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7월 통권 제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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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오! 쏙 빠질 수밖에 없는 흐뭇한 한국 문화

이지혜 | 2011년 07월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출근 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섰는데 앞에 앉아 계신 아주머님께서 손을 내미시더군요. 제 가방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며 선뜻 당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괜찮다며 사양을 했지만, 아주머님은 활짝 웃으시며 ‘힘든 일도 아닌데 뭐, 그냥 내 무릎 위에 올려 놔.’라며 가방을 들어주셨습니다. 몸도, 마음도 반짝 개인 즐거운 출근길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한국인의 정’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마음을 느끼게 되는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합니다. 이렇게 제가 노닥이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가 한국의 정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네요. 누굴까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 미국에서 건너 온 ‘오수잔나’ 아줌마를 소개합니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 거기에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아줌마의 모습이 제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수잔나 아줌마는 30년 전, 평화봉사단원 자격으로 한국에 왔어요. 원래 6개월 동안만 머물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줌마가 그만 한국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지 뭐예요. 그래서 한국에 조금만 더 머물기로 하고는, 이렇게 지금까지 한국에서 유쾌하게 지내고 계시답니다. 예쁜 두 자녀들과 함께요.

아줌마가 사실 처음부터 한국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에 많이 당황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앞서 제가 이야기 한 지하철에서의 한국인의 정이라는 것도 오수잔나 아줌마에게는 굉장히 낯선 것이었거든요.

왜 학생들은 자기 가방을 아주머니 무릎 위에 탑처럼 쌓아 놓은 것일까요?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가방 도둑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뭘까요? (본문 24쪽)

오수잔나 아줌마가 처음 한국 버스에 탔을 때 경험한 일이라고 해요. 가방 들어주신다는 한 아주머니를 도둑으로 오해를 하고 만 것이죠. 할아버지,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들이 우리에겐 그리 이상하지 않다 여겨지는데, 아줌마의 눈에는 신기했던 모양이에요. 이렇게 처음에는 아줌마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한국 문화들이 조금씩 아줌마의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뜨끈뜨끈한 온돌 바닥,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다양한 나물 반찬 등……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아줌마가 한국에 오래토록 머물고 싶게 만들었죠.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자 조용했던 극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요. 네 가지 악기가 빚어내는 신명 난 소리가 작은 극장을 뒤흔들고 삼켜 버렸어요.……나는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숨도 쉬어지지 않아서 가슴에 손을 대고 앉아 있었어요. 마치 머릿속에서 커다란 종이 덩덩 울린 것 같았어요. (본문 102~103쪽)

무엇보다도 아줌마의 마음을 확 빼앗아 버린 것은 ‘사물놀이’였습니다. 사물놀이의 흥겨운 가락이 아줌마의 마음을 함께 울려 버린 것이죠. 이후 아줌마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들어가 한국 문화를 몸소 익혔습니다. 사물놀이뿐만 아니라 탈춤에 판소리까지도요. 이런 오수잔나 아줌마의 끈기와 열정이 정말 대단하죠?

오수잔나 아줌마의 시선에서 바라 본 우리 문화에 관한 재담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이 넘치는 시골 대청마루에 앉아, 싱싱한 산나물 반찬에 넉넉한 밥 한 끼 먹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물놀이 한 판에 덩실덩실 장단을 맞추고 싶어지는 여름입니다.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아줌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오수잔나 아줌마! 우리 함께 한국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어울려 살기로 해요!
이지혜│오픈키드 컨텐츠팀. 올 여름 휴가 때는 우리의 멋진 문화와 풍경을 찾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까 합니다. 제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 곳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