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5월 통권 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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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만드는 이야기]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효진 | 2013년 05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

우리 회사는 매 년 한두 차례씩은 도서전에 나간다. 사무실에서 원고 붙들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나날인데, 도서전 근무는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독자의 얼굴을 맞대고 직접 책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몇 차례 도서전에 나갈 때마다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애들이 우리가 만든 책을 열심히 읽는다! 애들 보라고 만든 책, 애들이 읽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독 ‘그래서’ 시리즈에만 손이 많이 가고, 한번 붙들면 웬만해서 놓지 않는 친구들을 여럿 목격하였다. 그 모습을 볼 때면 기쁜 한편으로 궁금해진다. “뭐가 좋니, 응?”

“몇 학년이니?”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하다. “재밌어?” 끄덕끄덕. “뭐가 재밌어?” 답하기 어려운 걸 묻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화는 대개 짧게 끝나고 말지만, ‘진짜’ 독자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는 모두 중요한 정보로 접수된다. 애들은 이런 점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거에 관심이 있구나, 의외로 이런 것도 좋아하는구나, 이 책에 손이 덜 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구나…. 보호자가 다른 부스를 돌고 있는 사이에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고 (결국 사지는 않고) 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는 모습이 고맙고 대견스러워서 책을 사든지 사지 않든지 예쁘다.

오래갈 수 있었던 두 가지 비결

이 책이 처음 선보인 것은 20년 전이다. 1994년에 그린비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초판이 나왔었다. 2000년에는 꿈소담이에서 2판이, 그리고 2008년에 다시 우리 출판사인 길벗스쿨 시리즈로 3판이 나왔다. 2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던 독자는 지금 30대가 되었을 게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 권해 줄 것이다. 출판사를 바꾸어 개정판을 내면서 차례와 그림, 디자인이 큰 폭으로 바뀌기도 했으나, 글은 대체로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이 책이 이렇게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꼽아 볼 수 있다. 하나는 궁금한 것을 잘 집어내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가 생겼대요”라는 제목에는 이미 “나는 ○○가 궁금해요”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말, 법, 문화, 역사 등의 주제 아래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항목을 약 80개 가려 뽑았다. 80개 항목에서 웬만한 이야기들이 다루어지므로, 한 권 안에 담긴 학습 내용이 꽤 많다. 이처럼 궁금한 점을 잘 골라서 충분히 설명해 준다는 점이 첫 번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비결은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쉬운데 구성이 쉽고, 내용이 쉽다. 이 책은 한 항목을 2쪽 분량으로 설명한다. 책장 하나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항목이 한눈에 펼쳐지는 셈인데, 그 단순한 구성이 책에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 2쪽에 담기는 내용은 제목, 4칸 만화, 본문 순서다. 패턴이 반복되므로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도 이해가 쉽다. 어디를 펼쳐도, 어디에서 읽기 시작해도 금세 빠져들 수 있는 구성인 것이다. 내용이 쉽다는 점은 4칸 만화와 본문 속 에피소드 덕분이다. 4칸 만화는 글보다 먼저 나오는데,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활용 방법이나 의의 등을 설명하는 기능도 한다. 또 본문 글의 구성은 에피소드가 전진 배치되어 있어 글이 쉽게 읽힌다. 만화와 이야기가 앞에서 독자를 살살 꼬드기니, 독자는 그 꾐에 빠져 자연스레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읽기 쉽다고 만들기도 쉬울까?

이처럼 쉬운 책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물론 쉬운 점도 있다. 책의 콘셉트와 구성이 명확하기에 기획해 나가는 일이 다른 책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러나 글과 그림을 완성해 가기까지는 꽤 큰 공력이 필요하다. 글의 어려움은 짧은 분량 안에 재미 요소와 설명 요소를 압축적으로, 정확히 담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 꼭지는 ‘낱말 하나’를 설명하는 것처럼 단순한 것도 있지만, ‘한 나라’를 설명하는 것처럼 방대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그래서 이런 나라가 생겼대요』는 전 세계 약 80개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하는데, 그러려면 그 나라를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쓸 내용을 가려 뽑아야 한다. 그러니 작가는 한 꼭지를 쓰기 위해서 여러 자료를 참조해야 한다. 또 자료가 보여 주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재미있게 구성하는 힘도 필요하다. 정확성과 재미의 경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 책을 만들 때의 어려움이다. 화가의 고충도 크다. 네 칸 안에 주제의 핵심을 재미있게 드러내야 하는 작업이다. 글 작가가 우선적으로 콘티를 짜긴 하지만,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화가가 창의성을 발휘해 훨씬 재치 있는 장면으로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글로 보는 콘티와 그림으로 완성된 만화의 차이는 엄청나다. 글로 봤을 때는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낀 콘티였는데도 재치 있는 몸짓 하나가 들어가면 재미가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 그럴 때 화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넓힐 수 있다

이 시리즈가 2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 1, 2권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뒤에 나온 속담, 고사성어 등의 ‘말’ 시리즈와, 법, 지명, 정치, 나라, 수학 등은 모두 길벗스쿨에서 확장한 책들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별 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분야로 확장할 때마다 “이 경계선을 넘어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말’ 시리즈 이후에 ‘유래를 통해 배우는 초등 사회’로 지평을 넓혀 갈 때만 해도 “이게 가능한 걸까? ‘그래서’ 시리즈의 틀에 담아도 독자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기우였고, 사고가 갇혀 있었기 때문에 확장이 늦어졌다고 생각한다.

갇힌 사고의 원인은 ‘그래서’라는 단어를 좁게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원을 밝히는 ‘어떻게 생겼는가’와, 생기게 된 까닭을 밝히는 ‘왜 생겼는가’이다. ‘말’ 시리즈가 전자였기에 오랫동안 다른 분야로 확장을 못했던 것 같다. 시도는 이미 있었지만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주저주저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자로 사고를 확장한 뒤로는 사회, 수학, 과학, 교양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잇따라 나오고 개발하는 중이다. 그랬더니 이제는 이 책을 아는 사람들이 “『그래서 ○○가 생겼대요』도 만들어 봐라” 하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건네주는 일이 종종 있다.

계속 새로운 책

분야 확장이 첫 번째 큰 변화였다면, 지금 두 번째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리즈의 12번째 책 『그래서 이런 수학이 생겼대요』가 그 주인공이다. 수학이라는 과목을 이 시리즈에 포함시키는 것부터가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수학이 생긴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불성설 아닌가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난관은 많았다. 학년별 학습 난이도 차이가 매우 큰 과목인데 독자 연령을 몇 세로 잡을 것인지, 몇 권으로 낼 것인지, 주제를 어떤 가닥으로 잡을 것인지 등등도 숙제였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수학의 역사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학습 진도와 크게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난이도 조절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고학년이 수를 세는 이야기를 읽어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저학년이 미적분 이야기를 읽어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원고를 고치고 다듬었다.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5년 동안 유지해 온 표지 디자인을 바꾸었다. 친근해 보이고, 내용을 잘 보여 준다는 점 때문에 기존의 표지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아 온 터였다. 그랬으므로 표지 리뉴얼을 결정하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시리즈가 점점 확장할 것인데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 있으려면 리뉴얼이 필요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시점은 ‘수학’과 함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을 했고, 결국 5년 만에 옷을 갈아입는 일을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래서 이런 수학이 생겼대요』는 이 시리즈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책이다. 그 책이 이제 막 선보였고, 독자들의 평가를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
이효진 | 길벗스쿨 출판사 어린이교양팀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편집자입니다. ‘교양’이 무언가 고민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찾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