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통권 제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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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비밀 지도? 보물 지도!

이지혜 | 2015년 03월

“선생님, 종이 뒤에 다른 거 그리고 있어도 돼요? 다른 친구들 다 할 때까지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인 수업 시간, 남자 아이들 몇몇이 질문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 뒤,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는데요. 아이들 성향이 다르다 보니 마무리 시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먼저 끝낸 아이들은 종이 뒤 하얀 여백에 무엇인가를 그리고 싶어 안달하고, 곧 그림 그리는 데에 열중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하얀 여백은 점점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여백에는 대부분 보물찾기 지도나 미로 찾기 지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지도를 그렸어?”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이 지도에서 제가 찾아야 할 것에 대해 설명하기 바쁩니다. 단순한 길 찾기 그림이라고 여겼는데, 아이들이 만든 지도 안에는 꽤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정해 놓은 보물이 무엇인지 보면서 현재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미로 찾기를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서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을 알아채기도 합니다. 지도의 매력이 또 무엇일까, 궁금증이 가득할 즈음, 지도에 푹 빠져 지내는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알튼, 『지도 박사의 비밀 지도』 속 지도 박사이지요.

알튼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도를 사랑할 운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지도에 나오는 마을 이름에서 알튼이라는 이름이 정해졌으니 말이죠. 알튼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 지도가 꽉 채우고 있답니다. 침대 위에서 항상 바라보던 지도, 벽을 가득 메운 알록달록 여러 지도들 모두 다 알튼의 것이거든요. 하지만 알튼은 이제 더 이상 지도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 스스로 지도를 ‘창작’하는 데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지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도로 구현하는데, 특히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내용들을 알튼만의 지도로 탄생시킵니다. 예를 들면, 담임 선생님인 윌링 선생님의 뇌 구조부터 교장 선생님의 말투, 여러 아이들의 특징을 관찰하고 분석해낸 결과를 담은 지도가 있답니다. 아주 많이요.

그런데 이러한 알튼의 지도 사랑이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맙니다. 선생님이나 아이들 개인 문제를 관찰한 기록이나 마찬가지인 알튼의 지도 서류철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 것입니다. 사건은 아주 작은 데에서 시작되었어요. 알튼은 이제 막 친해진 아이 퀸트에게 윌링 선생님의 뇌 구조 지도를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퀸트가 깜짝 놀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지도 서류철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알튼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지요. 이제 알튼은 다른 누군가가 이 지도를 공개적으로 꺼내 놓기 전에 반드시 찾아내야만 합니다. 문제는 지도 서류철을 가지고 간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만 할 뿐,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이 사건은 알튼이 협박 편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절정에 치닫습니다. 알튼이 집착하는 지도 그림 티셔츠를 입지 말라는 것부터 교장 선생님이 말하는 중간중간에 ‘음’ 소리를 많이 낸다는 사실을 직접 알리라는 것까지, 꽤나 만만치 않은 조건들을 내건 편지였지요.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 알튼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학교의 평화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협박에 이어 두 번째 협박도 어쩔 수 없이 이행해야만 했지요.

알튼은 용기를 내어 교장선생님께 찾아갑니다. ‘음’ 소리를 많이 낸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지도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기에 이르지요. 그 순간, 알튼의 마음을 울리는 깨달음이 있으니, 바로 지도의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상대방에게 먼저 설명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이었지요. 교장 선생님께 드린 첫 번째 사과를 시작으로 자신의 지도 때문에 기분이 상하게 될 아이들부터 주방 아주머니, 선생님까지 사과 행진을 이어갑니다. 알튼이 이렇게 스스로 반성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하는 동안, 지도를 훔쳐 간 범인이 누구인지도 밝혀집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하는 것은 이 책을 만나게 될 모두를 위하여 비밀에 부치기로 합니다.

알튼은 이제 그냥 지도 박사가 아닙니다. 마음이 따뜻한 지도 박사가 되었습니다. 지도 분실 사건을 겪는 동안 알튼의 마음 속 온기가 쑤욱 올랐거든요. 이뿐만이 아니랍니다. 알튼은 퀸트라는 진정한 친구도 얻게 되지요. 자신이 눈으로만 관찰하며 보았던 세상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도 퀸트와의 우정을 통해 가장 먼저 깨닫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알튼의 지도 서류철은 비밀 지도가 아닌, 보물 지도 아니었을까요?
이지혜 |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어린이 책도 사랑합니다. 대학원에서 독서교육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며, 나의 보물 지도는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