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4월 통권 제89호
속 깊은 책 이야기
녹색손 자연 편지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서평

[이 달의 서평]
이런 모험 이야기 들어 봤니?

서윤정 | 2010년 04월

‘그의 위대한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짜잔~’

‘모험’ 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더 크고 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깥 세계로 나간 주인공이 이런저런 사건을 겪고 난 뒤 원하는 것을 얻고 부쩍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뭔가 아슬아슬하고 역동적이고 거창한 그런 느낌말이에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동화 『윌리 이야기』의 본래 제목은 ‘Willie’s Adventure’입니다.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모험에 대한 이미지에 비추어 보면 ‘윌리의 모험’은 다소 밋밋하고 싱거운 맛이 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윌리의 세 가지 모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꼭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만 모험이 아니고, 모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첫 번째 이야기. 무척 심심해서 함께 놀 친구가 갖고 싶었던 윌리는 시골 할머니께 전화를 겁니다. “할머니, 저랑 놀 동물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는 내일 한 마리 보내 주신다고 해요(할머니 참 멋지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잠든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윌리는 이런 날씨엔 오리가 있으면 좋겠어, 물고기가 좋겠어, 작은 개구리일지도 몰라, 무당벌레, 다람쥐일까? 온갖 동물을 떠올립니다. 점심때 커다란 트럭에서 건네받은 자그마한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건, 조그맣고 복슬복슬한 새끼 고양이였어요.

두 번째 이야기. 윌리에게 새 옷이 생겼어요. 윗도리에 세 개, 바지에 네 개. 호주머니도 일곱 개나 생겼어요. “호주머니에다 뭘 집어넣을까?” 고민하던 윌리는 각설탕을 하나 넣어봅니다. 그런데 배가 고파 각설탕을 꺼내 먹자 호주머니는 다시 텅 비지요. 모기를 넣었다 날려 보내고, 손을 넣었다 빼던 윌리는 세상의 호주머니들을 생각해 봐요. 돈이 들어 있는 아저씨들 호주머니, 아기가 들어 있는 엄마 캥거루 호주머니까지. 그러고는 집, 바닷가, 풀밭을 다니면서 좋아하는 것, 필요한 물건, 먹을 것으로 호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 조그만 도시에서 사는 윌리에게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전화를 합니다. “할머니한테 놀러 오렴.” 윌리는 새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맨 먼저 들꽃을 만났어요. 윌리는 들꽃을 피해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니요, 윌리는 꽃향기를 맡고는 들꽃을 꺾었어요. 생전 처음 나비를 만났지만 나비 떼가 지나갈 때가지 기다려 할머니 집으로 계속 걸었지요. 빨간 산딸기를 따고, 구두랑 양말을 벗고 시냇물을 건너, 높은 언덕을 지나 윌리는 마침내 할머니 집에 도착했어요. 할머니께 작은 산딸기도 하나 선물했고요.

세 이야기에서 윌리는 대부분 혼자입니다. 한낮엔 집에 어른이 없어서 엄마가 점심 차려 주러 오기를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보낸 동물 상자를 열어 보고, 아빠가 출근한 뒤 하루 종일 혼자서 호주머니를 채우다가 해가 저물고 나서 돌아온 아빠와 밤 산책을 나서고, 오로지 혼자서 시골 할머니 집을 찾아가지요. ‘자기하고만 노는’ 동물 친구를 원하는 이유도 윌리가 혼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혼자 있을 때의 생소하고 불안한 느낌.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 찾게 되는 놀이 방법과 재미, 기쁨. 혼자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더 이상 아기가 아닌 아이들이 맞게 되는 첫 번째이자 커다란 모험일 겁니다.

『윌리 이야기』는 1954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의 수많은 윌리들은 새 친구를 만나고, 새 옷을 입고, 나비를 처음 보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길을 걸으며 작은 모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홀로 모험 길에 나서는 아이들의 걸음을 따뜻하고 대견한 눈길로 지켜봐 줍니다.

‘(작지만) 위대한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짠짜잔~’

계절의 시작인 봄에 더 어울리는 윌리의 세 가지 모험 이야기였습니다.
서윤정│오픈키드 컨텐츠팀. 호주머니 일곱 개 달린 새 옷을 입고서, 동물 친구와 낯선 길따라 모험을 떠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