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1월 통권 제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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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다리, 그림책 속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옛이야기 그림책 견주기

박현숙 | 2015년 01월

얼마 전 옛이야기 특강을 마치자 한 수강생이 필자에게 다가오더니 오늘 특강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은 자신이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수없이 많이 듣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필자가 옛이야기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이 수강생처럼 옛이야기를 책이나 녹음테이프가 아닌 직접 말로 향유해 본 사람이다. 두 번째로 부러운 사람이 요즘 어린이들이다. 비록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지만, 유아기 때부터 부모님의 목소리를 통해 옛이야기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화려한 색채와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에 빠져들어 서로간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옛이야기 그림책은 어른과 어린이간의 교감과 소통 회복에 매우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구전설화의 다양한 이야기가 옛이야기 그림책을 통해서 세상에 소통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연재를 시작한다.

첫 번째 견주어 볼 옛이야기는 「선녀와 나무꾼」이다. 각 출판사별 옛이야기 시리즈 그림책을 기획할 때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옛이야기 중 하나가 「선녀와 나무꾼」이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옛이야기를 꼽으라면 단연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어제와 오늘

구전되는 「선녀와 나무꾼」은 결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선녀가 아이들만 데리고 하늘로 돌아감으로써 비극적 결말을 맺는 ‘선녀 승천형’, 나무꾼이 떠난 선녀를 찾아서 하늘로 올라가 재결합하여 행복한 결말을 맺는 ‘나무꾼 승천형’, 하늘로 승천한 나무꾼이 노모를 만나기 위해서 지상으로 내려갔다가 비극적 결말을 맺는 ‘나무꾼 지상 회귀형(수탉 유래형)’이다. 각 유형별로 구성되는 화소도 매우 다양하다.

유형별 전승 비율을 보면 결합형인 ‘나무꾼 승천형’과 이별형인 ‘수탉 유래형’과 ‘선녀 승천형’이 비슷한 비율로 전승되고 있다. 이는 행복한 결말과 비극적 결말 두 유형 모두 향유층에게 재미와 의미를 주는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오늘의 옛이야기 들려주기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청중들에게 두 유형의 「선녀와 나무꾼」을 들려주면, ‘수탉 유래형’ 못지않게 ‘나무꾼 승천형’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다. 이는 주인공들이 만나는 행복한 결말 서사가 지닌 원형적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옛이야기 그림책은 다양한 유형 가운데 ‘수탉 유래형’에 편중되어 재생산되고 있다. 필자가 검토한 16편의 「선녀와 나무꾼」 옛이야기 그림책 가운데 12편이 ‘수탉 유래형’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아동문학계 대부인 방정환이 구연한 유형1인 점, 초창기 전래동화집에 수록되었다는 점, 수탉 유래라는 기원에 대한 흥미, 교훈이 두드러진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유형과 삽화(揷話)의 등장

「선녀와 나무꾼」 같이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의 결말로 전승된다는 것은 각각의 서사마다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구전설화는 구연을 통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가 향유되었듯이, 옛이야기 그림책 독자들도 보다 다양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새로운 소재 발굴을 통해 조금씩 서사적 변화를 보이는 옛이야기 그림책이 있어 반갑다. 그 예를 들어본다.

구전설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서사의 완결성과 개연성을 높이는 삽화로 ‘동물 보은담’과 나무꾼의 ‘천상 시련 극복담’이 있다. 구전설화에서는 ‘선녀 승천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나무꾼의 ‘천상 시련 극복담’을 포함하고 있다. ‘천상 시련 극복담’은 나무꾼이 이별한 가족과의 재결합을 위하여 옥황상제가 낸 힘겨운 과제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선녀와 나무꾼」 옛이야기 그림책이 ‘수탉 유래형’으로 편중된 가운데 ‘천상 시련 극복담’을 포함한 선녀와 나무꾼의 결합 서사 즉, ‘나무꾼 승천형’이 새롭게 출판되고 있다.2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선녀와 나무꾼』과 국민서관에서 나온 『선녀를 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이 그것이다. 한솔교육에서 나온 『선녀와 나무꾼』의 경우에는 천상 시련 극복 삽화를 삽입하여 서사적 변이를 꿰함으로써 다른 ‘수탉 유래형’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움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3

세 편의 옛이야기 그림책은 모두 구전되는 ‘천상 시련 극복담’의 여러 화소 가운데 변신 숨바꼭질과 화살 찾기 과제 수행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서관의 그림책에서는 고양이 나라 금베개 가져오기 화소가 추가되어 있다. 구전설화에서 제시하는 과제는 옛이야기 그림책의 숨바꼭질 외에도 화살 찾기의 경우 화살이 꽂힌 대상이 고양이 나라 왕 베개, 독자 아들의 몸 등 다양하다. 그리고 말 타기나 장기 두기와 같은 내기도 있으며, 어려운 물건 가져 오기에서도 과제 대상이 쥐나라 인피 가죽, 장인 밥그릇, 고양이 나라의 보배 구슬, 천도, 통천관, 옥새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구전설화에 있는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차용하면 독자에게 보다 다양한 서사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참신하고 창의적 표현의 개발

동일한 ‘수탉 유래형’의 그림책이지만 참신한 표현 기법으로 다른 동일 유형 그림책과 차별성을 띠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룡소에서 나온 『나무꾼과 선녀』이다.

