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4월 통권 제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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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청소년 서평]
우주를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김혜형 | 2013년 04월

어렸을 땐 인생이 너무 길고 지루해 보였다. 흙 마당에 쪼그려 앉아 개미집을 싫도록 들여다보아도 하루해는 쉬 저물지 않았다. 청소년 시절엔 어서 빨리 자라 어른이 되고 싶었다. 답답한 학교와 우중충한 교복에 갇혀 늘 획일적인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게 싫었다. 세월이 흘러 그토록 갈망하던 ‘어른’의 세계에 들어선 지도 어언 몇 십 년, 이제는 인생이란 너무나 짧아서 찰나에 명멸하는 깜박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한 생애가 저문다. 학교와 학원과 입시에 송두리째 인생을 압류당하고 있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이 ‘인생 찰나’의 의미를 감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인생은 길지 않다. 1백 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초단위로 환산하면 고작 30억 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똑딱똑딱 인생의 일부가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짧은 인생조차 다 못 누리고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단다. 한국은 자살률 세계 최고 국가다. 이 사회의 지상가치는 ‘성공’이며, 성공의 기준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돈이다.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성공을 탐하지만 그것은 늘 소수의 전유물일 뿐 다수는 불공정한 룰 아래 절망한다. 그렇다고 남보다 더 윗자리에 올라서고 남보다 더 많이 획득한 소수가 늘 행복한 것도 아니다.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거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거나, 원하는 직장을 얻거나, 원하는 이성을 내 사람으로 만들거나, 원하는 대형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욕망이 채워지면 또 다른 욕망이 고개를 든다. 인생은 늘 목마르고 불만족스럽다. 끝없이 이어지는 탄탈로스의 고통이다.

그 괴로움의 핵심에 ‘나’가 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욕망이 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이 있다. 나는 남보다 특별해야 할 것 같은 몽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의 중심은 나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땅덩이도 광대한 우주 속에 흩어진 수많은 티끌 중 한 티끌일 뿐이다. 코페르니쿠스가 단언했듯이,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인간 역시 별들 속에서 생겨난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생명 중에 아주 작은 하나일 뿐이다. 별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면 나라는 존재는 애초에 없다. 우주를 알면 이 먼지 같은 세상에서 겸손을 배우게 된다. 내 존재는 우주의 변방이며 티끌이라는 것, 우주 만물이 하나이며 저 빛나는 별들의 생성과 소멸의 틈새에 이 몸이 명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눈앞의 이익에 목을 매고 괴로워하던 고통에서 벗어나 비좁은 시야가 툭 터지는 개안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우주를 알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별, 우리를 낳고 기르다

별과 우주를 사색하는 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1백 년도 못 되는 인간의 짧은 생애로는 다만 상상할 뿐,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공간이 우주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도 배워서 알고, 우리가 사는 세계가 우주의 일부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안다지만, 광대한 우주와 그 속의 티끌 같은 우리 존재를 깊이 사색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육안으로 한낮의 태양과 밤하늘의 달, 그리고 도시의 인공 불빛에 가려져 드문드문 보이는 별들만 힐끗거리면서, 그런 건 나와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 짧은 인생의 시간을 온통 지상의 것들에만 골몰해 있는 이들에겐 ‘우주를 사색한다’는 말조차 생경하고 막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주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별로부터 몸을 받았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사실 그 자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은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할 때 내놓는 온갖 원소들이다. 물, 탄소, 암모니아, 석회, 인, 염분…, 피 속의 요오드와 철, 치아 속의 칼슘, DNA의 질소 등이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가 만들어졌고, 거기에서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별로부터 몸을 얻어 잠시 움직이며 살다가 이내 소멸해 별의 일부가 되고 마는 작은 별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볼 때는 그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바라볼 일이다. 별은 우리의 어버이며, 우리는 별에게서 몸을 받은 자녀들임을 기억하면서.

광대한 우주 속 부스러기 별 지구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다. 태양계 전체 질량 중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놀랍게도 무려 99.87%다. 그 태양을 제외한 나머지의 90%는 또 목성과 토성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지구는 도대체 얼마나 작은 별이란 말인가? 지구는 태양계 안에서도 아주 작은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태양 입장에서 본다면 실눈을 뜨고 찾아봐도 거의 보이지 않는 먼지이리라. 그러나 좀 더 시야를 넓혀 우리 은하 입장에서 본다면 태양계도 한 점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 은하 역시 광대한 우주 속 수천억 은하 속에서는 미미하게 흩날리는 먼지일 뿐이다.

