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8월 통권 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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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함께 읽기]
내 마음을 읽어 보아요!

이현애 | 2012년 08월

마음이 힘든 아이들
주변 선생님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야기의 중심은 늘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는 어른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인생이 녹아 있다. 물론 그 아이들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부모에게 있는 것이니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 아이들 정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다들 힘들다고 한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배우지도 배울 필요도 없는 것들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독서 수업하기도 매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독서 수준도 예전만 못하다. 자극적이거나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면 읽지 않고 아예 집중을 하지 않는다. 글쓰기 수업이라도 할라치면 남자 애들은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대고 저희들끼리 낄낄거린다. 이런 아이들 때문에 날로 고민이 늘어가고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힘들 때도 많다.

감정 그림책을 읽어 보아요

어떻게 해야 아이들과 자연스런 소통을 하며 바른 인성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감정 그림책 수업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감정 그림책이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쁨, 슬픔, 외로움, 화 등등 다양한 감정을 그림과 글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 감정들을 느낄 때 우리 몸의 변화나 느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말해 준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누구나 이를 느끼고 극복하며 살고 있다는 것도 일러 준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훈계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아이들 모두 마을을 열어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우리의 다양한 감정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특히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무슨 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정에서 충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허다하고 부모에게서 억압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이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하고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그 억눌린 감정은 학교에 와서 폭발하기 일쑤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만 잘하면 다른 생활 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그냥 넘어가곤 한다. 오히려 공부 잘하는 우리 애가 특별하기에 그 특별함을 약간의 폭력과 욕설로 나타내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친구가 실수로 잘못 건드려도 참지 못하고 바로 일어서서 주먹부터 올리는 아이들, 친구끼리 무리지어 다니면서 대놓고 반 친구를 왕따 시키는 아이, 5분마다 콧김을 내뿜으며 두 주먹을 쥐고 친구에게 달려드는 아이. 이 아이들의 분노는 어디서 온 걸까? 화와 분노는 무엇일까? 나쁜 건가? 이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화가 난다구요?

‘화’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는 감정그림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은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다. 이 책에는 쏘피가 가지고 놀던 인형을 빼앗아 가는 언니와 혼내지 않고 두둔하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난 쏘피가 나온다. 그 쏘피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다가 집을 나와 달린다. 그런 다음 한참 동안 운다. 그 후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강렬한 붉은 색과 깨진 글자, 쏘피의 푸른 눈이 대비를 이루면서 책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화나면 달리고, 달리면 화가 풀린다는 것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화가 나면 즉각 몸으로 그걸 표현하는데 그것이 바로 폭력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폭력이 배제된 이런 화를 치유하는 방법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정말 화가 났던 때를 적어 보게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나 형제로 인해 화가 났던 일,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 때문에 화가 났던 일을 적는다. 그러고 난 후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아빠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동생을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을 모둠별로 돌려 읽는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시끌벅적해진다. 책을 다 읽은 후 이번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화나게 했던 경험을 쓰라고 한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라서 자신이 다른 사람을 화나게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쓴다. 자신이 화가 났던 것과 남을 화나게 했던 것을 비교해 보라고 한다. 그 다음 자신이 화가 났을 때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자고 한다.

이제 수업의 막바지가 되면 자신이 화가 났던 일을 적었던 종이를 자기 옆 친구에게로 돌린다. 그러면 친구는 “이럴 땐 이렇게 해봐~” 조언해 준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화난 상황에 공감을 하면서 과연 자기에게 무어라고 적어 주었을까 무척 궁금해 한다. 처음부터 이름은 쓰지 않고 적게 하지만 아이들은 친구의 상황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이 서로 상처 받지 않도록 또는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중재를 잘 해야 한다. 의외로 친구들이 적어 준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같은 또래에게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시기여서인지 아이들은 친구의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치유 받는다.

물론 이런 것이 한두 시간의 수업으로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니다. 쏘피에게는 화가 풀리면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정의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것이 학교에서 하는 잠깐의 수업으로 해소되거나 아이들이 큰 감동과 감화를 받아서 변화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 수업을 통해 한명의 아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달라진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지닌 의외의 솔직함으로 아이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게 되면 거기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감정 훈련이 필요하다. 직접 소통이 적어지고 온갖 기기를 통해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는 감정도 직접 느끼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 감정이 아닌 상대방의 감정에 기대어 감정까지 의존적인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내 마음에 집을 지어 봐요

즐겁고 신 나고 아름다운 그림책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여러 감정들을 책을 통해 만나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여러 감정들을 쉽고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마음의 집』이다. 2011년 라가치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은 책으로 그림이 특별하다. 책장을 펼치고 넘길 때 일어나는 효과를 이용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도록 그렸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그림을 봐야 한다. 할머니가 아기에게 입을 맞추고,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따뜻한 손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한다. 도대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왜 똑같은 걸 보면서 어떨 때는 기쁘고 어떨 때는 화가 나는지. 도대체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을 집에 비유해서 알려준다. 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 평생 한집에만 사는 고집쟁이, 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라고. 그래서 마음은 모양도 크기도 다 달라서 백 사람이면 백 개의 마음이 있다고 알려준다.

마음의 집에는 문도 있고, 방도 있고, 창문도 있다. 계단, 부엌, 화장실도 있다. 마음 속 화장실 용도는 친구가 미워질 때, 질투하는 마음이 생길 때,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싸우고 싶을 때 변기 손잡이를 꾹 누르라고 알려준다. 세상에는 다양한 마음이 있고, 내가 힘들거나 지칠 때 그 마음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한다. 이 책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잠시 고요하게 한다. 특히 맨 뒷장에 있는 거울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왜 맨 마지막에 있을까?’ 질문을 하면 몇몇 아이들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거울을 가지고 오게 해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의 얼굴 표정을 지으라고 하고 그걸 캐리커처로 그리고 설명을 쓰게 하는 수업도 해 볼만 하다. 지금 자기 마음 속 집에는 방이 몇 개 이고, 문은 몇 개고, 창문은 몇 개 인지, 계단 수는 많은지 적은지 마음속 지도 그리기를 해봐도 좋다.

이렇듯 몇 주에 걸쳐 자기감정과 마음 살피기를 하면 조금은 자기의 감정 상태를 살피거나 알게 되고 친구의 감정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긴다. 참는다는 것의 의미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한 자락임을 알게 되면 정말이지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지기도 한다. 아이들과 이런 수업을 하고 나면 더불어 내 마음도 한층 성숙한다. 늘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생명체다. 그 변화에 놀라 뒷걸음질 치지 말고 기꺼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그 마음속을 돌아다니는 경험이 나를 키워 준다. 오늘도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집 빈 방 한 칸 내어 놓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이현애 | 책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그 꿈을 이룬 삶을 즐겁게 살고 있다는, 눈물 많고 웃음 많고 생각 많은 강원도 어느 자그마한 초등학교의 사서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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