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통권 제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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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현대판 『택리지』 속으로

김정미 | 2009년 09월

제게 별명이 몇 개 있는데요, 한 2년 전부터 별명이 하나 더 생겼어요. 별명은 보통 어릴 적에 많이 생기는 건데, 다 커서 하나 더 생겼지요. ‘촌것’. 저어기 멀리 촌에서 온 아이라고 촌것, 혹은 촌아이래요. 24년 동안 아무도 제게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여기 서울에 오니까 촌아이가 되었답니다. 처음엔 괜히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젠 나름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이 책을 촌아이가 소개하네요. 『지도로 배우는 우리나라 우리고장』 서울·경기 편이에요. 총 세 권 가운데 첫 번째 권이며, 2권은 강원·경상, 3권은 충청·전라·제주를 다루고 있어요. 각 지방을 자연환경, 행정과 산업, 역사와 전설, 인물, 문화재, 시장과 특산물, 축제와 볼거리로 나누어 설명했지요. 다루는 정보의 양이 많지만 설명글이 쉬워서 초등학교 중학년부터 보아도 좋겠어요.

구성은 여타 책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데, 돋보이는 점은 각 장에 들어갈 때마다 보여 주는 주제별 지도예요. 지도 위에 주제에 맞는 그림을 곳곳에 그려 놓고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어요. 설명만으로는 잘 파악하기 어려운 지리적인 정보를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예를 들어 문화재를 주제로 삼은 5장에서는 지도만 보아도 ‘아, 이게 이쪽에 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거지요. 그 다음에는 설명글이 이어져요. 문화재에 숨어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접하며 과학 기술, 조상의 지혜를 배우는 거예요.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본문 옆에 간략한 설명을 더 두었고, 부록으로 핸드북 형태로 꾸려진 체험 학습장이 들어 있어요.

1장에서는 서울을 가로지르는 우리 민족의 젖줄 한강과 서울을 둘러싼 산,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 경기만의 여러 섬을 소개하고, 더불어 기후와 사계절을 알려 주어요. 2장에서는 서울과 경기도의 면적과 인구를 비롯해 행정과 산업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지요. 이렇게 서두에는 사회 교과서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어요. 이어지는 3장에서는 지명에 따라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소개하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말죽거리’에 얽힌 이야기였어요. 인조 임금이 피난하는 중에 행색이 초라한 선비로부터 팥죽을 받았대요. 임금은 급하게 가던 처지라 미처 말에서 내리지 못하고 죽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그곳이 바로 양재동 말죽거리라는 이야기.

그 다음에는 이성계, 정약용, 방정환, 황희 등 인물들을 소개하는 4장, 숭례문, 암사동 선사 유적지, 수원 화성, 양주별산대놀이 등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살펴보는 5장, 여러 시장과 특산물에 대한 정보를 담은 6장, 축제와 볼거리를 안내하는 7장이 이어지지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알찬 정보가 그득그득해요.

사회 시험에 만점 받으려는 욕심에 이 책을 처음부터 달달 외우려는 친구는 없으면 좋겠어요. 저는 순서대로 쭈욱 보다가 잠깐 사회 시간이 생각나서 졸음에 빠질 뻔했거든요. 그것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을 먼저 찾아보고, 직접 그곳에 가서 모든 감각을 열어 놓고 우리나라를 만나는 걸 추천해요. 그러면 배운 내용을 오롯이 흡수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 시험에서 만점 받는 것보다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서울로 상경한 촌아이는 매일 정신이 없어요. 사람들에 휩쓸려서 제 갈 길 못 가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지하철을 반대로 타요. 그런데 몇 년 살아보니 서울도 촌하고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겠어요. 서울이든 저어기 멀리 떨어진 촌이든, 어느 이름 모를 자그마한 땅덩어리든, 그 각각에게는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한 역사가 있고, 소중하게 지켜야 할 자연이 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전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잊지 말면 좋겠어요. 이 책과 함께 우리나라 우리고장 탐험을 시작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김정미│오픈키드 컨텐츠팀. 서울에 삽니다. 스스로를 요조숙녀라 칭하며, 남모르는 도시적 매력을 한껏 품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촌아이’라 불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 서울아가씨네!”, “누가 봐도 넌 요조숙녀야!”, “꽤 도시적인 걸!”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서울 말과 제주도 방언을 동시에 구사하는 능력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