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8월 통권 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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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만드는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교양서를 만든다는 것

이재원 | 2012년 08월

감사하게도 우리 출판사는 국내외 그림책과 동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논픽션 도서들은 그림책과 동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게 사실이다. 논픽션 도서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그만큼 종수도 적은 편이니 조바심을 내거나 섭섭하게 생각할 건 없지만, 논픽션팀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여 『열린어린이』 지면을 빌어 우리가 만드는 논픽션, 그중에서도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 시리즈 속 국내 기획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자 한다.

어린이 책이라는 그릇에 어떤 교양을 담아야 할까

국어사전에서 ‘교양(敎養)’을 찾아보면, 두 가지 풀이를 볼 수 있다. 하나는 ‘가르치어 기름’, 다른 하나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용 교양서는 어느 쪽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는 두 번째 항목에 가깝다. 지금 이야기할 ‘교양서’ 역시 같은 의미의 교양을 뜻한다. 따라서 어린이 책으로서의 교양서란 어린이 독자들이 폭넓은 지식과 품위를 갖추도록 도와주는 책이어야 한다. 대놓고 “배워라”, “깨달아라”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어린이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거나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책이 우리가 바라는 교양서의 모습 아닐까? 사실 어떤 책이든 나름대로 그런 기능을 한다. 다만 교양서란 그러한 의도가 조금 더 강하게 깔려 있는 종류의 책일 것이다. 그래서 만들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지식과 교양은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간접 경험 중에는 책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지식과 교양을 명확하게 구분하기에는 의미가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지식은 책을 읽음으로 곧바로 얻어 낼 수도 있는 반면 교양은 책 속에서 한 번에 쏙 뽑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즉 교양이란 하루아침에, 또는 책 한두 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교양서의 역할은 ‘읽다 보니 쌓이고, 자꾸만 쌓다 보면 어느새 교양이 되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일인 듯하다. 이러한 역할에 부합한다면 그 책은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교양서라 할 만하겠다.

널찍한 보물 창고에 지식을 쟁여 두는 일

우리 출판사에서도 다양한 교양서가 출간되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라는 정직한 이름의 시리즈다. 단행본으로 각각 출간되어 있던 교양물들이 하나둘 늘어 가면서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한편, 문학 위주의 출판 경향에서 탈피하여 교양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출간해 보자는 취지로 꾸리게 된 것이 바로 이 시리즈다. 당시 시리즈 이름도 공모했는데, 개성 있는 시리즈명이 여럿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정공법을 택했다고나 할까, 더없이 간결하고 담백한 이름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로 정해졌다.

책날개에 있는 소개 글을 인용하여 자랑하자면,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식의 보물 창고’이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재미있게 전해 주는’ 시리즈라 하겠다. 이미 출간되어 있던 책들을 한 시리즈로 모으면서,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포함 여부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시리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함으로 더 널찍한 ‘지식의 보물 창고’를 갖추게 되었다. 경제, 환경, 건강, 성교육, 사자성어, 사고력, 미술, 박물관 등 다뤄 온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 서른한 권이 나왔고, 그중 열 권이 국내 기획물이다.

이 가운데 『재미로 북적이는 옛 그림 길』, 『향기로 가득한 옛 그림 뜰』, 『이야기가 숨어 있는 옛 그림 숲』 이렇게 세 권으로 구성된 ‘어린이 옛 그림 산책’은 시대별 혹은 장르별로 그림을 분류하는 딱딱한 형식을 피하고, 편안하고 즐겁게 우리 그림을 접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그림의 내용과 주제에 맞게 ‘길, 뜰, 숲’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구수한 해설로 진행하여 산책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위견전』은 정보책이라기보다 이야기책의 성격이 크다. 위대한 개들의 일화를 다룬 팩션(faction) 형식의 본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여기에 간략한 뒷이야기와 품종 정보를 추가한 책이다. 본문이 주는 감동의 흐름과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다양한 자료와 정보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기로 하고, 대신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최소한의 정보만 골라 실었다. 이것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 앞으로 더욱 다채로운 형식을 추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물 창고는 여전히 널찍하니까.

