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통권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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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나들이]
사서와 함께하는, 나를 찾는 책 읽기

장지숙 | 2008년 11월

새롭게 도서관 운영을 시작하면서 가장 설레는 것은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구상하고 있었던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공 도서관의 역할이 단순하게 이용자에게 책을 빌려주고 열람 좌석을 제공하는 일 이상임을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도서관의 모든 정보원(책을 포함한 인쇄 자료, 비도서 자료, 전자 자료 등)을 선정하고 정리하는 과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서가 하는 많은 역할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사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용자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으며, 그래서 이용자들은 사서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공 도서관을 직접 운영하기 전에 항상 주위 도서관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사서가 이용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용자와 사서가 대면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친밀감이 형성되고 이해의 폭도 넓고 깊어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도서관 운영 초기부터 이용자와 사서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 보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든 사서가 돌아가면서 안내 데스크에 근무하는 것, 그리고 사서가 진행하는 다양한 독서 모임이었다.

모든 사서가 차례를 정해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하자 이용자와 대면하는 기회를 늘리기는 하였지만, 워낙 업무 자체가 바쁘기에 깊이 있는 대화 기회는 만들기 어려웠다. 단지 도서관에 오는 이용자를 좀 더 친근하게 맞이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친밀한 관계까지 형성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용자들과 좀 더 친밀하면서도 폭넓은 이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구상한 것이 사서들 모두 독서 모임을 하나씩 꾸리는 것이었다. 독서 모임은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하고, 일정 기간까지만 사서가 주도하고 틀이 완성된 후부터는 이용자들 스스로 모임을 꾸려가도록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독서 모임이라는 명칭은 개별 독서 모임의 이름이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의 통칭이고, 구체적인 명칭과 진행 방법은 사서 각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현재까지 정해진 사항은, 이용자와 사서가 서로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책에 대해서 일정 부분은 사서가 전문성을 발휘하자는 것이 이 독서 모임의 목적이라는 정도이다. 또한 참여 인원은 열 명 이내로 제한하며, 최종적으로 이용자들만의 모임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인도하자는 정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 사항들은 사서들이 개별적으로 정해서 진행하게 될 것이다.

나도 우리 도서관 사서이므로 독서 모임을 하나 꾸려서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독서 모임 주제는 ‘내 반쪽을 찾아서, 온전한 나를 사랑하기’이다. 이 주제를 생각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아무래도 중년 이후 성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였다. 온전한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 이후로 삶이 얼마나 편안해졌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전한 모습의 나를 사랑하게 된 이후 아이들에게도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고, 부모가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면 아이들도 더불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전한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리고 이때의 깨달음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로버트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에코의서재, 2007)를 읽고 나서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러한 상황을 나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겪은 일이구나 하고 안심하게 되었고, 더불어 융 심리학 관련 분야 저작들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융 심리학 관련 저작을 읽으면서 융 심리학이 중년의 삶을 얼마나 잘 설명해 주고 있는지 공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런 책들을 같이 읽으면서 느낌을 나누고 싶은 열망도 갖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은 것들이 많을 것이다.

모임은 한 주간 한 번씩 6주 과정으로, 여섯 명을 최대 참여 인원으로 제한하고 최소한 세 명 이상만 신청하면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 시간에는 모임의 성격과 목표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독서 모임을 하면서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배부할 것이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읽은 책에 대해서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사서마다 독서 모임의 성격을 나름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내가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서는 찬반을 나누어서 토론하는 것보다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가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따라서 읽은 책은 그날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 모임에서 읽을 책 목록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동연출판사, 2006),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동연출판사, 2006), 『We: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동연출판사, 2008), 『융, 중년을 말하다』(대릴 샤프 지음, 류가미 옮김, 북북서, 2008), 『부모가 된다는 것』(볼프강 펠처 지음, 도현정 옮김, 지향, 2007)으로 결정하였다.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순서도 이 순서로 진행할 예정이다.

6주 후에 독서 모임이 끝나면 첫 모임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각각 같은 책으로 다른 이용자들과 모임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모임의 구성원들이 또 다른 책으로 모임을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도서관은 모임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모임도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규모 모임을 육성하는 것도 지역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공헌하는 공공 도서관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이 글에 실린 그림은 『꿀벌 나무』(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국민서관, 2003)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 편집부.
장지숙 | 오랫동안 문헌 정보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파주시 교하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으로 공부했던 많은 것들을 직접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 기대에 가득 찬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