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통권 제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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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나 볼까요?
――책 나무 만들기

조민상·이민혜 | 2009년 07월

책! 책! 무슨 책? 내가 읽은 모든 책. 어디 어디 있나? 책 나무에 있지!

일 년에서 딱 반이 후다닥 달아나버렸습니다. 한 달씩 야금야금 사라질 때는 몰랐는데 달력 줄어든 빈 자리가 보이니까 왜 이렇게 아깝게 느껴지지요? 그래도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을 찾으러 씩씩하게 책꽂이로 가는 모습을 보면 올해는 후회할 일을 조금 덜 만들었나 봅니다. 달아난 한 학기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남은 한 학기 이야기도 나누어 볼까요?

7월부터는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천안 YMCA ‘들꽃모임’과 세 해째 같이하고 있는 아이들이지요. ‘우리고장 천안’을 샅샅이 같이 돌아다녀 준, 그러니까 서울, 공주, 부여, 그리고 경주까지 더 넓은 세상을 같이 보아 준 오래된 친구들 이야기입니다. 기행을 다니며 기록을 많이 남기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책 만들기를 같이 하면서 욕심도 부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나머지 여섯 달은 이 들꽃모임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애들아, 책 왜 읽어?”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한 권 읽으면 500원 용돈 줘요.” “학교에서 읽으래요.” “논술 선생님이 읽으랬어요.” 어라? 읽고 싶어서 읽는 게 아니고? “책 좀 봐라! 게임이 밥 먹여 주냐? 책을 그렇게 보면 좀 좋겠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봅니다. ‘프로 게이머들은 게임이 밥 먹여 주는데, 책을 무지 잘 읽는 사람은 책이 밥 먹여 주나?’

책이 밥 먹여 주는 사람은 서점주인, 책 만드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그리고 또? 그러고 보니 책 많이 읽는 아이가 전교 1등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신문에 책 읽는 사람이 잘 산다는 이야기도 없고,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도 책 읽는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는 걸요. 손만 열심히 흔들어 주던 걸요. 그리고 우리 엄마도 아빠도 매일매일 책은 안 읽는데 잘 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왜 우리 엄마도 나에게, 그리고 나도 내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하고 있을까요? 아이가 이렇게 또박또박 들이대면 뭐라고 말해줘야 하지요?

그래서 나는 책을 왜 읽고 있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그렇게 읽은 책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생각해 보았지요. ‘왜 읽어야 하는지는 지금도 잘 몰라. 그냥 다들 읽으면 좋다고 하니까 읽고 있나봐. 하지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가 있는 책을 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할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배워.’ ‘아 그러고 보니, 재미있으니까 읽어. 그림책 그림도 재미있고, 소설은 남의 이야기 훔쳐보느라 재미있고, 지식 책은 더 많이 알게 돼서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고.’ 그렇습니다! 아이들도 게임보다, 야구보다, 친구랑 수다 떨기보다 재미있으면 책을 읽겠지요?

도서실에 같이 가고, 자기가 고른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보여주곤 합니다. 일기장에 끄적인 책 이야기도 솔솔 풀어놓지요. “나쁜 어린이표 나빠. 그래도 화장실 변기에 버린 건 너무해.” “삐삐 롱스타킹 원래 이름이 뭐게? 난 다 외우는데.” “손잡이도 스위치도 다 돼지로 변했는데 알고 있었어? 고릴라도 그랬는데 돼지책에도 그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내지?”

근사한 줄글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모두모두 버리기 아깝고 잊혀질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듯이 쓰면 그게 독서록이야. 한 번 써볼래?” “그럼 내가 이야기할게 엄마가 써봐!” 에구, 오늘도 죽 쒀서 개 줬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책 읽고 확인하기’입니다.

내가 읽은 책이 재미있으면 같은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기. 읽어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 있을 때가 많아요. 작가별로 읽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Best! 그리고 좋아하는 책 Best라고 제목을 적고 마음에 많이 남으면 한 줄 남기기도 합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아 그땐 내 마음이 그랬구나!’ 하게 되지요.
그리고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재미있어요. 한참 뒤에 또 빌려와서 ‘어! 빌렸던 책이네. 어이구, 바보!’ 그래도 다시 데리고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요즘은 도서관에서 영수증처럼 빌린 책 목록이 찍혀 나와서 그냥 붙이기만 해도 돼요. 안 그런 곳이 더 많지만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 아빠의 따뜻한 눈빛 그리고 이야기. 다 같이 읽어보지는 못해도 같이 읽고 싶은 책을 번호로 만들어 붙이고 읽은 책 번호에 스티커를 붙이면 멋진 기록이 되지요? 그리고 다섯 권이나 열 권마다 상장을 주면 거짓말을 하고서라도 다 읽고 싶을 걸요? 그래도 믿어 주세요. 그만큼 아빠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상으로 뽀뽀는 안 된다고 하네요. 그럼 뭘 줘야 할까요?

독서 확인지는 아이와 함께 예쁘게 만들어서 색지에 복사해서 쓰면 돼요. 새로운 내용이 필요하면 아이에게 같이 만들자고 하세요. <아이들도 그림판이나 한글에서 잘 만든답니다. 우리가 만든 책 나무에는 용지 방향을 ‘넓게’에 두고 ‘다단’에서 3단으로 나누어 만들면 좋아요.> 요렇게 만든 확인지를 어디에 꽂을까요? 도서실에 갈 때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적지는 못해도 매일 데리고 다니면 조금씩은 남아 있겠지요? 그래서 책이 주렁주렁 달린 책 나무를 만들어서 같이 가기로 했지요.

