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2월 통권 제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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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상 이야기]
지구 이야기 1 ─ 티끌 모아 지구!

이지유 | 2012년 02월

우리의 지구1)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큰 집에 살아요. 북극곰, 펭귄, 코끼리, 고래, 잣나무, 단풍나무, 모두 다른 곳에 사는 것 같지만 다 지구에서 살지요. 우리는 가끔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꽃씨는 바람에 날려 다른 벌판에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고래는 이 바다에서 저 바다로 옮겨 가기도 하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간 생물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구에서 살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지구가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 본 사람 있나요?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긴 하는데 진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어요. 직접 본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요. 지구가 태어난 것은 사람이라는 생물이 생기기 훨씬 전 일이라서 말이에요. 사실은 아무도 볼 수가 없었던 거라고요. 그래도 우리는 과학자들이 생각한 것을 들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지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가장 오래 생각한 사람이 과학자들이니까요.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증거를 모았어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구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요. 과학자들의 생각은 이래요.

50억 년 전쯤에 태양과 지구가 있던 자리에는 우주먼지가 잔뜩 있었대요. 우주먼지는 조금씩 뭉치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 아주 작은 먼지 뭉치들이 생겨났지요. 먼지 덩어리들은 자기들끼리 또 뭉쳤고 옆에 있는 먼지 덩어리를 끌어당겨 점점 커졌어요. 먼지 덩어리는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기도 했어요. 주먹만 하고 단단한 돌덩어리가 여기저기 생기고 그것들이 부딪혀 서로 합쳐져 더 큰 바위 덩어리가 되었지요. 바위 덩어리들은 옆에 있는 큰 덩어리 작은 덩어리를 모두 끌어당겨 더 큰 바위 덩어리가 되었어요. 이런 일은 몇 억 년이나 계속 되었어요.

그 결과 태양과 행성들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물론 지구도 그 중에 하나예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그게 딱 맞는 말이에요. 티끌 모아 지구가 되었거든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2)
태양계가 생긴 지 50억 년이 지났지만 돌덩어리들과 지구가 부딪히는 일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어요. 밤에 볼 수 있는 별똥별이 바로 그 증거지요. 별똥별은 지구 밖을 날아다니던 바위가 지구로 돌진하면서 불이 붙은 거예요. 커다란 별똥별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는 ‘슉’하고 소리가 난답니다. 정말 볼 만해요. 타다 남은 별똥별은 지구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걸 운석이라고 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고 있어요. 그 덕분에 지구의 몸무게는 날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답니다. 1년에 4만 톤씩 늘어나는 거지요. 4만 톤이라면 커다란 자동차 5~6만 대와 맞먹는 무게지만 지구의 무게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양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지구가 더 커지는 것을 느끼기 어려워요.

하지만 45억 년 전,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어요. 그 당시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사방은 먼지와 돌덩어리들로 혼잡하고 온통 뿌옇고 혼탁했지요. 앞을 보기 힘들었답니다.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은 쉴 새 없이 서로 부딪히곤 했어요. 여기서 쿵, 저기서 쿵, 지구가 처음 생길 때 태양계는 아주 무질서한 곳이었어요. 행성들이 제법 커지고 흩어져 있던 돌덩어리들을 어느 정도 끌어 들이자 태양계는 좀 잠잠해 졌지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주 작은 티끌이 뭉치고 부딪히는 과정을 아주 오랫동안 반복한 결과 생긴 거랍니다.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생긴 지구는 온통 불바다였어요. 하늘에서 불타는 별똥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뜨거울까요.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고 하늘을 가릴 만큼 아주 많이 떨어졌어요. 온 세상이 불로 가득 찼어요. 땅에서는 불기둥이 솟아올랐어요. 바로 화산이지요.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는 여기도 화산 저기도 화산, 아무 곳에서나 화산을 볼 수 있었어요. 지구 자체가 불덩어리였어요.

초기 지구 모습 추측도3)
공기에는 산소가 없어서 생물이 살 수 없었어요. 물론 생물도 없었지만 말이에요. 공기는 매캐한 냄새가 나는 메탄 가스와 황산 가스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공기 자체가 독가스였답니다. 그 탓에 하늘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붉게 보였어요. 화산에서 터져 나오는 가스와 먼지가 하늘을 온통 가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억년을 지내다 느닷없이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그냥 비가 아니라 무서운 산성비였어요. 지구에 충돌하던 별똥별 중에는 얼음과 먼지와 돌이 섞여 있는 것이 많았어요. 그 얼음이 뜨거운 지구에 부딪혀 녹자마자 수증기가 되어 다시 하늘로 날아갔지요. 수증기는 하늘에서 독가스와 어울려 구름이 되었어요. 그 바람에 독가스가 녹은 산성비가 내리게 된 거예요.
그 비는 뜨거운 지구 거죽에 닿자마자 다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다시 구름이 되었다 비가 되어 내렸지요. 이런 일이 수천만 년 동안 반복되었어요. 그러자 그렇게 뜨겁던 지구 거죽이 차츰 식기 시작했답니다. 하늘에 있던 먼지와 독가스들도 비에 씻겨 차츰 사라졌어요. 덕분에 하늘은 조금씩 맑아졌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 비가 내리자 지구에 아주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바로 바다가 생긴 거예요. 지구 거죽은 엄청난 물로 채워졌어요. 지구 표면의 90%가 물로 채워진 거예요. 옛날에는 지금보다 바다가 훨씬 더 넓었어요. 하지만 이때 생긴 바다는 지금 바다와는 아주 달랐어요. 지금처럼 파란색이 아닌 황록색이었고 싱그러운 바다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매캐한 냄새가 났지요. 바다에는 이산화탄소와 유황과 철이 잔뜩 녹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늘에 떠 있던 독가스가 비와 함께 내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비 때문에 하늘은 깨끗해졌지만 독성물질은 모두 바다로 내려앉고 말았어요. 지구의 거죽이 좀 식었는 줄 알았는데 화산은 계속 펑펑 터졌어요. 바다 속에서 말이에요.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보단 좀 덜했지만 여전히 화산이 많았지요.

