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통권 제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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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사랑을 받고 사랑 드리며 우리 살고지고

김원숙 | 2014년 12월

빨래줄에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 제목 글자가 널려 있습니다. 그림책에 치매 간병이 나오니 작년 병원에서 석 달 동안 엄마 돌보던 기억이 스치며 안쓰러움이 앞섭니다. 그런데 빨래줄 한쪽에 할머니도 옷가지들처럼 널린 걸 보니 웃음이 나고 어떤 얘길까 궁금해졌습니다. 빨래판 들고 빨랫감 인 아이가 금금인가 봅니다. 천하태평 성격을 상징하듯 노란 스마일 핀을 꽂고 있네요. 근심 주었다가 웃음 주는 표지를 열고 궁금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림책은 금금이의 성장기였습니다. 자식 없던 쪼글 할미가 자식 하나 있기를 소원하다 박 속에서 금금이를 얻습니다. 이상하게 크지 않는 금금이었지만 금쪽 같이 아끼며 키웁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깜빡병 치매에 걸린 쪼글 할미는 집도 못 찾고 헤맵니다. 금금이는 길을 떠나 쪼글 할미를 찾고 집으로 돌아와 쪼글 할미를 돌보며 지냈다는 줄거리입니다. 이야기는 조막이나 바리데기 이야기, 심청이 심봉사를 만나는 장면들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쪼글 할미가 해 주던 밥을 먹고 자라던 철없던 금금이가 쪼글 할미를 보살피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우리의 성장기로 대체해도 될 듯합니다. 몸져누운 부모님을 우리가 돌보게 되었을 때 우리는 또 한 켜 성장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구슬픈 인생 이야기를 콩고물 입힌 찰떡처럼 쫀득쫀득 구수한 글로 풀었습니다. “꼬부랑깽깽 자갈밭 매는디, 하늘에서 씨앗 하나가 피르르르 떨어지겄다.” 판소리 듣는 듯 찰칩니다. “길쭉길쭉 가래떡은 베개 삼았다 빼어 먹고 콩떡 팥떡 찰떡 쑥떡 사이사이 먹어 대니 콩고물 팥고물 떡고물 얼싸절싸 널렸구나.” 구성진 말맛에는 천하태평 금금이의 성격과 태평스런 아이로 키우는 쪼글 할미의 너그러운 어미 사랑도 녹아 있습니다.

글맛을 그림도 찰지게 장단을 잘 맞춰 주고 있습니다. 쪼글 할미의 외로운 방안 풍경. 쪼글 할미는 푸성귀 다듬다 텔레비전에 아기 안은 엄마가 나오니 넋을 놓고 보고 앉았습니다. 벽에는 아기가 그려진 광고도 붙어 있습니다. 영영 혼자인 쪼글 할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리며 염소, 강아지며 두더지, 새를 돌보는 쪼글 할미 모습은 세상 생명을 아끼는 사람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 베풀고 사는 것이 자식 앞길 닦아 주는 거라셨는데, 쪼글 할미가 생명들을 지극정성 돌봐서 금금이가 생겼을 것이고, 금금이가 할미 찾아 떠날 때도 두더지, 새, 달팽이가 길동무가 되어 준 것이겠지요. 고개 넘고 퐁당샘 지날 때 곁에서 같이 널브러져 쉬면서 위로해 주었을 겁니다. 그래서 강물 건너던 금금이가 텃밭 푸성귀처럼 자랐을 겁니다. 강물에 비친 금금이 그림자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금금이의 성장을 표현했습니다.

금금이가 찾게 된 노인들의 집 간판. 무슨 암호 같더니 자세히 보니 ‘길 잃은 어른이들이 사는 곳’이네요. 이런 장치도 재미있고 멋집니다. 금금이 아기 때 뽀로로, 둘리를 모빌에 배치한 것에도 피자, 앵두, 컵 케익, 새우, 붕어빵과 금금이가 먹고 싸는 일에도, 금금이 머리에 스마일 핀 꽂아 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방에 쥐며 개미를 놀게 하고 쪼글 할미가 빨래처럼 널리고 거미줄에 매달리게 한 것도 능청스러운 재미가 넘칩니다. 첫 장면 문지방에 척 양산이 놓여 있더니 집 의자에도 거미줄에도 쪼글 할미 집 나갈 때도 양산이 나옵니다. 쪼글 할미의 분신으로 그려진 양산은 밥 먹으러 기다리는 노인들 끝줄 양산 쓴 뒷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걸 보고 딱 쪼글 할미겠구나 짐작하며 기쁜 상봉을 상상하게 합니다. 쪼글 할미가 금금이에게 업혀 돌아오는 길에 새가 양산 위에서, 두더지가 할미 등에서, 달팽이가 금금이 머리 위에서 같이합니다. 그리고 앞에 나왔던 염소, 개, 오리가 그들을 반겨 맞습니다. 이 장면이 왜 그리 감동인지요. 집에 돌아와 방 안에 아기처럼 누워 떡을 먹는 쪼글 할미와 텔레비전으로 할미 업은 딸을 보고 있는 금금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길동무들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림들입니다.

글도 그림도 인생 고개를 넘은 이들의 내공이 엿보입니다. 아이들이 이 글과 그림 켜켜에 숨어 있는 삶의 아픔을 당장은 다 모른다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의 크기대로 이야기를 읽는다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란 생각입니다. 나중에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부모를 돌볼 때가 되었을 때 옛이야기 같던 금금이 이야기가 새롭게 떠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김원숙│오픈키드 컨텐츠팀장.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으며 청소년 책읽기, 신화, 논어 모임에서 어린이 책 공부를 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