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7월 통권 제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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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세상을 깁는 아량

윤나래 | 2011년 07월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좋아해요. 옷은 물론 앞치마, 쿠션, 커튼까지 뭐든지 만들 수 있어요. 할머니 방안을 찬찬히 살펴보아요. 큼지막한 반짇고리가 눈에 띄어요. 반짇고리 안에는 실패, 바늘, 줄자 등 바느질에 쓰이는 도구들이 들어 있어요. 색색의 실 뭉치, 알록달록한 천 조각들도 많아요. 자고로 할머니들께서는 작은 천 조각 하나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으시잖아요. 벽에는 파란 원피스가 걸려 있어요. 손녀에게 선물할 원피스랍니다. 사랑하는 손녀를 위해 특별히 예쁜 수를 놓아 마무리하려고 해요.

바느질을 시작하기 전에 할머니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밖으로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요. 할머니는 이제 눈이 어두워져서 바늘에 실을 꿰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창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오네요. 아무리 기다려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할머니는 바느질을 시작하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려요. 내일까지 원피스를 완성하기로 약속했는데……. 할머니의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할 무렵 창밖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여요. 개구리 가족이 연잎 우산을 쓰고 지나가고 있네요. 할머니는 개구리 가족의 도움으로 바늘에 실을 꿰었어요. 막 바느질을 시작하려는데, 개구리가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하는군요. 고마운 개구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요. 할머니는 반짇고리를 챙겨 들고 우산을 받쳐 들고 연못으로 향해요. 아기 개구리의 수련 잎 침대가 찢어졌대요. “고칠 수 있을까요?” 아기개구리가 걱정스럽게 묻는군요. 아기 개구리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려는 듯 스미레 할머니는 시원스럽게 대답합니다. “그래, 그럼. 쉽지. 한번 고쳐 보자꾸나.”

할머니는 차곡히 모아둔 자질구레한 천 조각 중에서 꼭 맞는 조각을 찾아 어려움에 부닥친 친구들의 필요를 채워주어요. 개구리의 수련 잎 침대에는 비옷 조각을 물고기 모양으로 오려 덧대주었어요. 날개가 찢어진 나비에게는 팔랑팔랑 가벼운 비단 레이스를 덧대주지요. 둥지가 망가져 버린 직박구리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천 조각들과 실들을 아낌없이 모두 내어주어요. 소중한 것이 망가져 발을 동동 구를 때 “한번 고쳐보자꾸나.” 다독여주는 할머니의 위로는 얼마나 푸근한지요.

이제 개구리는 튼튼하게 고쳐진 수련 잎 침대에서 편히 잠을 잘 수 있어요. 나비는 비단 레이스를 덧댄 날개가 마음에 꼭 들어요. 할머니의 알록달록한 천 조각으로 만들어준 둥지 안에서는 곧 아기 새들이 태어나겠지요. 할머니도 숲 속 친구들이 구해준 멋진 실로 손녀의 원피스를 완성했답니다. 은빛 실로 수놓은 치마 폭에는 개구리와 나비, 직박구리가 모두 들어 있어요. 예쁜 옷을 선물 받은 손녀가 빙글빙글 춤을 추어요. 손녀가 반짝반짝 은빛 실은 어느 가게에서 사셨느냐고 묻지만 할머니는 글쎄다, 그냥 웃고만 있어요. 할머니를 찾아온 숲 속 친구들도 방 안을 들여다보며 웃어요. 모두 부족함 없이 넉넉한 웃음을 지어요.

개구리는 바늘에 실을 끼워주는 작은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지만 그 작은 친절이 원동력이 되어 나비의 날개를 고치고, 직박구리가 무사히 알을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스미레 할머니는 이처럼 세상사는 법도 바느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조근조근 일러주어요. 한 땀 한 땀 작은 친절을 수놓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요. 친절한 마음은 아무리 풀어내도 줄지 않는 실 같아서 우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기워주며 함께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요.
윤나래│오픈키드 컨텐츠팀. ‘방학’ 대신 ‘휴가’ 를 보내게 될 첫 여름이 다가옵니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