수백억 년이라는 영겁의 시간과 광대무변한 우주의 공간 속에서 별들은 1초에도 수십, 수백km의 빠른 속도로 제각기 움직이고 은하들 역시 한시도 멈춰 있지 않다. 우주는 초속 70km라는 맹렬한 속도로 무한팽창을 계속해 가고 있으며, 수많은 별들이 탄생과 죽음의 윤회를 거듭한다. 광막한 우주공간을 수천억 은하들이 비산하고, 그 무수한 은하들 중에 한 모래알인 우리 은하 속에서 태양계는 초속 220km로 그 변두리를 순행하며, 지구라는 행성은 또다시 초속 30km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원자 알갱이 하나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 그야말로 일체무상의 대우주다.

우주의 실상이 그러하니 만고에 변함없어 보이는 별자리도 그 모습이 영원할 수가 없다. 북쪽하늘에서 붙박이별처럼 반짝이며 여행자들의 좌표가 되어주는 북극성도 1만 2천 년 뒤엔 거문고자리 알파별인 직녀성에게 북극성의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며, 20만 년 정도가 흐르면 하늘의 모든 별자리는 완전히 달라져, 북두칠성조차 찌그러진 됫박 모양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인류가 이 지구상에 생존해 있을까? 영원할 것 같은 우주 공간의 별들도 광대한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지상의 삶이 영원할 것처럼 탐욕을 부리고 아귀다툼을 벌이며 사는 우리의 무지함이 조금은 부끄러워질까?

좁쌀 같은 세상에 주눅 들지 마라

영원히 지구 곁을 맴돌 것 같은 달도 언젠가는 떠난다. 달은 지구로부터 매년 3.8cm씩 멀어지고 있는데 10억 년 후쯤이면 3만 8천km나 더 멀어지게 된다. 달이 점점 멀어지면 지구의 자전축이 90도로 기울어져 극점이 태양을 바라보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양극의 빙원은 녹아버리고, 지구의 반은 얼어붙고, 반은 사막으로 뒤덮여 동식물들의 대량 멸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양 역시 영원하지 않다. 64억 년 후쯤이면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서서히 내려가고 몸피는 엄청나게 커져 지구의 궤도까지 삼켜버리는 적색거성이 된다. 물론 그전에 지구는 물 한 방울 없이 바짝 말라붙고, 수성이나 달처럼 대기가 전혀 없는 행성이 될 것이다. 무슨 생명이 살기를 바랄 것인가. 78억 년 후면 태양은 대폭발을 일으키는데, 이때가 되면 인류가 한때 문명을 일구고 살았던 지구와 태양계의 모든 천체들이 태양의 잔해와 함께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져, 그 잔해로 이루어진 성운의 고리가 멀리 해왕성 궤도까지 미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지구의 소멸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인간의 행태를 보건대, 수십억 년 뒤에 태양이 지구를 태워버리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불과 몇 천 년 내로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망가뜨릴 게 분명하니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는 일대 위험에 처해 있다. 남극의 빙하가 녹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무서운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환경학자들은 기온이 지금보다 2도만 더 높아져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올 거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의 끝은 파멸이다. 스티븐 호킹이 우주 개발을 서둘러 지구를 탈출할 준비를 하는 게 현명할 거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구 같은 행성이 혹시 우주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우주선으로 가는 데는 최소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이 걸릴 텐데? 그러느니 차라리 지금 이 지구를 잘 보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게 훨씬 쉽고 빠르고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구가 몇 개가 있어도 모자랄 판국이다. 가족끼리 다투고, 학교에서 부대끼고, 지역사회에서 갈등하고, 민족끼리 증오하고 싸우는 편치 않은 인간사 안에서, 우리는 눈앞의 작은 문젯거리 하나에 세상의 명운이라도 걸린 듯 매달리고 집착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우주를 상상하다 보면 이 지구상의 비좁고 옹졸한 세계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 우주 속에서 잠시 살다 갈 티끌 같은 존재라고. 그걸 알면 세상사는 좁쌀만 하게 보인다고. 별을 보고, 우주를 보고, 좁쌀 같은 세상에 주눅 들지 말고 무엇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고.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라고…. 저자의 이 말이 십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김혜형│십수 년 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고 바느질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 『암탉, 엄마가 되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