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2월 통권 제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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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동화 비평 교실]
우리를 성장시키는 사랑

송희진 | 2016년 02월

사랑 그리고 성장

『안녕히 계세요』는 초등학교 6학년인 주인공 진영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동화다. 진영은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다. ‘아빠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네가 더 크면 만날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친구 정훈이로부터 믿기 힘든 소문을 듣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가 미혼모일지 모른다고 의심을 한다는 것이다. 진영은 그 소문에 대해 엄마에게 사실을 따져 물었고, 결국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모두 듣게 된다.

그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사다난하다.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진영은 엄마를 이해할 듯 이해하지 못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다 결국 엄마의 과거, 즉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이해하게 된다. 진영이가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이 과정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늘 함께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자신의 사랑, 그리고 주변의 사랑 덕에 진영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사랑을 통해 성장한 것은 진영만이 아니었다. 진영 엄마와 주변 인물들 또한 사랑으로 성장해 갔다. 사랑이 모든 등장인물의 성장 동력이 된 것이다.

엄마의 사랑

진영의 엄마는 미혼모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출을 했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엄마와 처지가 같은 한 살 많은 오빠 멀대였다. 그런데 엄마는 멀대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네 아빠는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았지만 아주 일찍 거리에 나와 살아 그런지 아는 것도 아주 많았고 어른스러웠지. 그래서 내가 의지를 하게 되었나 봐. 그리고 그냥… 가까워지게 되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아.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누구에게든 의지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24쪽)

이렇게 엄마는 진영 아빠와의 사랑이 사실은 외로움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어린 나이의 미숙한 사랑이었음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엄마는 결국 진영 아빠에게 버림받았고, 이렇게 엄마의 첫 번째 사랑은 실패하고 말았다.

사랑 때문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엄마를 구원해 준 것은 또 다른 사랑이었다. 바로 아들 진영에 대한 사랑이었다. 엄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아들 진영을 키우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가출 청소년이었던 엄마가 진영을 위해 공부도 했고 직장도 구했다. 어느덧 엄마는 자식 앞에서 당당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것이다. 그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힘 덕분이었다.

어느덧 진영은 엄마보다 여자 친구를 더 챙길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이제 조금씩 엄마를 벗어나려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조금씩 외로워진다. 그런 엄마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그런데 엄마가 선택한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여섯 살 난 딸이 있고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엄마가 이 사람과 함께한다면 겨우 찾은 안정된 삶이 다시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점 많은 사람을 엄마가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건 우리가, 그 아저씨랑 내가 서로를 잘 이해한다는 거야. (중략) 자기 아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것도 좋고, 가난하고 빚도 있고 몸도 불편하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았어. 그 사람을 보면 내 마음이 따뜻해져. 그 사람하고 함께라면 나도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161쪽)

진영 아빠와의 사랑이 외로움 때문이었다면, 이번 사랑은 조금 달랐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의 사랑이었다. 다시 사랑하기로 한 엄마의 마음가짐은 많이 성장해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긴 것이다. 엄마는 과거의 잘못된 사랑으로 큰 아픔과 시련을 겪었지만, 진영을 향한 사랑으로 삶의 힘을 얻었고, 한층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된다.

진영의 사랑

진영은 13살에 처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생긴 것을 알고 떠나 버린 매정한 아빠. 그런 아빠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엄마. 이제 겨우 13살인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처음 진영은 엄마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배신감이 들었다. 그런데 진영의 충격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엄마의 사랑이었다. 가출 경험이 있던 옥탑방 아저씨와의 대화로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된 후부터 진영은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진영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한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삶의 의지를 가지게 된다.

엄마만 사랑할 것 같았던 진영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바로 같은 반 혜인이었다. 진영은 혜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다 결국 진영은 엄마를 처음으로 배신하게 된다. 엄마가 가장 아끼는 엄마의 유일한 목걸이를 몰래 혜인에게 주었던 것이다. 엄마만큼 중요한 사람이 진영에게 생긴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진영은 자신이 언젠가는 엄마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진영은 엄마 곁에도 자기 외에 누군가가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영의 노력에 감동해서였을까. 드디어 혜인이가 진영에게 사귀자고 한다. 그런데 혜인은 사귀는 조건으로 진영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제시한다. 자신과 사귀려면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영은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게도 혜인의 마음을 얻고 싶어 했는데 말이다.

좋아하면 왜 맞춰 주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진영이다. 그런 진영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 바로 엄마의 새로운 사랑인 ‘예림아빠’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면서였다. 보잘것없는 한 아저씨가 엄마의 새로운 짝이 된다고 했을 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진영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엄마에 대한 아저씨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끼면서 부터이다.

진영은 진심으로 엄마의 행복을 빌어 주는 아저씨 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진영은 혜인의 요구를 들어줘야 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물론 혜인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겨서 그 기회는 없어졌지만, 다음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을 때 진영은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정말 사랑만으로 가능할까

그런데 우리 현실 속 진영과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사랑만으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현실 속 미혼모 가정의 삶은 진영의 가족보다 훨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엄마가 진영을 키우기 위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미혼모 시설도 현실에서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들어가기 어렵다. 겨우 들어가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나와야 한다. 현실을 보면, 작품 속 진영 엄마는 꽤 좋은 시설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였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부모 가족의 생활 실태와 복지 욕구 보고서」(2013)에 따르면, 미혼모의 32.9%가 직장을 구하면서 사회적 차별을 가장 많이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한 부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93만 3천~98만 9천원이고, 지출 가운데 양육비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미혼모 가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어렵고 고달프다. 아이를 사랑의 힘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하는 ‘진영 엄마’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버려지는 영유아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서는 사랑의 힘

사람들은 사랑에 실패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또 다른 힘이 되어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사랑을 만들어 낸다. 길게 보면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한없이 약하고 초라했던 사람도 사랑으로 힘을 얻고 성숙해진다. 『안녕히 계세요』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현실 속에서는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개인의 노력과 결심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실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안녕히 계세요』의 동화 속 세상과 마주하게 되면 주인공들의 삶이 너무 쉽게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일 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사랑의 힘으로 견뎌내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사랑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세상에서 한탄만 해야 할까. 이런 일은 그저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다시 그 해결 방안을 사랑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힘이 되는 것은 다른 이웃들의 사랑과 관심이다. 서로를 향한 우리 각자의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다. 나와 주변의 관심, 그리고 사랑이 힘을 합하면 더 큰 사랑이 생겨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 사랑의 힘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 전체의 성장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힘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결국엔 사랑이다.
송희진 | 대학원에 들어와 동화를 쓰면서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하지만 가끔은 ‘내 아이에게 내가 쓴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참 멋지겠다’는 꿈도 꿉니다. 어린이문학 속에서 세상 보는 눈을 배워가고자 합니다. 경남 함양의 초등학교 교사이고, 진주교대 대학원에서 어린이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