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통권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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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 마당]
내 마음에 힘이 생겨요

박양미 | 2008년 11월

사람은 누구나 힘든 일들을 겪게 되지요. 엄마로서 가장 힘든 때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아플 때랍니다. 지금도 두 딸이 장염으로 번갈아 토하는 모습을 보면서 글을 쓰려니, 마음이 아프네요. 이럴 때는 다른 어떤 소원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빨리 낫길 바랄 뿐이지요. 한편으로는 감기에 배탈, 수족구에 수두까지 여러 질병을 치르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견디는 모습이 대견하고, 엄마인 저 또한 더욱 담대해지고 굳건해지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저마다 힘든 상황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텐데요. 이번 달에는 저에게 힘을 주는 그림책들을 골라 보았어요.

둘째로 태어나서 좋아요

저는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어요. 『나는 둘째입니다』는 저와 닮은 둘째 윤정이를 통해 둘째들의 속상함을 풀어 주고, 위안을 주는 책이에요. 그림책 표지를 보니 부모님 사랑을 받고 싶은 어린 시절 제 모습을 보는 듯해요. 시원한 돗자리 위에 누워 있는 아빠가 팔을 길게 뻗었어요. 엄마, 언니, 동생은 팔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데, 둘째인 윤정은 돗자리 바깥에서 혼자 누워 자고 있네요. 가족을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 붙이기 놀이를 해 볼 수 있겠어요. 팔이 긴 아빠 인형을 만들고, 아빠 인형의 팔 위에 엄마, 언니, 윤정, 동생 인형을 눕혀 붙여 보세요. 아빠 팔에 찍찍이(보들이)를 붙이고 다른 인형들 머리 뒤쪽에 찍찍이(꺼끌이)를 붙이면, 붙였다 떼었다 놀이도 해 볼 수 있지요. 실제로 아빠의 팔베개에 온 가족이 누워 잠을 청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아빠는 힘이 들겠지만요.

엄마 쇼핑백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볼까요? 언니 옷과 머리 방울, 동생 장난감과 우유, 엄마 고무장갑이 보여요. 오늘도 그 안에는 둘째 윤정만을 위한 것은 없네요. 가족이 함께 모여 엄마 쇼핑백 안에 각자 필요한 물건을 붙여 보도록 해요. 쇼핑용 종이봉투 겉면에 물건을 붙여서 표현할 수 있어요. 물건은 직접 그려서 붙일 수도 있지만, 광고지를 이용해서 붙이면 간단하고, 다양한 물건들 중에서 고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윤정네 집에서 밥 먹는 걸 보니 괜히 서운해요. 토라져 안 먹으면 윤정만 손해지요. 저도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저녁에 일을 마치고, 맛있는 것을 사 오실 때가 있었어요. 언니가 잠자고 있으면 음식을 남겨 두고, 막내 남동생은 깨워서라도 먹였는데, 저는 그냥 재우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음 날 잠에서 깨면 맛난 것을 먹었다며 자랑을 하는 언니와 동생이 얄밉고, 부모님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답니다.

윤정은 짧은 머리가 어울린다며 바가지 머리로 잘라 주시네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언니는 머리를 길러서 예쁘게 묶고 다녔는데, 저는 늘 도토리나 버섯 내지는 바가지 머리를 하고 다녀서 초등학교 때 주변 사람들이 제게 남자냐고 물어 본 적도 있었답니다. 헤어 디자이너가 되어 윤정의 머리를 여러 스타일로 바꾸어 줄 수 있어요. 윤정이 머리를 자르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펼쳐 놓은 다음, 갖가지 머리 모양을 종이에 그리고 오려서 윤정 얼굴 위에 올려놓는 거지요.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땋은 머리, 긴 생머리, 파마머리 등 하고 싶었던 머리 스타일을 선물해 주면 윤정이 눈물을 그칠지도 몰라요.

언니와 동생의 연합 작전으로 늘 당하고 외톨이였던 저. 그때는 셋이어도 외롭다는 말에 공감했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있듯이 두 아이를 낳아 보니 첫째도 예쁘지만 둘째 역시 아주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이제야 엄마 사랑을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태어난 순서에 따라 자녀의 특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요. 저는 첫째가 책임감이 있고, 막내가 귀엽고 친근하다면, 둘째는 질투심은 강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뛰어난 적응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둘째로 태어난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지금 이렇게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마음껏 울어요

제 큰딸 시온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울기 시작한답니다. 마음이 약한 것은 알겠는데, 작은 일에도 눈물부터 흘리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울음을 그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기 구름 울보』라는 책을 고르게 되었어요. 제목만 보고 구입했는데, 읽어 보니 아기 구름 울보는 결국 울음을 그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잘 우는 구름으로 남아 있네요.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책이에요.

