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8월 통권 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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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주는 법 이야기]
법원과 소송

홍경의 | 2012년 08월

어쩌다가 친구와 싸우고 나서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해 본 적 있니? 친구들의 싸움에서 중재 역할을 해 본 적은? 두 친구가 서로 자기가 옳다고 말하며 너에게 올바른 판단을 해 달라고 한다면 넌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더 친한 친구의 편을 들까? 네가 본 대로, 혹은 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릴까? 학교에서는 주로 선생님이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실 거야.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야. 이번 시간에 공부할 ‘법원과 소송’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과 다툼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절차에 관한 이야기야.

소송과 법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툼이 생겼을 때 국가에 대해 누가 옳은지 심판해 달라고 하는 것을 ‘소송’ 혹은 ‘소’라고 해. 두 사람이 다투었는데 한 사람은 억울하다고만 하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데 반하여, 다른 사람은 또박또박 상황을 설명하고 증거와 증인을 제시한다면 누가 소송에서 유리하겠니? 아무래도 뒤의 사람이 유리할 거야. 소송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법들을 찾아 제시하여 상대방에게 주장하고 이에 방어하는 방법과 절차를 정하고 있어. 또 판사가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법원과 당사자가 유의해야 할 점들을 규정하고 있어.

소송의 종류에는 민사소송, 형사소송, 행정소송, 특허소송, 헌법소송 등이 있어. 우리가 공부한 민법이나 상법과 관련하여 소송을 할 경우 민사소송, 형법을 위반한 것이 문제라면 형사소송, 행정법 관계의 소송은 행정소송, 저작권 같은 특허 관련 소송은 특허소송, 그리고 헌법과 관련한 소송은 헌법소송이라고 해. 소송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법원’이라고 해. 법원은 사람들의 분쟁을 중재하고 판단하지. 법원에는 민사법원, 형사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 헌법소송을 관할하는 헌법재판소가 있어. 특별법원으로 군사법원도 있어.

법원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지방법원 지원으로 나누기도 해. 대법원은 법원 조직 중에서 가장 높은 기관이야.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의 판단에 수긍할 수 없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그 판단을 구하기도 하지. 이렇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되는 과정을 다른 말로 ‘재판’이라고 해. 재판에서 법원은 ‘판결’로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해 주는 거야. 사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소송에 관하여 알아보자.


민사소송

우선 다친 나벼락 씨 입장에서는 민사소송을 생각할 수 있어. 갑작스런 사고로 치료도 해야 하고 일도 못할 테니까 손해가 매우 클 거야. 나벼락 씨는 신나라 씨를 상대로 교통사고 때문에 생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이때의 소송이 민사소송이야. 민사소송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활관계에서 생긴 이해의 충돌이나 분쟁을 국가의 재판권에 의하여 해결 조정해 주는 절차야.

소송법은 소송을 어디에서 제기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정하고 있어. 이를 ‘관할’이라고 해. 나벼락 씨는 신나라 씨를 상대로 어디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채무자인 신나라 씨의 주소지인 서울, 채권자인 나벼락 씨의 주소지인 제주, 사고 발생지인 제주도가 물망에 오르겠지. 아무래도 채권자와 사고발생지가 제주도니까 제주가 가장 좋겠지만 말이야. 소장이라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면 소송이 시작돼. 재판이 이루어지는 곳을 법정 혹은 재판정이라고 해. 민사법정은 재판장인 판사가 주관하고

원고와 피고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이를 변론이라고 해. 변론은 정해진 날에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가 말로 판결의 기초가 된 소송 자료, 즉 사실과 증거를 제출하여 그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절차를 말해. 우리 소송법은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변론주의는 소송 자료인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에게 맡겨. 그리고 법원은 당사자가 수집하여 변론에서 제출한 증거나 증인 등의 소송 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해.

원고가 어떤 주장을 하면서 공격을 하면 피고가 이에 방어를 하고, 다시 원고의 공격과 피고의 방어가 이어져. 당사자는 변호인을 두어 대신 변론에 참여하게 할 수 있어. 판사는 공격과 방어가 적절하지 않으면 이를 제재하고, 말할 기회를 주면서 재판을 진행하고 마침내 판결을 내리지. 판결이 내려지면 일단 소송은 끝이 나. 하지만 판결로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고 원고가 원하는 바를 바로 손에 넣는 것은 아니야. 소송의 뒤처리인 ‘강제집행’이라는 절차를 통해 원하는 것을 가져와야 비로소 원고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돼. 법관이 판결을 내리면 당사자가 그 효력을 뒤집을 수 없어. 다만 소송이 확정되기 전에 상소는 할 수 있어. 법원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급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야.

사례에서 나벼락 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소송은 민사소송으로 진행될 거야. 또한 신나라 씨의 재산을 압류하여 손해를 메울 수 있겠지. 한편 두 사람은 소를 취소하거나 서로 화해하여 재판을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어. 그런데 이 사건은 민사소송만 적용될까? 나벼락 씨를 다치게 한 것은 형법을 침해한 것이니 형사소송이 문제되지는 않을까?

형사소송

형사소송은 형법을 적용하여 실현하기 위한 법적 절차야. 즉 국가가 범죄를 조사하여 형벌을 과하고 선고된 형벌을 집행하기 위한 절차지. 사람의 몸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절차는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해. 그 근거는 죄형법정주의에 두고 있지. 보통 형사절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시작돼. 수사를 마친 검사가 형사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면 형사소송이 시작되지. 소송에서 일정한 판결을 받으면 다시 검사가 형을 집행해. 피해자는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야. 앞 사례에서 신나라 씨는 피고인이 되고, 검사가 공익을 대표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가 되지. 옛날에는 피해자가 소를 제기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피해자가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범죄자가 재판을 받지 않는 문제가 있었어. 그래서 검사가 법적 정의 실현을 위해 형사소송의 원고가 된 거야.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할 권한을 가지는 국가기관으로서 범죄 수사, 공소 제기(공소란 검사가 제기하는 형사소송을 말해), 공소 유지, 그리고 재판의 집행을 지휘하고 감독하면서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 관여해.

