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1월 통권 제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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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도깨비 색시들이 이~뻐!

윤나래 | 2012년 01월



긴긴 밤 잠은 안 오고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꼼지락꼼지락하는 아이야, 이리 와 앉으련. 화롯불에 군밤 뒤적거리며 옛날이야기나 풀어보자꾸나.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으냐, 도깨비 이야기? 그래, 도깨비 이야기야말로 옛날이야기 중에 가장 맛난 한 토막이지 암.

옛날 옛날에, 도깨비 색시라고 놀림 받는 세 딸을 둔 정 서생이 살았어. 그런데 글만 읽던 서생이 하루는 무슨 바람이 불어 산에 갔다가 낭떠러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는구나. 무시무시한 도깨비 셋이 구해줘 구사일생으로 살긴 살았는데 아, 이 도깨비들이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정 서생네 세 딸을 색시로 달라면서 노란 눈을 부라리더래. 도깨비 색시라고 불릴 만큼 못 생겼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딸을 도깨비 색시로 내어줄 수는 없지 않겠니. 아이고, 내가 정 서생이었더라면 도로 낭떠러지 나뭇가지에 가 걸려 있고 싶었을 것 같구나.

정 서생은 도깨비들과 긴 승강이를 벌인 끝에 내기를 해서 이기는 쪽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도깨비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어냐, 수수께끼 아니겠어? 대장도깨비는 자기와 촐랑이 도깨비, 부끄럼쟁이 도깨비가 원래 무엇이었는지 알아맞혀 보라고 했어. 도깨비들은 밤에는 도깨비의 모습이지만 낮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거든. 선심 쓰는 척 귀띔 두루마리를 하나 던져주긴 했지만 알쏭달쏭한 말만 잔뜩 쓰여 있으니 정 서생은 그만 눈앞이 아뜩해질 수밖에.

집에 돌아온 정 서생은 세 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도깨비들이 준 첫 번째 두루마리에는 ‘선비와 절친한 친구 넷이 있는데 검은 친구, 털 난 친구, 하얀 친구, 그리고 나, 나는 선비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라 매일 씻어준다’고 쓰여 있었대. 선비들이 거하던 방이니 사랑방을 살펴봤겠지. 사랑방 물건들은 단순하고 소박해. 옛사람들은 선비는 학문을 익히며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사랑방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온통 책뿐, 문갑에는 뭐가 있나 열어보니 바둑판과, 장기판이 있고, 다른 문 한 짝을 옆으로 미니 이번에는 종이, 붓, 먹, 벼루가 보이더란다. 응? 그새 첫 번째 수수께끼의 답을 눈치챘다고? 그럼 지체할 것 없지. 두 번째 수수께끼로 넘어가 볼까.

두 번째 두루마리에는 ‘여기저기서 얻어다 키운 복덩이’를 찾으라고 쓰여 있더래. 안방에서 찾아보라는 도깨비의 말을 따라 세 자매는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굳게 걸어 잠가 두었던 안방으로 들어갔어. 안방은 사랑방과 달리 나비와 꽃으로 장식된 화사한 가구나, 자그마한 물건들이 많아. 방 안을 살펴보던 세 자매는 어머니가 꼼꼼하게 정리해둔 반짇고리를 보고 그만 눈물이 울컥 나더란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조각보를 만들던 일이 생각난 거야. 옛날 여인네들은 헝겊 조각 하나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어. 자투리 천들도 모아 조각보를 만들어 썼지. 어머니 생각에 눈물짓느라 수수께끼를 못 풀지는 않았느냐고? 도깨비들이 세 번째 수수께끼를 들고 온 걸 보면 두 번째 수수께끼도 잘 풀어낸 것 같구나. 그럼 세 번째 수수께끼를 마저 들어볼까.

세 번째 수수께끼는 그야말로 어려웠어. 어찌어찌 부엌에서 쓰는 물건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냈는데, ‘수레를 타고 저승길 가는 것’이 무엇인지는 당최 모르겠거든. 내일이면 첫째 딸의 생일인데 생일날 도깨비 색시가 될지도 모른다니……. 근심걱정 잠시 미뤄두고, 부엌일 잘하는 셋째 딸이 맛난 생일 떡을 쪘어. 둘째 딸이 떡살로 무늬를 찍으려는데, 기러기 무늬가 새겨진 떡살을 보자 셋째 딸이 급히 손사래를 치더란다. 떡살 무늬마다 뜻이 있다나. 백일 때 물결 무늬, 혼인 때 기러기 무늬, 환갑에는 거북이 무늬, 장례 때는 수레바퀴 무늬를 쓴대. 무릎을 탁! 치는 걸 보니 수수께끼를 푼 게로구나. 우리 조상들은 작은 물건을 만들 때도 뜻과 소망을 담아 정성스럽게 만들었지. 찬찬히 살펴보면 그 깊은 뜻이 보인단다. 그러나저러나 정 서생네 딸들은 어찌 되었느냐고?

어찌 되긴. 우애 좋고, 영특한 세 자매가 똘똘 뭉쳐 도깨비를 내쫓고 아버지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지. 여전히 도깨비 색시로 불리기는 한대. 도깨비들이 탐낼 정도로 재주 많고 마음씨 고운 ‘예쁜 도깨비 색시’로 말이다.
윤나래│오픈키드 컨텐츠팀. 큰맘 먹고 비싼 화장품을 샀습니다. 아침저녁 두근대는 마음으로 발라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저도 이~뻐 지려고요. 헌데 마음에는 무엇을 발라야 이뻐지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