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 통권 제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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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우리 사는 세상은

김혜곤 | 2013년 01월

운명이란 어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는 마치 안개처럼 소리없이 한 사람의 일생에 젖어드나 봅니다. 미처 준비 되어 있지 않고 예상치 않았던 일은 그렇게 찾아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제이드에게도 운명은 그렇게 찾아옵니다. 그때 그 일만 없었다면 지금쯤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불만 없이 그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적응하고 만족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일이 일어나고 결과가 그렇게 된 것은 제이드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이드는 그저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따라 그 상황에서 가장 합당한 판단을 하고 행동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똘똘 뭉쳐져 있는 자유 갈망의 유전자가 거대한 권력의 앞에서 무너져 내리기보다는 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행동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이러합니다.

누구나 고양이를 키우고 동물병원에서 아기 고양이를 사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시절은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고양이 도살 처분은 물론 소유까지도 감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언제 누구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고양이에 대한 괴괴한 소문은 마침내 대기업이 고양이 시장을 독점하기에 이르면서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이후 고양이는 돈이 많아야 키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기업은 고양이 시장을 바탕으로 야금야금 사회의 여러 분야를 대자본으로 잠식해 들어갑니다. 권력구조와 자본이 상부상조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세상에 깊이 스며들어있는 부정과 비리와 공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지치고 익숙해져 갑니다. 창으로 난 커튼을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사람들, 국가의 일관된 선전과 홍보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자본과 권력의 구조에서 작은 틈을 깨고 밖으로 나서 잘못된 이념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무리도 있습니다.

어느 날 정원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 제이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높으신 분들은 우리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 한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제이드는 고양이 필라를 발견합니다. 고양이로 인한 예기치 못한 엄마의 죽음과 ‘세상엔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크리스와의 만남, 그리고 고양이를 지키겠다고 결심한 제이드 앞에 펼쳐진 죽음과도 같은 공포와 맞서는 모험들이 펼쳐집니다. 고양이를 마음껏 키울 수 있는 곳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겪게 되는 모험을 통해 제이드는 사회에 짙게 드리운 검은 힘들의 실체를 깨달아 갑니다. 결국 국가권력과 대자본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소녀를 국가권력에 반기를 드는 속칭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모든 군사력을 동원하기에 이릅니다.

제이드는 왜 목숨을 걸고 필라를 지키려 했을까요? 모든 것이 다 누군가의 통제와 관리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에서 어느 날 찾아온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생태 그대로’의 고양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나도 모르게 하나의 파일로 정리되어 있는 감시의 세상에서 목에 목걸이를 하지 않은 고양이 필라는 어떤 존재를 의미할까요? 제이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찾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북소리와 그들의 외침으로 거리가 들썩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제이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시스템과 이를 비호하며 배를 불리는 자본의 논리를 들춰보는 것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음모와 죽음 앞에서도 생명을 지켜내고 하나 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우리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다움의 모습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늘 그렇게 이어져 온 듯합니다. 두 개의 날선 대립구조는 과거에서 지금까지 앞으로의 미래까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누구에게나 “참 보기 좋더라” 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제이드와 크리스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그 무엇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자유를 부르는 고양이 『프리캣』의 이야기였습니다.
김혜곤│열린어린이 독서교실팀장, 힘들 때 화가 날 때 외로울 때 옆 사람에게 슬쩍 기대봅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