이 옛이야기 그림책에서는 “사냥꾼이 씨근벌떡 숨 가쁘게 달려왔어.”, “어쩔어쩔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와 같이 관용적이지 않은 표현들을 많이 사용해 참신함을 느끼게 한다. 선녀들의 목욕 장면을 “첨벙첨벙, 스윽스윽, 어푸어푸, 까르르까르르”와 같이 의성어, 의태어만 사용하여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상상력으로 장면을 구성하도록 한다. 또 “달이 이을고 몽롱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할 무렵”과 같은 시적 표현은 「선녀와 나무꾼」 옛이야기가 지닌 환상성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수탉 유래형’은 나무꾼이 밤낮없이 “꼭 가요. 꼭 갈게요.” 라고 외쳐서 수탉이 ‘꼬끼오, 꼬끼오’ 라는 울음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수탉 울음소리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유사한 소리에 의미를 결합시킨 이러한 표현은 독자의 흥미를 끌고 이야기의 재미를 높여준다. 구전설화에서는 이보다 더 기발하고 참신한 표현을 유래의 증거물로 활용한다. “박국박국” “밥국 밥국” “꼬끼오 박속으르르” “꼬끼오 박국일대”와 같이 나무꾼이 뜨거운 박국, 박속 때문이라며 하소연 하는 소리가 오늘날의 ‘뻐꾹뻐꾹’ 뻐꾸기 울음소리나 ‘꼬끼오 꼬끼오’ 수탉 울음소리의 유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이로써 ‘지상 회귀형’은 그 유래에 따라서도 ‘수탉 유래형’과 ‘뻐꾹새 유래형’으로 그 유형을 확장시켜 나간다.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구전설화의 참신하고 창의적 표현들을 적극 차용하여 활용하거나 새롭게 만들어낸다면 독자의 창의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옛이야기가 반드시 교훈적이어야 하는가

옛이야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수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은 옛이야기그림책을 통해서 어린이에게 교육적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선녀와 나무꾼」의 많은 옛이야기 그림책에서는 글쓴이, 편집자, 감수자가 해설을 통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지닌 교육적 의미를 강조한다. 옛이야기 그림책 속 교훈은 ‘약속을 지켜라’, ‘실수하지 마라’, ‘방심하지 마라’이다. 나무꾼이 ‘참을성이 없어서’, ‘조그만 실수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지키지 못해서’ 자신의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어린이 독자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늘 주의하고 경계하라는 것이다.4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금기 위반은 곧 파멸과 비극’으로 해석하는 순간 어린이 독자에게 이 이야기는 억압이고 공포가 된다. 또 나무꾼의 금기 위반 행동에 대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해 보면, 첫 번째 금기 위반은 아내에 대한 연민과 믿음의 결과이고 두 번째 금기 위반은 아들이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결과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파멸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부부, 부모와의 인간적 관계를 저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통해서 가르쳐야 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옛이야기에서 지나치게 교훈을 강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서관의 『선녀를 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은 나무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무꾼은 첫 번째 금기 위반의 결과로 아내와 자식을 떠나보내는 엄청난 비극을 맞게 된다. 나무꾼의 가족과의 재결합 열망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엄청난 조건의 과제를 받아들일 만큼 절실하다. 그의 절실함은 떠났던 선녀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선녀는 나무꾼이 숨바꼭질, 화살 찾기 과제를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리고 마지막 과제에서는 다른 옛이야기 그림책과는 달리 선녀의 도움 없이 나무꾼 홀로 고양이 나라 금베개를 구하러 나선다. 물론 쥐의 도움이 있었지만, 쥐는 나무꾼 자신의 심성이 만들어낸 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민서관의 『선녀를 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에서는 미성숙했던 나무꾼의 단계적 성장을 상징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서사 논리를 잘 살려서 옛이야기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면 좋은 옛이야기 그림책이 된다.



1 손진태의 『조선설화집』(1930)에는 1923년 8월 경성에서 방정환이 구연한 「수탉전설」이 수록되어 있다.(『조선설화집』, 손진태 지음, 최인학 역편, 민속원, 2009, 93~97면)

2 ‘나무꾼 승천형’의 경우, 이별했던 가족의 재결합을 다루는 서사이기 때문에 서사 논리상 나무꾼의 ‘천상 시련 극복담’은 후반부 핵심 서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상 시련 극복담’이 빠진 ‘나무꾼 승천형’ 서사는 완결성이 매우 떨어진다.

3 한솔교육 알강달강 옛이야기 시리즈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경기도 와부읍 설화 『한국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출처를 밝히고 있다. 동일 유형군의 설화에서 참신한 소재 발굴은 많은 구전설화 자료 검토 속에서 가능해진다.

4 졸고, 「<선녀와 나무꾼> 전래동화의 설화 수용양상과 문제점」(『겨레어문학』제41집, 겨레어문학회, 2008, 347면) 참조.
박현숙 | 옛이야기가 세상과 소통하는 길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옛이야기 들려주기 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옛이야기를 현장에서 채록하는 일,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일, 책으로 재화하는 일과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암행어사 박문수』 『호랑이 배에서 덩 딱기 덩 딱!』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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