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7월 통권 제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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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같이 잘 살기 위한 노동 인권

민경문 | 2016년 07월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읽다가 너무 화가 나서 책을 덮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잠이나 자야지 하며 누웠다가 책 내용이 생각나 다시 벌떡 일어났다.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노동자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난 가끔 아이들에게 “대학 가지 않고 차라리 자기 적성에 맞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는 것도 좋을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졸업 전후 사업장에 투입되며 아이들이 겪는 부당함에는 치가 떨렸다. 앞으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지 않을 거다. 물론 모든 특성화 고등학교와 사업장이 부당하진 않겠지만, 모든 사업장이 법을 지키며 아이들을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눈앞에 뻔히 보이기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미친 듯이 공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을 때 아이들의 첫 대답은 한숨이었다. “에휴~~ 여기에 나온 여러 가지 사례를 보니 정말 심각해요. 법을 지키며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내용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내년이면 당장 알바를 해야 하는데,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처음 시작은 노동자일 수밖에 없으니까, 꼭 알아야 해요.”

책에 있는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근로계약서요. 업주가 말로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면 업주가 거부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노동부에 신고하면 업주가 벌금을 내야 해요. 그러면 사장님은 채용을 거부할 거예요.” “그런 곳에서는 일하지 않는 게 나아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근로계약서를 요구하지도 않고, 신고하지도 않아요. 잠깐 일하는 거니까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하는 곳에서 다쳤을 때나 아르바이트를 한 대가를 받을 수 없을 땐 꼭 필요하죠.” “그래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꼭 써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근로계약서를 어찌해야 할까? 답이 없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동을 더럽다고 생각할까요, 하고 물었다. “몸으로 하는 일은 힘들고 돈도 많이 못 버니까요.” “인건비가 더 높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니까 부모님들이 공부만 하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나도 부모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말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공부 잘하면 추울 땐 따뜻한 곳에서 일하고, 더울 땐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들도 다 노동자인데,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면 거의 다 싫어해요.” 전교조 만들 때 선생님이 무슨 노동자냐고, 그래서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던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아이들에게 그럼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어 보았다. 태윤이는 중 3 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전태일에 관한 책을 읽고 왜 노동자 권리를 위해 왜 싸웠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현수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몸으로만 하는 엄청 힘든 일이 떠오른다고 했다. 사실 그렇다. 선욱이는 지난 번 읽은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를 읽고 노동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우리는 노동자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북한이 노동이라는 단어를 선점해서, 노동 대신 근로라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노동자의 날’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라고 정하기도 했대요. 근로는 좋은 거고, 노동은 몸을 써서 하는 천박한 일이라는 편견이 있어요. 옛날 양반들은 노동을 하지 않고, 하인들이 노동을 했으니 노동을 천시한 결과예요.” 우리 모두는 일하며 살고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노동자임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노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나쁜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 외에 4인 이하 사업장의 문제점, 스웨덴의 연대 임금 정책, 기본 소득, 왜 우리 사회에서 노동 현실은 계속 나빠지는지, 사람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지 등 지면에 다 쓸 수 없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욱이는 마지막으로 학교에선 왜 노동법을 안 가르쳐 주나요, 하고 질문을 했다. 난 그래 맞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유럽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법과 조합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조금 나와 있긴 하지만 자세히 가르쳐 주진 않아요. 저희 선생님은 교육 방송에 나온 노동법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 주셨어요. 수능 끝나고라도 ‘화장하는 법’ 이런 거 말고 노동법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요.”

이제 몇 달 뒤면 어른이 될 아이들이다. 내년이 되면 노동 현장이 좀 나아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지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땐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

현재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 70%가 노동자인데도, 우리는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제도도 썩 좋지 않다. 당장 주변을 보아도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노동자다. 고용되었다는 건 고용주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주는 걸 말한다. 고용주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력’이다. 그런데 고용주들은 노동자를 월급을 주고 구매한 듯이 행동한다.

어제 TV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주인공은 백화점 과장이었다. 딸과 부인, 아버지를 둔 가장이었다. 그가 고용주에게 제공한 노동력은 회사 업무이다. 하지만 과장은 자신의 결혼기념일인데 저녁 식사도 못하고, 상사 사위 장례에서 신발 정리를 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물론 모든 직장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곳이 적지 않을 거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로 유명한 대기업의 구조 조정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미래라는 말과는 달리 젊은 20, 30대 사원들을 해고시켜 버렸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어떤 대기업 휴대전화 로고에 찍힌 글은 ‘노동조합이 없다’였다. 기업에 비리도 없고 자유로운, 말이 필요 없는 천국과도 같은 기업이기 때문에? 결코 아니다. 노조를 만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입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대우는 이미 수많은 기사들로 유명할 거다.

