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 통권 제154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선정 이달의 좋은 책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더불어 책 읽기

[우리는 책을 읽어요]
믿을까? 말까?

민경문 | 2015년 09월

신이 없는 세상?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내 눈이 번쩍였다. 종교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청소년 책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지현이에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물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무리 부모라도 어떻게 자식에게 종교를 강요할 수 있어요?” 부모는 왜 그러는 걸까요? 자신들이 믿고 좋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럼 믿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질문을 이어갔더니 “하지만 그건 부모님 생각이고 자식은 다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명철이는 어떨까? “어이가 없어요.” 뭐가요? 하고 질문을 더한다. “자기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거요.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 생각의 자유가 있잖아요. 만약 내가 핸드폰을 믿는다고 해도 나에겐 그것도 종교가 될 수 있지 않나요?” 그럼 종교는 뭘까요? “행복하게 해주는 거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거요.” 우리는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에겐 핸드폰이 신이었다. ㅋㅋ

종교 : 무한, 절대의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선악을 권계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두산백과사전)
종교 :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체계.(다음백과사전)


친구들이 말한 행복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 맞네요. “그런데요, 어떻게 종교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줘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있어요.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극적으로 낫는 일도 있어요.” “그건 본인의 의지 때문 아닐까요?” “그렇더라도 믿는 신이 있으니까 그 신께 기도하며 병이 낫는 건 아닐까요?”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보다 자신이나 가족들, 의사를 믿는 게 더 확실하지 않을까요?” 의사를 믿었는데 의사가 당신은 이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면요? “그럼 순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현이와 명철이는 이렇게 계속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고 또 질문하고 답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꼭 탁구 시합을 보는 것 같았다. 공이 통통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정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질문만으로도 우리는 종교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해보았다. 그러다 이제 슬슬 책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이들이 만들어 온 질문을 던졌다.

제이슨은 왜 열다리 신교를 만들었을까요? “헨리에게 얼굴을 맞고 넘어지면서 급수탑을 보았을 때 뭔가 의지할 곳을 찾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물이었기 때문이에요.” “어른들이 강요하는 종교가 싫었던 거예요.” “헨리에게 맞아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장난식으로 만든 거예요.”

그럼 제이슨 친구들은 왜 열다리 신교를 믿었을까요? “기존에 있던 종교와 달라 새롭고 신기했기 때문에요. 누구나 다 믿는 흔한 종교가 아닌 자신들만의 종교를 가지고 싶었을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 약간의 반항심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왜 반항심이 생겼을까요? “부모님이 자신들이 믿는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제이슨은 아빠가 강제로 청소년 영성 함양 모임에 보냈어요. 댄은 아빠가 목사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할 수가 없었어요.”

제이슨은 헨리를 무서워했지만 나중에는 겁내지 않았어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나요? “열다리 신교를 함께 믿었기 때문이에요. 급수탑에 함께 올라가보고, 여러 가지 사고를 함께 겪었어요.” “헨리가 제이슨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바뀌었다는 거죠? “무시하지 않았어요.” 헨리는 제이슨을 왜 무시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급수탑을 열다리 신으로 만들어 주고 제이슨이 자기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봤어요.”

헨리는 자신이 종교 지도자가 되면서 왜 거짓말을 수없이 해야 한다고 했나요? “그 종교를 믿게 해야 하니까요.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떠날 수 있으니까요. 메그더에게 했던 착한 거짓말 같은 거요.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면 믿지 않으니까 더 허풍을 떨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을 모으려면 만나서 뭐라도 먹어야 하니 돈이 필요해요. 그럼 사람들에게 돈을 거둬야 하니 더 거짓말을 칠 수도 있어요.”

급수탑에서 서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결국 들통이 났죠. 마지막에 제이슨 아버지는, 제이슨에게 이제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왜일까요? “강요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여태까지 제이슨이 잘 해왔고, 제이슨을 믿기 때문이에요. 누가 뭐래도 아버지이고, 어떤 아이인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스로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 거예요. 열여섯 살이니까요.”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갔다. 종교는 필요할까요? “예, 의지할 곳이 없고, 힘이 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잘못된 걸 하려고 할 때 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할 수 있어요.” “필요하지 않아요. 힘이 들 땐 가족이나 친구에게 의지하면 돼요.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걸 믿는 것보다는 보이는 걸 믿는 게 훨씬 나아요.”

우린 마지막으로 뒤에 나온 작가의 말을 생각해 봤다. “종교에는 착한 일을 하고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신을 믿지 않는 지현인 이런 종교가 있다면 자기도 믿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종교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점점 더 혐오스런 종교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드디어 하나가 되었다.

신을 믿는 아이와 신을 믿지 않는 두 아이들의 팽팽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의견은 서로 달랐지만, 과연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믿거나 안 믿거나 우린 서로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요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 강연을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참 재미나고 즐거운 수업이었다. ^^ 머리 아픈 종교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쓴 작가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민경문 | 아이들이 행복하면 덩달아 행복하고, 불행하면 같이 불행해지는 책 바보 아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