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5월 통권 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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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마냥 귀엽지만은 않아 더 좋은

이지혜 | 2013년 05월

달걀 품은 암탉을 본 에디슨이 그걸 따라서 알을 품었다는 이야기, 모두 알고 있죠? 에디슨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꼬꼬마 친구들도 이 유명한 일화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그때 에디슨이 본 건 닭이 아니라 거위였고, 달걀이 아니라 거위 알을 품은 거라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무엇이 되었든,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을 보고 호기심이 들어 직접 실천에 옮긴 에디슨의 기발함에 더 초점을 두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 얘길 듣고 지금 당장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달걀을 꺼내 품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심해요! 어쩌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친다며 엄마한테 혼나기만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나저나 여기 에디슨만큼이나 귀여운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득한 친구가 있어요. 아기 고슴도치가 그 주인공이에요. 어느 봄날, 초록 언덕을 유유히 돌아다니던 아기 고슴도치가 풀숲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었어요. 언덕 아래에 보니 가만히 앉아 있는 오리 아줌마가 있어요. 미동조차 않는 오리 아줌마가 무얼 하는지 궁금해진 아기 고슴도치가 묻지요. 그러자 아줌마는 곧 태어날 아기 오리들을 위해 알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무언가 자신만의 아가를 갖는 다는 것이 마냥 멋져 보였던 걸까요? 아기 고슴도치도 문득 자기만의 알을 갖고 싶은 마음에 어디론가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오늘 만나게 될 그림책, 『고슴도치의 알』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에요. 여기까지 읽고 생각했어요. 고슴도치도 에디슨처럼 어디선가 오리 알이나 달걀 하나를 구해다가 품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책장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아기 고슴도치가 발견한 자기만의 알은 여느 평범한 알이 아니었어요. 뾰족뾰족한 자신의 모습과 쏙 빼닮은 밤송이였던 거지요. 작가가 감춰두었던 첫 번째 귀여운 반전이었습니다. 정말 비슷한 모습인 고슴도치와 밤송이를 연결시킬 상상을 저는 왜 미처 하지 못했던 걸까요? 밤송이를 품기 시작한 아기 고슴도치를 보면서, 뒷장에 펼쳐질 얘기들이 슬슬 궁금해지면서 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밤송이를 향한 아기 고슴도치의 정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비를 막아주고,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자장가도 불러주며 온갖 애정을 베풉니다. 아기 고슴도치의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입지요.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그건 알이 아니라며 조롱합니다. 하지만 아기 고슴도치는 믿습니다. 분명 사랑스러운 아가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이쯤 되니 저도 덩달아 아기 고슴도치의 마음과 하나 되어, 어떤 아가가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또 생각하죠. ‘뭐, 맛있는 밤톨이 나와서 아기 고슴도치가 친구들이랑 나눠 먹는 이야기로 마무리되겠지!’라고요.

다음 날 밤, 비바람이 매섭게 몰아치자 고슴도치의 알, 즉, 밤송이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고슴도치는 사라진 알을 찾아 헤매다가 깨져버린 밤송이를 발견하지요. 그러고는 자신이 잘 보살펴 주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눈물을 펑펑 쏟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너의 사랑으로 잘 익은 밤송이 아람이 벌어진 것뿐이야.’라고 토닥거려주고 싶지만, 무언가 새로운 생명을 기대한 고슴도치에게 이건 별 위로가 안 되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기 고슴도치의 눈물을 뚝 멈추게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여기서 바로 작가의 두 번째 귀여운 반전이 공개됩니다.

잘 익은 알밤에서 애벌레 하나가 꼬물꼬물 기어 나온 것이지요. 아기 고슴도치의 눈에 그 애벌레는 자신이 낳은 새로운 생명으로 비춰집니다. 바로 아기 고슴도치의 아가인 셈입니다. 기쁨에 가득 찬 아기 고슴도치는 친구들을 향해 달려가 자신과 꼭 닮은 아가를 만났다며 자랑을 합니다. 그걸 본 아기 고슴도치의 친구들 반응이요? 아기 고슴도치를 따라 죄다 밤송이를 품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엉뚱하면서도 귀엽습니다.

처음 시작은 엄마 오리를 따라해 보고 싶은 호기심에 시작한 흉내였지요. 그러다가 밤송이 알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경험을 직접 해 본 아기 고슴도치는 깨달았을 거예요. 엄마 고슴도치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사랑을 베풀며 희생을 했을지 말이지요. 아주 작은 시작이 큰 가르침을 선물해 주었네요. 선명한 색감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가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곰곰이 되짚어보니 마냥 그렇지만도 않아요. 그 안에서 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이 느껴져, 여운이 더 진하게 맴돕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이지혜│ 오픈키드 컨텐츠팀. 어버이날은 왜 공휴일이 아닌 걸까, 고개를 갸웃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