아기 구름 울보의 표정을 따라해 봐요. 울보처럼 우는 흉내를 내 보고, 입을 꾹 다물고 울음을 삼키는 표정도 지어 보세요. 아기 구름의 다양한 표정을 그림으로 그려 볼까요? 구름 모양은 그리기가 쉽네요. 구름 모양 안에 우는 표정, 화난 표정, 울음을 참는 표정, 웃는 표정 등을 상상해서 그려 보세요. 또 물놀이나 목욕을 하면서 아기 구름 울보 놀이를 할 수 있어요. 구름 모양으로 만든 스펀지를 아기 구름 울보라고 해요. 물을 머금은 후 쭉 짜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톡톡 떨어뜨리거나 샤워기를 대고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지요.

그림책의 여러 장면들을 꾸며 볼 수도 있어요. OHP 필름과 유성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OHP 필름 한 장에는 아기 구름 울보를 그리고, 다른 한 장에는 동물들을 그리고, 또 다른 한 장에는 빗방울을 그려서 비오는 것을 표현해 보세요. 여러 장을 겹치면서 짧은 이야기책을 만들 수 있지요. 투명해서 그림들이 비추어 보이는 OHP 필름의 특징을 이용해서 책 위에 대고 본떠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지요. 후덥지근한 날에 동물들이 짜증이 난 장면과 아기 구름 울보가 울음을 참느라 몸속 가득 눈물이 차오른 장면에서는 빨간 셀로판과 파란 셀로판을 덧대어 붙이면,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큰아이 울음 떼가 아니었나 싶어요. 잘린 종이를 붙여라, 색칠된 그림을 지우라는 등 엉뚱한 요구를 해대며 울고불고 떼쓰기가 대단했지요. 달래 주고, 혼도 내고, 생각할 시간을 주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니 2~3주가 지나자 점차 좋아졌어요. 아이의 떼쓰기가 시작되면 동요하지 않고, 가능한 무시하거나 무덤덤하게 반응을 하니 떼쓰기가 이내 줄었답니다.

나의 장점을 찾아보아요

『치킨 마스크』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치킨 마스크를 통해 자기만의 장점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그림책이에요. 나의 좋은 점, 잘할 수 있는 점을 찾아보도록 해요. 자기가 직접 찾아볼 수도 있고, 주변에서 서로의 장점을 찾아줄 수도 있답니다. 제 큰딸은 발이 크고, 약을 잘 먹고,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는다는 것을 자기 장점으로 꼽네요. 또 잘할 수 있는 점은 동생 웃기기래요.

그림책에 나오는 마스크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동물 친구들처럼 표현해 보아요. 올빼미처럼 계산을 해보고, 햄스터처럼 가위로 선을 따라 오려 보는 놀이를 하고, 개구리처럼 노래를 불러요. 말처럼 이어달리기를 해볼 수도 있고, 바닥에 동그란 선을 그려 놓고 장수풍뎅이가 잘하는 밀어내기 씨름놀이도 할 수 있지요. 여러 마스크들 중에서 어떤 마스크를 제일 쓰고 싶은지, 이유는 무엇인지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종이봉투에 색종이를 붙이고 색칠을 해서 동물 마스크를 꾸며 보세요. 밖을 볼 수 있도록 눈의 위치에는 구멍을 뚫어 주세요. 저는 양 마스크를 쓰고 싶어요. 그 이유는 제가 가끔씩 화를 잘 내는데, 양의 순한 면을 본받고 싶어서랍니다.

저는 살림을 잘 못하는 주부인 것 같아 늘 속이 상했었지요. 아이들을 잘 키우지 못하는 것 같고, 집안 정리도 잘 못하는 것 같고, 게으름을 떨치지 못해 뭐 한 가지 잘 해내는 게 없는 것 같아 속상했었는데, 『치킨 마스크』가 저에게 힘이 되네요. 요리는 잘 못해도 제가 만든 음식을 저와 온 가족이 맛있게 잘 먹고, 잘 자고, 힘이 세며, 건강하다는 것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아, 이렇게 제 장점도 발견했어요.
박양미 | 두 살과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열린어린이』와 딸들 덕분에 그림책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요. 새로운 그림책들과의 만남이 늘 즐겁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