하지만 주제와 형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곧 편집자가 고생해야 함을 뜻한다. 교양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논픽션의 경우는 특히 더. 교양서를 만드는 것, 특히 논픽션을 다룬다는 것은 참 성가신 일이다. 글쓴이가 나름대로 다 찾아보고 연구해서 쓴 내용이라도 편집자는 일일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전문가에게 감수도 의뢰해야 하고, 감수 의견을 가지고 또다시 확인하고, 저자와 상의하고, 자료도 다시 찾아봐야 한다. 이 부분은 이미 해외에서 출간된 번역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확인을 위해 이것저것 찾다 보면 또 새로운 이것저것이 눈에 들어오고, ‘어머, 이런 내용은 꼭 집어넣어야 해!’ 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책은 더욱 정확한 정보와 풍부한 내용으로 거듭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굉장히 성가시고 고단한 편집자의 일상을 다룬 우울한 이야기가 된다. 의심이 많아 검색하기 좋아하고, 검색하다 삼천포로 빠지기를 잘하는 편집자는 일이 많아지고, 늦어지고, 지치고, 결국에는 시들시들 말라 간다. “그래도 여러 가지 지식을 다루다 보면 똑똑해지겠어요!” 하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똑똑해지지 않는다. 다음 책을 하다보면 이전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것은, 지치고 시들어 가는 고단한 일상의 후유증일까?

또 하나의 고충을 털어 놓자면 정보를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논픽션의 경우 체계적으로 잘 읽히게끔 내용의 균형을 맞추고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마련인데, 이것도 꽤나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사자성어로 만나는 네 글자 세상』이라는 책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각 장별로 한 가지 사자성어와 그 쓰임을 설명하고, 관련된 이야기 서너 가지와 관련 사자성어를 하나 더 소개하는 형식이 반복된다. 명료한 형식이지만, 이 명료함을 위해서 편집자는 엄청나게 고생을 한다.

왼쪽 페이지에서 시작해서 오른쪽 페이지에서 끝나는 총 여섯 쪽 분량의 꼭지를 맞추기 위해 원고에 없는 이야기를 추가로 찾아서 넣어야 할 때도 있었고, 비슷한 뜻이나 반대 뜻을 가진 또 하나의 사자성어를 소개하는 ‘사자성어 하나 더!’ 코너에 들어갈 꼭 맞는 사자성어를 찾아내기가 어려워 작가와 편집자가 머리를 굴려가며 온갖 자료를 뒤져야 했다. 담당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엄동설한에 주말까지 출근하여 마무리 지어야 했던 수고가 책에 묻어나는지, 다행히도 출간된 지 여러 해 지난 이 책은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 되었다.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고진감래’라고나 할까!

논픽션 편집은 이렇게 성가신 작업이다. 성가시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게 논픽션 책이다. 그래서 편집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사실은 자기도 답답하고 궁금하니까, 여기저기를 뒤지고 알아내고 고치고 덧붙이며 책을 만드는 것이다.

차곡차곡, 전설이 되는 그날까지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 시리즈 내 국내 기획물 열 권 중 가장 먼저 나온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인물 사전』으로, 시리즈가 만들어지기 전인 2000년에 출간되었다. 우리 출판사가 국내 기획 교양서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지는 이제 5년 정도가 지났다. 다시 앞으로 5년, 그다음 5년, 또 그다음 5년……. 시간이 지나면 편집자는 바뀔지 모르지만 우리 시리즈는 계속 출간될 것이다. 교양서라는 넓은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지식을 보다 기발하고 더욱 재미있게 전하여 ‘읽다 보니 쌓이고 자꾸만 쌓다 보면 어느새 교양이 되는 무언가’를 남길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자신만의 교양을 차곡차곡 쌓아 갈 수 있기를, 정성 들여 만든 책이 한 권 한 권 쌓여 언젠가는 우리 출판사의 전설이라 회자되는 시리즈로 자리매김할 날을 꿈꿔 본다.
이재원 | 시공주니어 논픽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를 잘 안다고 나름 자부하며 일을 시작했는데, 10년 가까이 지나니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