자, 이제 40억 년 전 그러니까 지구의 나이가 5억 살이 되었을 때 지구를 상상해 볼까요. 나쁜 냄새를 풍기며 붉은 빛이 도는 하늘과 황록색 바다, 기온은 90도가 넘어 뜨거웠고, 유황냄새 나는 연기와 불을 내뿜는 화산들이 바다 위로 하나씩 솟아 있었어요. 그 바다에 검붉은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황량한 땅도 조금씩 보일 뿐이었죠. 어디를 보아도 초록색 나무나 움직이는 생물은 없었어요. 그때 지구는 정말이지 정이 가지 않는 행성이었답니다. 그러나 바다 속에서는 용암과 바닷물이 섞여서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대륙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대륙지각은 깊은 바다에서 만들어져 바다 위로 머리를 내밀려고 하고 있었어요. 바로 얕은 바다가 생겼다는 뜻이죠. 아, 바로 여기에서 아주 놀라운 친구들이 나타나요. 이 친구들이 운 좋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구는 지금까지 정이 가지 않는 행성으로 남아 있을지도 몰라요. 35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나 지구를 재미난 곳으로 만든 친구들은 바로 시아노박테리아예요.

시아노박테리아는 어디서 나타났을까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바다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것 역시 아무도 몰라요. 그러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애쓰는 생명이 나타났다는 거지요. 바로 그들 때문에 우리가 여기 있는 거랍니다. 수수께끼에 싸인 시아노박테리아는 주변에 있는 것을 끌어들였어요. 주변에 가장 많이 있는 유황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했지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야 했어요. 우리가 배고프면 밥 먹는 것과 똑같은 일이지요.

시아노박테리아4)
시아노박테리아는 이산화탄소와 물, 햇빛을 열심히 흡수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남은 찌꺼기를 몸 밖으로 버렸어요. 이건 우리가 똥을 누는 것과 같은 것이죠. 시아노박테리아가 버린 찌꺼기는 바다에 녹아들었어요. 바다 속에 겨우 생겨났던 다른 생물들은 시아노박테리아가 버린 찌꺼기 때문에 죽고 말았어요. 너무나 독성이 강했거든요. 수억 년이 지나자 바닷물은 시아노박테리아가 버린 찌꺼기로 가득 찼고 찌꺼기는 바다를 뛰쳐나갔어요. 독이 공기 속으로 퍼진 거예요.

시아노박테리아, 이렇게 나쁜 놈들이 있나. 바다를 독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공기까지 독 투성이로 만들다니! 그런데 말이에요, 시아노박테리아가 버린 찌꺼기 이름이 뭔지 알아요? 바로 산소예요.

시아노박테리아는 열심히 이산화탄소와 물을 먹고 햇빛을 쪼이고 산소를 만들었던 거예요. 그 산소들은 바다 속에서 철과 결합했어요. 쉽게 말해 녹이 슬었다는 말이지요. 녹슨 철은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어요. 철 때문에 황록색으로 보이던 바다가 푸른색으로 변했어요. 바다가 파란색인 것은 모두 산소 덕분이랍니다. 바다에 있던 철을 모두 녹슬게 만들자 산소는 공기 중으로 나왔어요. 산소가 점점 많아지자 공기 또한 맑아졌어요. 시아노박테리아는 무려 20억년 동안 산소를 만들어 온 지구에 뿌렸어요. 우리에겐 고마운 산소가 당시 생물에겐 독이었다니 참 재미있는 사실이지요?

호주의 샤크 만에 남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모습5)
이리하여 15억 년 전, 지구의 바다와 대륙과 공기는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요즘 우리가 산소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모두 시아노박테리아 덕이랍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한 일을 ‘광합성’이라고 해요.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초록색 식물들이 하고 있는 일 역시 광합성이에요. 물과 이산화탄소와 햇빛을 이용해서 산소와 에너지를 만드는 일, 오직 초록색 식물들만이 할 수 있는 훌륭한 일이지요.

35억 년 전부터 바다 속에서 산소를 만들던 시아노박테리아는 죽으면서 켜켜이 쌓여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암석으로 남았어요. 시아노박테리아가 전성기를 이룰 때는 지구의 모든 해안이 검고 둥근 버섯 모양의 스트로마톨라이트로 덮여 있었어요. 요즘 바닷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지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거의 사라졌지만 호주에 조금 남아 있어요.


사진 출처
1) http://moon2earth.boryk.com/
2) http://ritamou.wordpress.com/tag/shooting-star/
3) http://www.mlhi.org/science09/period4/BEFORE%20LIFE%20ON%20EARTH.htm
4) http://micro-scopic.tumblr.com/post/4140492538/nostoc
5) http://en.wikipedia.org/wiki/File:Stromatolites_in_Shark_Bay.jpg

이지유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에서 과학교육을, 천문학과에서 천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과학영재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식의 과학 논픽션 글을 쓰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 주는 우주 이야기』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 주는 화산 이야기』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공룡 이야기』 『별을 쏘는 사람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