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통권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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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함께여서 좋은 우리

서윤정 | 2008년 11월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러 조건 중 하나는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고 쉽게 마음을 열게 되니 자연스럽게 공통점이 많은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조건일 겁니다. 이성이건 친구건 간에 외모, 취향, 성격, 식성 등 나와 들어맞는 부분을 가진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비슷하고, 익숙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존재가 주는 편안함과 안전함은 팍팍하고 불안한 세상에 위안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세상 모든 게 그렇지만은 않다고,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신 나는 일이 많다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세 아이들이 있습니다.

붕어빵처럼 생긴 아기 물고기 하랄트는 매일매일이 지루합니다. 연못에 또래 친구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다정한 엄마 아빠가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도 많지만, 하랄트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난 친구랑 놀고 싶어요.”, “친구들이 있으면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연못 옆 농장에 사는 아기 돼지 잉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가 없으니 늪에서 혼자 뒹굴며 놀아도, 아빠랑 운동을 해도 심드렁할 뿐이지요. 숲에 사는 아기 새 필립도 친구에 목말라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무리 신경을 써 줘도 친구 타령인 필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요.  

필립은 친구를 찾으러 씩씩하게 떠납니다. 당당하게 연못을 헤엄쳐 가려고 했지만…… 어푸어푸 가라앉고 말지요. 필립은 새니까요. 흠뻑 젖은 필립 앞에 물고기 하랄트가 고개를 쏙 내밉니다. 뭐 재밌는 일 없나 두리번거리던 잉게도 합류하면서 수영 교실이 열리지요. 연못에서 헤엄치던 아이들은 땅 위로 올라와 물고기 하랄트의 걷기 연습을 돕습니다. 잉게와 필립 가운데 하랄트를 끼우니 하랄트도 걸을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점점 놀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하늘을 나는 새와 연못에 사는 물고기와 농장에 살던 돼지는 ‘코 콩콩 놀이, 엉덩이 쿵쿵 놀이, 배 꽁꽁 놀이’ 등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갑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어』는 기발하고 유쾌한 책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련된 연출입니다. 프레임 안에 넣어 글과 분리시킨 그림, 자유자재의 화면 분할과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칩니다. 정교한 펜 선으로 그려낸 동물들의 풍부한 표정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며, 연못과 농장, 숲과 하늘을 오가는 장면 전환 사이에 슬쩍슬쩍 끼워 놓은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설명글 없이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글도 독특한 재미를 줍니다. 대화문 앞에 아이콘처럼 작은 그림을 배치하여 누가 하는 말인지 알기 쉽게 꾸며 놓았습니다. 책 중간에는 오리거나 찢을 수 있는 그림을 넣어, 아이들이 카우보이 놀이, 인디언 놀이, 시소 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직접 꾸미고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책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놀이 도구라고 이야기하듯이 말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 되어갈수록 익숙한 것들이 주는 안락함에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 세계에선 차이라든가 경계 같은 건 아직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미리 선을 긋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자유분방한 아이들의 특성은 차이 자체를 하나의 장점, 재미난 놀이 소재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변화 시킵니다. 이전보다 느긋해진 하랄트, 상냥해진 잉게, 명랑해진 필립처럼 말이지요. 아직도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의 친구들을 ‘우스꽝스럽고, 희한하고, 괴상하다.’고 평하지만, 아무렴 어떻겠어요. 이 책의 원래 제목처럼 ‘우린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는’데. ‘친구’와 함께하는 ‘놀이’는 새가 헤엄치고, 물고기가 걷고, 돼지가 하늘을 날게 할 만큼 신 나고 재밌는 걸요.
서윤정│오픈키드 컨텐츠팀. 책을 좋아합니다. 어린이를 좋아합니다. 책 읽는 어린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제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것 말고 좀 더 재미난 놀이를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