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9월 통권 제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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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학문화 기행]
그리스 신화에서 수학을 만나다
――그리스 4

안소정 | 2010년 09월

1. 아폴론 신전의 제단 부피를 2배로 만들기

“정말 대리석 조각상처럼 생겼네.” 아테네 거리에서 빵을 파는 청년의 얼굴을 보고 탄성이 나왔다. 보통 인물상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김새를 닮는데, 그리스에 와서 보니 사람들이 그리스 조각상처럼 잘생겼다. 최고 미인으로도 그리스 밀로 섬의 비너스를 꼽지 않은가. 최고 미녀 신이 비너스라면 최고 미남 신은 누구일까.

바티칸 박물관의
벨베데레 아폴론 상
수많은 그리스 조각상들 중에 벨베데레의 아폴론 상이 번뜩 떠오른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이 아폴론 상은 밀로의 비너스 상과 마찬가지로 상체와 하체의 비가 1:1.618의 황금비이다. 또 상체에서도 어깨 위와 아래의 비율, 하체에서도 무릎 위와 아래의 비율이 역시 1:1.618이다.

아폴론은 음악과 신탁의 신으로 널리 숭상되었다. 주로 활이나 리라를 들고 있는 청년으로 묘사되었는데,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의 배경에도 악기를 들고 있는 아폴론 상이 나온다. 아폴론 신을 기리는 제전에서도 특히 음악 경연대회가 유명했다고 한다. 아폴론 신전은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가서 델포이의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코린트만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제우스가 독수리 두 마리를 세계의 양쪽에서 날아가게 했더니 델포이에서 만났다고 해서, 그 지점을 돌로 표시하여 세계의 배꼽 ‘옴팔로스’라 불렀다.

델포이는 원래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인 거대한 뱀 피톤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아폴론은 피톤을 화살로 쏘아 죽이고 자신의 신탁소를 세웠다. 아폴론의 신탁은 영험하다고 널리 알려져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이건 국가중대사이건 무슨 일이 생기면 아폴론 신전으로 찾아와 신탁을 받으려고 했었다.

아폴론이 태어난 에게 해의 아주 작은 섬 델로스에 큰 전염병이 돌았는데, 섬사람들은 아폴론 신전으로 찾아가 신탁을 받았다. “신전 제단의 부피를 2배 되도록 늘려라.”

그리하여 석공을 동원하여 제단의 각 변을 2배씩 늘려서 새 제단을 만들었으나 전염병은 멈추지를 않았다. 아폴론 신에게 따지니 새 제단은 부피가 2배가 아니라고 했는데, 부피는 가로, 세로, 높이를 곱해서 구하는 것이므로 8배가 되고 만 것이다.


이 문제는 한 변의 길이를 x로 할 때 x=3√2 를 작도하는 문제이다. 제단의 부피를 2배로 늘리는 문제는 그리스 수학자들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수학자들은 눈금이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하여 도형을 작도하였으며,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기하학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이 문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수학자들 이래로 수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해 오다가 너무도 허망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19세기에 프랑스 수학자가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2천 년 동안 수학자들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로 괴롭히던 ‘작도불능문제’는 세 가지가 있었다.

(1) 주어진 각을 삼등분하기  
(2) 주어진 원과 같은 넓이를 가지는 정사각형 만들기  πr2=x2, x=r√π
(3) 주어진 정육면체보다 부피가 두 배인 정육면체 만들기   2a3=x3,  x=3√2a

2. 헤라클레스와 거듭제곱으로 늘어나는 히드라의 머리

아폴론 신전만큼 유명했던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으로 가보자.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서쪽에 있는 올림피아는 고대 올림픽 경기가 벌어진 곳으로 제우스의 성역 알티스가 있다. 물론 지금은 몇 개의 기둥들만 남아서 그 흔적을 더듬어볼 뿐이다. 제우스 신전은 삼각형 모양의 페디먼트(마루머리)와 수십 개의 기둥이 직사각형으로 배치된 그리스 최대의 도리아 식 신전으로 내부에 금과 상아로 만든 거대한 제우스 상이 있었다고 한다. 신전에는 그리스 신화들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앞뒤 정면 프리즈(소벽)에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노역이 조각되어 있다.

제우스와 알크메네의 아들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질투심 많은 헤라의 계략으로 에우리스테오스 왕이 시키는 열두 가지 노역을 해내야만 했다. 그중에 두 번째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물뱀 히드라를 죽이는 일이었다. 히드라는 올림피아에서 가까운 아르고스의 아미모네 샘에 살고 있었다. 이 샘은 가뭄이 심할 때 아미모네가 포세이돈의 삼지창으로 바위를 찔러 물이 솟아나온 곳으로 히드라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머리를 곤봉으로 쳐 떨어뜨리자 그 자리에는 두 개의 머리가 새로 생겨났다. 머리를 자를 때마다 두 개씩 머리가 생겼지만, 불로 지져서 머리가 생기나지 못하게 하여 히드라를 물리치게 된다.

