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7월 통권 제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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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함께 읽기]
꿈과 희망을 일구어 가는 ‘일’

배성호 | 2011년 07월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처럼, 나에게도 꿈이 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꿈은 결코 만만한 꿈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는지 헤아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가정과 지역의 경제적 형편에 크게 좌우된다는 걸 최근 절감하고 있다. 더불어 스스로를 존엄하게 여기고 다양한 꿈과 희망을 모색하기보다는 그저 공부(시험성적)에만 내몰린 채 지내는 아이들의 생활을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꿈과 희망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것일까?

최근, 반 아이들과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 아이들 중에 장래 희망이 없는 친구가 무려 열 명이 넘었다. 그리고 그냥 공무원이나 회사원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건네는 아이들을 보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현실적으로 중고등학교 진학과 대학 진학 이후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그저 주어진 코스만 따라가는 삶을 강요받은 결과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만들어 낸 합작품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 아이들과 특별한 수업을 준비했다.
 
교실과 주어진 교과서로 배움을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소식과 함께 드넓은 세상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 책과 자료 등을 통해 수업도 펼치고, 좋은 분들을 교실로 초청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따뜻하면서도 너르게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일’

아이들과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일과 노동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특히, 노동자는 어떤 사람인가를 두고 다음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일하는 사람, 노동자에 대해 아이들이 갖는 인식은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이는 우리 사회 인식의 반영이다. 사실 얼마 전 경찰에서는 주요 범죄자 몽타주에 ‘노동자 풍’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써 물의를 일으켰다. 노동자 자체가 마치 무슨 범죄인인양 매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 답변에서 희망도 엿보인다. 노동자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며 행복과 희망으로 돌아볼 수 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사실 좋은 책들 덕분이다. 최근 길담서원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인문강좌가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일’과 ‘노동’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노동자와 노동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마냥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알바(아르바이트) 문제를 좀 더 너른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아이들은 대개 알바를 멋있고 아름다운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초등 아이들이 알바를 접하는 경우는 방송 화면에서 주인공들이 잠깐잠깐 비추는 모습 속 기억으로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사실 청소년 알바 문제는 진로와 노동교육, 그리고 인권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우리 반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갖고 함께 토론해 보고 역할극을 펼쳐 보았다.

이 상황은 책에 제시된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이 무엇인지, 일을 할 때 근로 계약서를 써야 하고 청소년들은 일할 때 오히려 더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교과서나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다. 이에 이 내용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책에 나온 상황을 역할극으로 펼쳐보았다.

세상을 보는 창, 미디어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여러모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창이 잘못될 경우 우리는 세상을 온전히 볼 수가 없다. 특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갖고 있는 현재 생각은 알게 모르게 미디어가 정해놓은 프레임 속에서 결정되곤 한다. 이런 한계들을 일깨워 준 것은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피디다. 그의 책 『감성 지식의 탄생』을 보면서 아이들과 새로운 흔히 접하는 뉴스 중 ‘파업’과 관련된 소식을 너른 시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프랑스와 한국의 ‘파업’ 보도 차이를 다룬 글(『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106쪽)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느낌을 가족과 나누는 소감 숙제를 내어 주었다. 이는 초등 6-1 『국어 듣기·말하기·쓰기』 교과서의 ‘읽기―관점’ 단원에 기초해 뉴스 살펴보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가)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프랑스 어린이와 한국 어린이 주장이 다른 이유는 서로 사는 나라와 생각 그리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파업을 하면 안 된다. 지하철 승객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나의 생각은 파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다르다. 되도록 파업을 하면 안되지만 정부나 대통령이 잘못하면 파업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부모님의 주장에 동참하게 되었다.

