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1월 통권 제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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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달려~ 수호의 하얀말 오토마타

김혜진 | 2016년 01월

오늘은 몽고의 전통 악기 마두금의 유래를 들려주는 『수호의 하얀말』을 함께 읽어 볼 텐데요. 처음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 보느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특히 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독후 활동을 해보리라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것들을 막상 교실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무작정 ‘주인공 수호에게 편지 쓰기’를 해보았습니다. 의도는 하얀말을 잃고 슬픔에 빠진 수호에게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해주면 어떨까하는 것에서 출발했는데요. 생각보다 그런 감정을 끌어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상도 1학년 아이들이었으니까요. 1학년 정도 아이들이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나이겠다 싶었는데 웬걸요. 다들 저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책을 잘못 읽어 준 건가, 그만큼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동기 유발이 될 정도로 공감을 느낄 만한 책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때 문득 ‘음악을 들려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두금 하나로만 소리를 내는 좀 느린 연주 실황 영상을 찾았어요. 책을 천천히 다 읽어 준 뒤 미리 준비해 둔 마두금 연주 영상으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음악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이야기에 대한 이해와 마두금 소리가 함께 만나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 심지어 음악이 끝나자마자 마두금 소리가 말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효과가 더 좋을 수 밖에요.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자 하얀말을 잃은 수호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게 되었다는 표정으로 저마다 수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무작정 편지를 쓰라고 하는 건 무리겠지요. 음악을 들려주기 전에 이야기의 줄거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도 짧게 가졌어요. 수호와 하얀말은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 대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원님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드는지, 하얀말이 화살을 맞고 수호에게 돌아와 숨을 거둘 때의 상황 등등 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음악을 들려주었어요. 어떤 아이는 수호가 만든 마두금 소리 안에서 하얀말이 계속 함께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독서교실을 시작한 이래 들어본 최고로 눈물 나게 고맙고 감동적인 소감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면 위로 편지 내용도 풍성해지고 기대하지 못한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호를 위한 위로의 편지를 쓰고 나서 간단히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조금 복잡한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마무리를 했는데요. ‘달리는 하얀말 만들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은 후 마두금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하얀말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슬픈 기분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 아이들을 위로하는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편지를 쓰는 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는 있었겠지만 즐거운 놀잇감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토마타(automata) 기법을 활용하여 달리는 하얀말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종이와 빨대, 철사 등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게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놀잇감입니다.

오토마타란 ‘간단한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뜻합니다. ‘스스로 동작하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마침 애니메이션 감독, 영화 및 전시 미술감독으로 각각 활동하다가 오토마타에 관심을 갖게 된 전승일·이석연 작가의 책 『오토마타 공작실』이 있어서 도움을 얻었어요. 다양한 재료와 간단한 기계 장치로 여러 가지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오토마타의 특징을 살려 장난감도 만들고 공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기계 장치라고 해서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정말 간단한 작동 방식으로도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연령대에 맞추어 사전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철사를 구부리거나 펀치를 사용하는 일은 낮은 학년이 직접 시도하기에는 실패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에요. 만드는 순서에 따라 교사가 돕거나 미리 전 단계까지 만들어 준비해 가거나 하는 등 잘 계획해야 합니다. 제 경우는 첫 시간에 교실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시도에 학생 수가 많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그런 경우는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지요. 처음에 풀로 붙이고 가위로 자르고 하는 것까진 무리가 없었어요. 그러다 빨대 나눠 주고 철사 구부리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자기를 봐달라는 아우성으로 40분이 흘렀습니다. 쉬는 시간이 지나 다른 반 아이들이 몰려올 때까지도 그 지경이었으니까요. 뒤늦게 달려온 선생님들의 도움 덕에 억지로 완성하고 마무리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아직도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명작 『수호의 하얀말』을 그런 기억으로 남기다니요!

이후 심기일전하여 순서를 정해 차례로 줄을 세우다 보니 수업도 점점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어쨌거나 사전 계획이 철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려는 뜻입니다. 과정이 모두 머릿속에 있고 여러 번 만들어보기도 하고 해서 손 조작 능력이나 이해 정도에 따라 준비 과정을 점검한다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낮은 학년일 경우 인원이 약 15명 이상이면 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수업 시간 내에 정리하기도 쉽고요.

먼저 준비물은 왼쪽 그림과 같은 프린트가 필요합니다. 그림책 장면 속, 말을 타고 달리는 수호를 붓으로 선만 그려 준비했어요. 크기는 A4 복사 용지에 두 개가 들어가게 여러 장 복사를 해둡니다. 아이들에게 프린트를 나눠 주고 하얀말 외에 수호의 옷과 얼굴, 말안장 등을 색칠하게 합니다.

복사지는 얇아서 힘을 받지 못하므로 좀 두꺼운 마분지나 상자 등을 재활용해서 뒷면에 풀로 붙입니다.

마를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각 요소들을 검은 테두리 바깥에 2mm 정도 여유를 두고 가위로 잘라냅니다. 펀치 바닥 뚜껑을 열고 그림의 까만 점이 구멍 중앙에 오도록 하여 뚫어 줍니다. 두발 할핀을 이용해 각 요소들을 고정합니다. 이때 구멍의 위치를 잘 맞출 수 있도록 주의하세요. 아이들이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때가 이 단계입니다. 말 머리 부분에 가까운 구멍과 수호가 앉은 말안장 앞쪽을 맞추고, 말 꼬리 쪽 구멍과 말안장 뒤쪽 구멍을 맞추세요. 그런 다음 뒤집어 고정시켜 주세요.
15cm 길이의 초록색 테이프가 감긴 꽃 철사를 준비해 끝부분을 롱로루즈로 동그랗게 말아둡니다. 4~5cm 정도 길이의 빨대를 준비해 종이테이프로 말안장 뒷면 기둥 부위에 고정시킵니다. 꽃 철사의 둥글게 말아놓은 쪽을 손으로 잡고 아래쪽에서부터 말안장 뒤쪽 구멍 두 개가 만나는 곳으로 1~2cm 밖으로 나오게 밀어 넣습니다. 역시 롱로우즈로 둥글게 말아주세요.
철사 아래쪽 둥글게 말아놓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고, 다른 쪽 손은 말안장 부분 기둥을 살짝 쥔 뒤 조심스럽게 아래위로 움직여 보세요. 수호를 태운 하얀 말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험난한(?) 작업 과정을 거치느라 지친 아이들도 어느새 웃으며 좋아합니다.

김혜진 | 뒤늦게 그림을 배우고 서투르게 작업하던 중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그림책 독서교실을 운영하게 되었고 독후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림책 서평을 쓰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읽는 교실도 운영하며 아이들 덕에 더 많이 배우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