히드라의 머리를 계산해 보자.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머리를 자를 때마다 두 개씩 생겨나는데, 계속해서 머리를 자른다면 순식간에 아주 많은 머리가 생기고 만다. 한번 자르면 2개, 두 번 자르면 또 2개씩……. 이렇게 2의 거듭제곱으로 늘어나게 되어 열 번만 자르면 머리는 무려 1024개에 이른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정보의 기본 단위인 바이트도 2의 거듭제곱으로 나타낸다. 210바이트는 1000에 가까우므로 1킬로바이트가 되며, 220바이트는 1메가바이트, 230바이트는 1기가바이트가 된다. ‘기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에서 따온 것이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태어나게 한 이유가 바로 거인족 기가들이 쳐들어올 때 물리칠 그리스의 영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노역이 조각되어 있던 제우스 신전 앞에는 길쭉한 말편자 모양의 스타디움이 있다. 기원전 8~4세기에 이곳에서 4년마다 올림픽 경기가 열렸었다. 폭이 32m인 스타디움은 한 번에 20명이 뛸 수 있었는데, 돌로 표시해놓은 출발선에서 실제 경주 거리를 재보면 약 192m로 ‘1스타데(stade)’가 된다.

그리스의 길이 단위 ‘스타데’는 올림피아에서 열린 고대 올림픽 대회의 경주 거리로 정했는데 나중에는 약 180m로 되었다. 1스타데, 2스타데 달리기부터 24스타데 장거리 코스까지도 있었단다. 경기장을 스타디움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의 길이 단위인 스타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경주 길이를 나타내던 단위가 의미가 확대되어 경주가 벌어지는 장소를 나타내게 되었다.

3.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아테네의 올림픽 경기장. 경기장 밖의 광장이
마라톤부터 병사가 달려온 지점으로,
마라톤 경기의 유래가 된 곳이다.
근대 올림픽 대회가 처음 열린 아테네의 올림픽 경기장으로 가보자. 경기장 앞에는 널따란 광장이 있는데, 바로 마라톤 경기가 유래된 장소이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물리치고 승리하자 한 병사가 아테네 시민들이 모인 이 광장까지 약 40km를 달려와 소식을 전하고 숨졌다. 그리하여 병사가 달린 거리만큼의 마라톤 경기가 근대 올림픽 대회부터 실시되었다.

그리스 신화에도 전설적인 달리기 선수로 아킬레스가 나온다. 님프 테티스의 아들로 태어난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쟁 때 아가멤논의 군대에서 가장 잘생기고 용감한 전사였다. 테티스는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신성한 스틱스 강물에 아킬레스를 담갔는데, 그녀가 잡고 있던 발꿈치만은 물에 젖지 않아서 약점이 된 것에서 ‘아킬레스 건’이라는 말이 생겼다.

철학자이자 수학자 제논의 유명한 역설(paradox)에도 아킬레스가 등장한다. 제논은 “최고의 달리기 선수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뒤에서 출발한다면 결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가장 잘 뛰는 아킬레스가 왜 느림보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을까?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가면 그 동안에 거북이는 좀 더 앞으로 갈 것이고, 아킬레스가 또 거북이가 있던 위치까지 가면 그 사이에 거북이는 또 더 가게 되므로 아킬레스는 결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논의 이 역설은 논리적으로 그럴 듯하지만 당연히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운동에서 중요한 변수인 시간을 무시하고 거리만 분할해서 생각한 결과이다. 거북이가 1초에 1m를, 아킬레스는 1초에 10m를 달린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거북이가 100m 앞에서 출발한다면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던 지점에 가는 시간은 10초 걸리고 그동안에 거북이는 10m 더 가게 된다. 아킬레스가 또 10m를 따라가면 1초 지나고 거북이는 1m를 더 가게 되며 또 아킬레스는 따라잡는데 1/10초 걸린다. 그 동안 거북이는 1/10m 더 가서 아킬레스가 1/100초 걸려 따라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 100m, 10m, 1m, 1/10m……를 달리고, 거북이를 추월하는데 걸린 시간은 10초, 1초, 1/10초, 1/100초……이다. 시간을 더해 보자.


무한등비급수의 식이 되는데, 합을 구해보면 아킬레스는 100/9(11.1111……)초 후에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제논은 같은 원리로 “날아가는 화살은 과녁에 맞출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논의 역설은 논리적인 전개를 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그런데도 제논과 같은 소피스트들은 “어때, 내 논리에 모순이 없지? 어디 반박해 봐.” 하며 역설을 내놓고 논리와 진실 사이에서 헷갈리게 만든다.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논리로만 치닫는 이런 궤변들이 귀류법과 같은 수학의 방법들을 발전시켜 왔다.
안소정│어린이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려 주고 싶어 수학 이야기 책을 쓰고 있으며, 그 핑계 삼아 여행도 훌쩍 떠납니다. 쓴 책으로 『우리 겨레 수학 이야기』 『써프라이즈 오딧셈의 수학 대모험』 『생각이 확 열리는 생활수학』 『탈출! 수학 나라』 『우리 겨레는 수학의 달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