(나)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토론 주제를 처음 읽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세 번 읽어보니까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모아젤 의견보다는 한별이 의견이 더 좋은 것 같다. 지하철에서 파업을 하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파업을 하면 왠지 모르게 짜증나고 불쾌한 생각이 날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을 왜 지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다) 가족들과 함께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토론을 하였는데 모아젤과 한별이가 사는 프랑스와 대한민국의 언론이 주로 알려 주는 내용이 달라서 모아젤과 한별이의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언니는 프린터를 읽고, 나라마다 언론이 알려 주는 내용이 달라서 모아젤과 한별이가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께서는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언론이 보도하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빠께서는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프랑스에서는 일이 일어난 원인을 먼저 찾고, 우리나라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한별이와 모아젤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우리나라의 언론과 프랑스의 언론이 합해져서 원인과 결과를 함께 알려 주는 언론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까 서로의 의견도 듣고, 대화도 하게 되어 가정이 더 화목해질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별이와 모아젤의 주장이 왜 다른지 내가 많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위처럼 아이들이 써 온 글을 읽으며, 앞으로 풀어갈 과제와 함께 희망을 느꼈다. 차근차근 다른 세상의 관점과 함께 그 다름을 너르게 익혀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헤아렸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좀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교육이 이젠 필요하다. ‘파업’과 같은 주제가 나오면 항상 파업에 참여한 이들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불온시하였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시민일 뿐 아니라 나와 나의 가족이기도 하다. 사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와 관련한 내용을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가 낯설다. 이런 상황에서 강풀이 그린 파업 이야기 「볼모로」는 아이들이 좀 더 세상을 따뜻하면서도 너르게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었다.

만남과 친구
 
지금의 내 삶을 만들어 온 두 가지 중요한 열쇳말이 이것이다. 새로운 만남과 그 인연으로 친구가 되어 오래 더불어 만나며 드넓은 세상과 마주하며 시나브로 성장해 가고 있다.

나는 새내기 교사 때부터 학교 밖 벗들을 교실로 초대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자주 펼치고 있다. 교실과 교과서만으로 배움터를 한정 짓지 않고 드넓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꿈을 너르게 펼쳐갈 수 있는 만남의 계기를 아이들에게 마련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분들을 초청하는 수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첫 번째 모신 분은 평화박물관에서 활동하는 상근자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재일 조선인 선생님이었다. 이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은 문화인류학과 평화박물관이라는, 낯설지만 또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 초청 수업을 하신 선생님들께서는 내 생각보다 더 친근하셨다. 평화박물관 선생님께서는 내 이름도 외우셔서 집에 갈 때 내 이름을 불러 주시며 잘 가라고 인사해 주셨다. 오늘 초청 수업을 하니까 일본의 조선학교, 재일동포 등을 알게 되었고, 재일 동포 선생님의 어렸을 때의 일도 조금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다음번에도 또 초청 수업을 하면 좋겠다. 오늘 초청 수업이 유익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재일 동포 선생님께 많은 질문을 했는데 나는 재일 동포 선생님께서 공부하셨던 인류학이 무엇을 배우는지 여쭤보았다. 인류학이란,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운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인류학을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초대하려는 분은 외국인 평화운동가, 디자이너, 기자, 요리사, 학교 급식 조리사 분 등이다.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오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새내기 교사 시절부터 소박하게 펼쳐온 것인데, 최근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꾸려 볼 요량이다. 우연히 접한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이라는 책 덕분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들과 함께 펼친 수업 이야기인데, 살아 있는 수업과 학생들의 에너지가 합해지면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희망을 보여주었다.

지금 그대로의 현실에 주저앉기보다는 일상에서 소박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펼쳐 가는 과정에서 꿈과 희망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 헤아려 본다. 꿈꾸는 사람들이 펼쳐갈 아름다운 세상을 준비하면서!
배성호 | 아이들이 유쾌하게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배움터를 교실로 한정짓지 않고 세상을 배움터 삶아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익숙하게 내려온 관행이나 틀에서 살짝 비껴서길 좋아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겨레의 통일과 평화』 『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등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