아이들이 키우는 책 나무 같이 보실래요?  

태경이가 만든 책 나무는 무지개 아래 숨어 있는 보물인가 봐요. 표지를 빨주노초파남보 쓱쓱, 조그만 손으로 꼼꼼하게 잘도 칠했지요? 민석이는 책 잠수함이래요. 다른 식구는 없고 아빠랑 자기만 있네요. 아무리 아빠가 좋은 나이라고 해도 그렇지! 엄마 삐짐. 그리고는 원호 형아랑 야구하러 도망가서 끝까지 안 나타났어요. 수경이는 너무 조용해서 목소리 잊어버리겠어요. 기린이 책 나무 뜯어먹느라고 조용했나 봐요. 얼굴도 조그맣고 목소리도 조그마해서 그림도 작을 줄 알았는데 큼직한 그림이 예사롭지 않죠?

욕심도 많고 야무진 수형이가 한 말. “아직 다 못했는데, 집에 가서 해오면 안돼요?” “아니, 오늘은 그만! 그냥 두고 가.” 아이들이 꾸준히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입니다. 독후 확인지 넣을 자리에 바나나에 매달린 원숭이를 그렸지요. 배고픈 시간에 만들어서일까요? 민혜는 표지에는 토끼를 그리더니 개구리, 도마뱀 등…… 동물이 사는 책 나무인가 봐요. 선인장 호텔이 생각나네요. 더 많은 친구들이 같이 사는 커다란 나무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인우는 빌딩 팝업 안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붙여주었어요. 좋아하는 책도 그려서 넣어 주었고요. 꾸준히 그리고, 무언가 느껴질 때까지! 아이의 마음 안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을까요?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처럼 보여도 이렇게 엄마를 감동시킬 때가 있다니까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아~이, 덜 놀았다니까요! 왜 하필 오늘이에요? 난 책 만든다고 한 적 없어요!” 야구에 빠져 있는 원호 이야기입니다. 그냥 집에 갔냐고요? 무슨 서운한 말씀! 하얀 운동화 빼곡히 신은 멋진 지네를 근사하게 그려 주었는 걸요. 끈으로 가리는 게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그려 주었죠. “이제 나가서 야구해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책 나무 만들기

[준비물] 크라프트 지(8절 2장 정도), 독후 활동지, 독후 확인지, 책목록, 색고무줄, 구슬 2개, 폴더

1. 4절 크라프트 지에 그림과 같이 표시한다.(폴더사용)
2. 선을 따라 자르고, 접는다.
3. 마무리
   1) 아일렛을 집는다. (아일렛 대신 실로 꿰매도 된다.)
       ※ 아일렛 집을 때 색고무줄을 같이 넣고 집는다.
   2) 오리엔탈 바인딩 - 1과 8을 묶고 끝에 구슬을 단다.


* 4절 크라프트 지 : 구하기 어려우면 8절 두 장을 사용해도 돼요. 4절을 쓰는 이유는 ‘독후 확인지나 대출 기록지를 넣는 부분이 아래가 뚫려 있으면 빠져나갈까 봐’이기도 하구요, ‘아일렛으로 집는 부분이 한 면밖에 없어서 너무 약해질까 봐 힘 좀 주려고’도 이유입니다. 8절 두 장을 사용하려면 송곳으로 구멍을 촘촘히 뚫어서 늘어나지 않는 실로 촘촘히 꿰매주세요.

* 빌딩 팝업과 나무 팝업 : 카드 만들 때도 자주 써요. 이번 책에서는 내가 읽은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오려붙이거나 그려 붙이려고 만들었어요. 보기에는 별로고, 버리기는 아까운 한 해쯤 묶은 책 목록에서 사진을 오려 쓰면 아주 좋아요. 오픈키드에서 책을 찾아 표지를 인쇄해 써도 좋고요.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잘 찾아와요. 책나무에 책이 주렁주렁 매달리겠죠?

* 오리엔탈 바인딩 : 우리나라 전통 꿰매기는 다섯 구멍이래요. 청주 고인쇄 박물관에 갔더니 ‘직지’ 설명과 함께 잘 알려 주셨지요. 오늘 만드는 책은 독후 활동지를 엮어 주려고 세 구멍만 뚫어서 가죽 끈으로 전통 책을 흉내만 냈어요.

* 책 여미기 : 고무줄로 두 바퀴 빙빙 돌려서 여며도 되고요, 고무줄 끝에 이름표를 하나 달아서 감아 돌려 꽂아 주어도 되지요.

<지나고 나니 6월호를 보신 분이 말씀하시네요. “지구는 400에 들어가는데 왜 500에서 지구 이야기를 쓰셨어요?” 500은 초등학교 도서실에서는 참 작은 자리입니다. 아이들과 400-순수과학을 이야기 나눌 때는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자연은 늘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500-기술과학을 이야기하면서는 모두 사람만 잘 살자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내용이 많았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미래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어야 할 문제 같아서, 속내 깊은 이야기를 못 나누었답니다. 다행히 500에도 환경에 관한 책들이 꽤 있기에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보자고 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구가 등장하는 기술과학 이야기가 되었답니다.>
조민상·이민혜│엄마가 글 쓰고 딸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천안 YMCA ‘들꽃모임’ 친구들인 이태경, 이민석, 김수경, 정수형, 이민혜, 이인우, 정원호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