 관심을 끌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요즈음 어린이들은 매스컴을 통해 자연 환경, 동물 보호에 대한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므로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든지, 상아를 얻으려고 코끼리를 죽여서는 안 된다든지, 하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 그림책에 많은 관심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책의 코끼리 표정은 어린 독자의 흥미와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히 풍부하므로 어린이들이 코끼리의 표정을 보면서 서커스 훈련을 받을 때, 동물원으로 가게 되었을 때, 요정과 진흙 목욕을 할 때나 숨바꼭질을 할 때, 요정 곁에 편안하게 숨을 거둘 때 코끼리의 마음은 어땠을지 서로 생각을 나누어보도록 격려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어린 독자의 경우, 코끼리의 죽음과 관련하여 사용된 ‘잠들어 있다.’, ‘숲의 일부가 되었다.’는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줄 수도 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어?”

『별이 되고 싶어』는 색다른 소재의 그림책이다. 여러 문화권 사람들의 서로 다른 장례 문화를 담고 있다. 수장, 수목장, 화장, 풍장, 조장, 토장이 그것이다. 비록 나라마다, 문화마다, 어떻게 장례를 지내느냐는 서로 다르지만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 이 그림책은 『숲으로 간 코끼리』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신 이번에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의 자연으로의 회귀이다.

이 그림책의 구성은 아주 규칙적이고 단순하다. 그러나 의미 전달 면에서 아주 효과적인 구성이다. 이 그림책에는 전체적으로 여섯 개의 문화와, 각 문화권별로 한 사람씩의 대표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 여섯 명의 삶은 각각 세 개 장에 차례로 표현되어 있다. 세 개의 장 중 먼저 첫 장 왼쪽에는 각 문화권의 사람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하나같이 사각형 틀(frame) 안에 그려져 있다. 이런 틀 속의 그림은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동떨어져 있는 대상이나 사태의 표현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왼쪽 그림 속 사람에 대한 소개가 간단히 글로 적혀 있다. “카이와이는 바다를 보며 자랐어.”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장에는 양쪽 펼친 면 가득 그림이 채워져 있고, 앞장에서 소개한 사람이 자신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가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세찬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파도는 물고기를 데려왔고 바닷가는 풍요로웠어.”라는 텍스트와 함께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배를 띄워 고기를 잡기도 하고 잡아온 고기를 가져가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세 번째 장에는 이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표현되어 있다. 이 세 번째 장에 수장, 수목장, 화장 등의 장례 모습이 담겨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첫 번째 장에서는 왼쪽에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 글이 있었지만, 세 번째 장에서는 왼쪽에 글, 오른쪽에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여섯 명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어김없이 이런 규칙성에 따라 전개된다. 이렇게 첫 장에는 왼쪽에 그림을 배치하고 오른쪽에는 글을 배치하고, 세 번째 장에서는 그와 반대로 왼쪽에 글을 배치하고 오른쪽에 그림을 배치한 것은 작가가 그림을 의미 전달의 우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인 동시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그림책을 보는 우리의 관습적 읽기 행동 방식을 고려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시선이 머무는 첫 번째 장 왼쪽에서 그림으로 한 사람의 삶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두 번째 장에서는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양쪽 펼친 면 가득 보여주고, 세 번째 장에서는 시선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오른쪽에 그림으로 그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지었는지 보여준다.

여섯 명의 이야기가 끝난 후 모두 양쪽 펼친 면으로 되어 있는 마지막 세 장면(글이 적혀 있는 뒷면지도 포함됨)도 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장에는 “바다, 나무, 불꽃, 바람, 새, 흙 그리고”라는 글과 함께 앞에 등장했던 여섯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그림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간 여섯 명이 푸른색의 지구에 둘러 앉아 숲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다의 배 위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으로 세 개 장 중 두 번째 장부터는 약간의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의 지구 위에 서 있는 여자 아이가 망원경으로 먼 우주 공간을 바라보면서 “나는 별이 좋아.”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앞에 표현된 여섯 문화권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살펴본 한 아이가 자신은 별을 좋아하고 동경하므로 별과 관련되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죽으면 별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 세 개 장 중 마지막 장 양쪽에는 앞장과 마찬가지로 파란 색의 우주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 중 오른쪽에는 밝게 빛나는 노란별이 하나 있고, 왼쪽에는 “너는 무엇이 되고 싶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앞장에서 별이 좋다고 말한 아이는 아마도 노란별이 되어 후대의 우리에게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어?”는 앞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너는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싶어?”를 포함하는 질문이어서,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어린 독자에게 마지막 이 두 장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문학 감상을 위해서는 좋은 도전이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사람의 삶과 죽음, 특히 죽음의 의식인 장례 문화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혹시 어린 독자에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그림책에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간략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성으로 표현되어 있고 재미있는 이름들이 나오고 있기에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고 본다. 더구나 최근 주변에서 다문화 배경의 사람들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졌고,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도 다문화 교육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터라 어린이들은 이 그림책을 ‘죽음’, ‘장례’의 시각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기보다는 ‘세계 여러 나라’ 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의 시각에서 감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동물, 사람 등 모든 생명은 겉으로 드러난 삶의 모습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지만,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들이 나무든, 동물이든, 나와 다른 나라나 문화권의 사람이든, 그들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부분적으로는 어린 독자가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 그림책들이 보여주는 생태적 감수성은 비교적 섬세하고 신선하여 어린이들도 전체적으로는 그 의미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더구나 앞서 꼽아 본 그림책의 미덕 하나하나에 직접 감동받았거나, 적어도 각 그림책이 지닌 특징들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이 어린이 곁에서 이 그림책들을 함께 감상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정숙 | 유아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하였고, 논문 「Caldecott 메달 도서의 특성 분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고, 저서로 『부모의 그림책 읽어주기』, 『그림책으로 하는 유아문학교육』, 『유아문학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