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통권 제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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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혼자라면? 함께라면!

김혜곤 | 2014년 12월

우리 아이는 왼손잡이입니다. 어느 날 의자에 판이 붙어있는 책상에서 시험 보기가 너무 힘들다는 아이의 불평에 이해가 되지 않은 저는 왜냐고 물었습니다. 아이의 답은 분명합니다. “나, 왼손잡이잖아. 그 책상은 오른손잡이용이고.” 아, 그때서야 아이가 얼마나 불편해 했을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작은 책상 위 오른쪽에 시험지를 두고 왼손으로 글씨를 써야 하는 불편함, 어려움을 오른손잡이인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아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수의 사람이 아닌 5%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아이는 알게 모르게 생활에 작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왼손잡이도 이렇게 생활이 불편한데 장애, 다문화 등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약자로 살아야 하는 소수의 무리들은 얼마나 세상살이가 힘들까요. 가끔은 그들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는 잠깐 귀를 기울일 뿐 다수의 무리 속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섞여듭니다. 오늘 초등 저학년 친구들에게 그 소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화목마을 동물들은 고슴도치 관장부터 백두산 사슴, 콩새네 가족, 다람쥐네, 노루네, 마을버스 기사 고릴라까지 모두 화목하게 어울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 저마다의 입장을 배려한 마을버스는 주민들의 큰 자랑이었지요. 그렇게 된 데에는 고슴도치 관장의 힘이 큽니다. 고슴도치 관장은 선거 공약으로 마을버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화목마을에 얼마 전 목기린 씨가 이사를 왔습니다. 목기린 씨는 마을의 끝 9번지에 살면서 1번지 회사까지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긴 목 때문에 늘 버스타기에 실패하고 아침저녁으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걸어야 했습니다. 결국 목기린 씨는 고슴도치 관장에게 매일 편지를 보냈습니다. 목이 길어 버스를 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빨리 버스를 만들어 달라는 일종의 청원서를 보냈지요.

목기린 씨의 편지가 고슴도치 관장에게는 아주 골칫거리였지요. 소수를 위해 새로운 버스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거든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선거철이니 다음 관장에게로 슬쩍 떠넘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요.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관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출근길에 정류장에서 잠깐 쉬어 가는 목기린 씨의 모습을 버스에 타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외면합니다. 바라보기 불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엔 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뭐 힘이 되겠어? 안 보는 게 내 마음이라도 편하지. 바쁜데 귀찮게… ’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목기린 씨의 옆에는 꼬마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돼지네 막내 꾸리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꾸리도 목이 길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누릴 버스 탈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이해 할 수 없었지요.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목기린 씨가 버스에 탈 수 있도록 버스를 개조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목기린 씨와 꾸리는 관장님과 마을 주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요. 관장님과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말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마을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문제 해결을 선거 때로 미루던 관장님도, 슬쩍 고개 돌려 외면하던 마을 주민들도 모두 목기린 씨의 사정을 진지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마을에서는 목기린 씨의 제안에 대해 마을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목기린 씨는 이제부터 마음껏 버스를 타라는 인사말이 담긴 한 장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앞으로 마을버스는 계속 고쳐 나갈 것입니다. 화목마을 주민이라면 모두가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이제 목기린 씨의 출퇴근 시간은 버스 창문을 열면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을 느끼는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비가 오면 흙탕물에 옷이 더러워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긴 목으로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게 되자 차별하고 외면하던 불편한 마음은 “목기린 씨 타세요”하는 응원과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김혜곤│열린어린이독서교실 팀장.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폼 나는 일보다 작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