범죄를 지은 것 같은 사람이라도 일정한 권리는 인정돼. 범인을 체포할 때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지켜야 해.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데려갈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거야. 이유를 알아야 자신을 변호할 수 있을 테니 당연히 체포 이유를 알려 줘야 해. 그리고 긴급체포나 범죄 현장에서 붙잡힌 경우인 현행범인이 아닌 한 반드시 영장에 의해 체포하여야 해. 피의자 혹은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말하지 않을 진술거부권을 가져. 이는 피고인, 피의자, 증인 등이 형사절차 중 받은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해. 우리 헌법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12조 2항)라는 규정을 두어 이를 보장하고 있어. 또 피의자는 국가권력에 대해 자신을 변호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선임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어. 막강한 국가 권력의 상징인 검사를 상대로 싸우는 피고인이 자신을 잘 변호할 수 있도록 돕는 거야.

범죄혐의자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마치 음식의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공소에는 시효가 있어.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지 않은 채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어. 형사소송에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둔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증거도 사라져 수사와 재판의 어려움이 있고, 범죄 혐의자 또한 처벌받는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거야. 중죄는 공소시효기간이 길고 가벼운 죄는 짧아. 살인죄의 공소시효 기간은 25년이야. 그런데 살인죄에서는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의견이 많아. 이유는 무엇일까? 계획적이고 잔인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공소시효만료라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법의 기본 이념인 법적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거든.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살인사건의 범죄자들을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게 될 거야.

다시 사례로 돌아가면 검사는 신나라 씨를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을 거야. 공소제기로 형사소송이 진행된다면 신나라 씨는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혹은 스스로 변론에서 증거를 내세우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겠지. 당사자는 옳지 못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수 없어. 검사는 증거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법적인 의견을 밝혀 법원에 일정한 형벌을 구하면, 재판장은 이에 자유로이 심증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게 돼.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 검사는 이를 집행하고 말이야. 그런데 사례를 다시 꼼꼼히 봐. 신나라 씨가 사고를 낸 원인은 도로에 넘어진 전봇대 때문이야. 검사는 신나라 씨의 과실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겠지. 신나라 씨의 입장은 어떨까? 민사적으로 나벼락 씨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거나,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전봇대의 관리를 소홀히 한 행정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는 행정소송법의 영역이 될 거야.

행정소송

행정소송이란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해결할 목적으로 행하는 소송을 말해. 개인이 관련되기도 하고 행정기관끼리 다투는 것도 행정소송의 영역이야. 행정청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 행정청에 처분에 복종할 수 없다는 신청과 행정청의 판단을 거쳐야 소송제기가 가능해. 사례에서 신나라 씨는 행정청의 도로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손해배상과 행정청의 재발방지를 요구할 수 있을 거야. 신나라 씨가 접하게 된 여러 소송 중 어떤 법령이 헌법에 반하여 부당한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면 헌법소송의 영역까지 생각할 수 있어.

헌법소송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헌법 관련 재판에는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 심판, 권한쟁의심판 등이 속해. 이 중에서도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을 한정하여 헌법소송이라 분류하기도 해. 위헌법률심판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살펴보고 위반될 경우 그 법률의 효력을 잃게 하거나 적용하지 못하도록 판정하는 제도야. 법률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명령의 위헌성은 법원에서 심판하지. 헌법소원심판은 법령, 처분, 판결 등의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된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그 국가공권력의 위헌심사를 청구하여 기본권을 구제받는 제도야. 헌법소송의 절차에는 민사소송의 기본 원칙들이 일부 적용되기도 해. 사례에서 신나라 씨가 재판받는 과정에서 위헌이 의심되는 법령이 발견되었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혹은 신나라 씨의 신청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어. 또한 나벼락 씨도 검찰의 불기소처분이나 기타의 처분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하여 헌법소원제기가 가능해. 물론 그 청구가 적절한지는 심리를 통해 판단되겠지만.

마치는 말
지금까지 분쟁이 생겼을 때 다툼을 해결하는 법적 과정인 소송에 관해 알아보았어. 소송법의 속으로 들어가면 딱딱한 법률 용어들이 벽돌처럼 빼곡하게 들어 있어. 이들 용어는 소송절차를 잘 진행하여 공정한 판결을 얻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하지만 어려운 법률 용어와 복잡한 절차들이 일반인의 법률 참여를 곤란하게 하는 면도 있어. 그래서 법원과 국회는 법률 용어를 쉽게 개정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지. 또 청구금액이 적거나 가벼운 범죄의 경우 간편한 소송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어. 그러니 소송법에 관하여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야. 자, 그럼 소송법 이야기도 마쳤으니, 다음 시간에는 우리 생활 속에 어떤 법이 있는지 알아볼까? 먼저 경제생활 속의 법에 관해 이야기할게.

참고문헌
『민사소송법』, 이시윤, 박영사, 2008
『한국헌법론』, 허영, 박영사, 2012
『헌법학 원론』, 권영성 저, 법문사, 2010
『형사소송법』, 이재상, 박영사, 2012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입법예고’,「한국일보」, 2012년 6월 15일자.
홍경의 | 대학에서 우리 역사와 법학을 공부했어요. 마음에 담아 둔 여러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까망이와 동글이』 『생활 속 법률여행』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