이런 수많은 악조건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 등 눈에 뻔히 보이는 갑질에도 직원들이 참을 수밖에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있는 직장에서 해고되면 다음 취업문은 언제 열릴지 모른다. 비정규직은 차별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비정규직이 되는 게 아니다. 이 기회라도 잡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신들 이익만을 추구할수록 이런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이때, 국가라도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해서 노동자들을 돕고 실업자들을 구제해야 할 텐데, 어째 그 반대이다. 비정규직을 더 늘리고 기업에게 훨씬 유리한 노동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이 2016년 오늘날 일이다.

스웨덴에서는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월급을 같게 하는 ‘연대 임금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정책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음에도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보조를 맞추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조금 포기하고 다른 이에게 양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참 존경스럽다. 노동자들이 가진 가치관의 수준이 정말 높은 거다. 이런 사회라면 앞 다투어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경쟁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가 만드는 법이나 사회적 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동자가 스스로 가져야 할 생각이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동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고용 인원을 줄이면 이익이 증가할 수는 있어도 고용 없는 성장은 곧 모두가 죽는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업이 존재하려면 소비자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의 대부분은 노동자이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이다.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곧 함께 사는 길이다. (정선욱, 고 3)


삶의 터전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노동을 한다. 노동이란 모든 의식주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하다. 노동으로 돈을 받아 의식주를 해결하고 물건을 사고, 노후를 위해 저금을 한다. 여러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를 하기 때문에 사회에 돈이 계속 돈다. 소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입이다. 수입이 많은 직업은 대부분 고학력을 요구한다. 다른 직업들은 임금이 적고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 그래서 결혼 1순위가 돈 많고, 높은 임금의 직업이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고액 과외를 하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좋은 직업을 가진 남자를 선호한다. 결혼은 줄어들고 1인 가구가 많아진다. 결혼을 할 수 없으니까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화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는 갑을관계가 생기면서 차별이 더욱더 심해진다. 고용주가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노동자들은 삶의 질이 계속 떨어진다. 일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우지 못해 아는 게 없으니 정당한 노동 조건을 요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춥고 더운 곳에서 육체적으로 힘들게 일하는 사람만이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노동자란 생각을 해야 한다. (김태윤, 고 3)


아르바이트 현실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알바를 했다.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를 읽은 후에 청소년 노동에 대하여 생각 중인 때였다. 마침 친구에게 아는 사장님으로부터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와서 같이 갔다. 조그마한 창고 속에서 10여 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근로계약서는 볼 수도 없었다.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조그마한 창고엔 미싱기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내게 주어진 일은 음료수 회사 앞치마를 포장하는 일이었다. 매우 단순했지만 그만큼 작업량도 매우 많았다. 특히 포장하는 봉지 테이프 부분은 특유의 정전기로 몸에 계속 달라붙었고, 포장해야 할 앞치마들은 계속 쌓여만 갔다.

작업 한 시간째, 친구가 앞치마의 끈을 자르다가 손을 살짝 베였다. 아무리 아르바이트생이지만 최소한의 장갑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번째 작업은 가방에 망치질을 해서 잠금장치를 다는 작업이었다. 얇은 장갑을 하나 받았다. 조그만 망치여서 실수로 내 손을 내리치더라도 별로 아프진 않겠지만 나름 망치에 힘을 줘야 하는 작업이었다. 총 4시간 일을 했다. 알바비를 받고 저녁으로 피자와 치킨을 공장 분들과 나누어 먹었다. 매우 좋으신 사장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해 보았다. 나도 언젠가는 졸업해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노동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단 한 번의 아르바이트였다. 모든 소규모 사업장이 노동법을 안 지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경험에선 아니었다. 살짝 베이거나 망치에 찍히는 게 아닌, 더 큰 사고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루 최대 노동 시간을 넘긴 친구도 있었고 부모님의 의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소규모 사업장은 실태를 파악해 노동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먼저 작업장에서 주요 사고 요인을 파악한 후 작업 시 필요한 예비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부모를 비롯한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없을 시 청소년을 고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로계약서 관련 벌금형을 강화하여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해야 하며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산재 처리를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노동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현수, 고 3)
민경문 | 아이들이 행복하면 덩달아 행복하고, 불행하면 같이 불행해 지는 책 바보 아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