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3월 통권 제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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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반짝거리는 지구를 응원해

이지혜 | 2012년 03월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몇 개 있어요. 평소에 자주 쓰지는 않아요. 고이고이 아껴두었다가 꼭 필요한 때에 써야만 할 것 같아 말이죠. 그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그 표현을 좋아하는 이유부터 이야기를 한다면, 안에 담긴 의미 자체를 첫 번째로 꼽겠어요. 뿐만 아니라 그 글자들이 나열되어있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를 꼽자면, 그 말을 내뱉을 때 느껴지는 설렘 때문일 거예요. 어떤 말이냐고요? 바로 ‘반짝거리다’에요. 왜 이리 ‘반짝거리다’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하였는지도 말씀드릴게요. 제가 참 오랜만에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만났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타이손, 아농, 통, 바바라, 던, 누르, 달랄, 뚜미. 무슨 마법의 주문인 것 같지요? 『나는 달랄이야! 너는?』이라는 책을 통해 제가 만난 여덟 명의 아이들 이름이에요. 작가가 실제 필리핀, 라오스, 시리아, 우간다, 아마존 등을 여행하며 만났던 아이들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때 반짝거렸던 아이들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글로 담아냈어요.

우리는 보통 이 아이들이 사는 나라를 통틀어 ‘제3세계’라 일컫습니다. 제3세계라는 단어를 자꾸 곱씹어 보다가, 참 익숙한 표현인데도 왠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 정확한 의미가 무언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지요. 온라인 백과사전을 찾아보았어요. 제3세계라 함은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총칭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랬군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제3세계라 하면 보통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을 떠올리곤 하지요. 그 안의 아이들은 항상 힘들고, 좌절하면서 삶을 겨우 살아가고 있으리라 치부해 버리고요. 그리고 바로 불쌍한 아이들이라 단정 짓고, ‘동정’의 눈길을 보냅니다.
하지만 『나는 달랄이야! 너는?』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는 무언가 다름이 느껴졌어요. 가난, 기아, 에이즈 같은 병마, 전쟁 등의 뼈아픈 현실에 처해 있다는 건 실상 제가 알고 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동정의 눈길 보다는 악수의 손길을 건네고 싶어졌지요. 왜일까요?

그건 아이들이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그중 라오스에 살고 있는 아농과 통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할까 합니다. 아농과 통은 친형제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가깝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너무 가난해 배를 곯는 날이 허다해도, 둘이 함께이기에 다행이지요. 그런 아농과 통에게 너이라는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삼촌의 식당에서 일하는 너이가 자신의 삼촌 몰래 식당 밥을 주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너이의 삼촌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아농과 통은 호되게 당합니다. 너이 역시 삼촌의 압박에 못 이겨 아이들을 쫓아내지요. 그로부터 며칠 뒤, 너이는 미안한 마음에 주먹밥을 들고 아농과 통에게 찾아옵니다. 그 주먹밥 위에는 너이의 편지도 한 통 있었지요. 까막눈이인 아농은 그 편지를 들고는 예비 파에게 달려가 글을 배우고 싶다고 청합니다. 편지를 대신 읽어주겠다는 파의 말에 아농은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거지이지만…… 그래서 제가 무얼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지만…… 이건 저 혼자서만 보고 싶어요. 얻어먹고, 얻어 입고, 얻어 자지만, 얻어 읽고 싶지 않아요.”

제 눈에 반짝거리는 아농의 모습이 들어왔어요. 꿈꾸는 아농의 모습이 참으로 눈부셨거든요. 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 준 여덟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이 짧은 지면에 모두 다 옮길 수 없어 아쉽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변함없이 반짝거리고 있을 거에요?

바라봅니다. 이 여덟 명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의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희망을 꿈꾸고 있기를요. 그럼 우리 지구는 지금보다도 더 반짝거릴 테지요. 응원합니다. 이 아이들 덕에 지구에 행복이 가득하기를요.

조용히 책을 덮습니다. 그리고 생각해요. 어쩌면 ‘‘타이손 아농 통 바바라 던 누르 달랄 뚜미’는 지구를 반짝거리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일지도 몰라.’ 하고 말이지요.
이지혜│오픈키드 컨텐츠팀. 매월 3만원으로 아이들이 조금 더 반짝거릴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이 되어 줄 수 있어요. 온라인에서 ‘유니세프,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 네이버스’ 등을 검색해 보세요. 또 다른 행복을 만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