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8월 통권 제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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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달콤한 생활사 맛보기

박고은 | 2016년 08월

요즘은 ‘덥다, 더워’를 입에 붙이고 다닙니다. 가만히 있어도 더위에 진이 빠지는 여름이 힘들지만 그래도 여름이기에 더욱 달콤하고 시원하게 즐기는 디저트가 있지요. 다양한 종류와 맛으로 여름을 이겨 내게 하는 빙수와 아이스크림입니다! 한 입은 시원하게 두 입은 달콤하게, 먹다 보면 더위도 체면도 잊고 싹싹 남김없이 먹게 되지요.

서양에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그릇까지 싹싹 먹게 되는 디저트가 있다네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산딸기 크림봉봉’입니다. 외국에서 부르는 이 디저트의 진짜 이름은 ‘Fruit fool’입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 디저트는 아주 오래된 서양 디저트 중 하나라고 해요. fool이라 하면 먼저 바보라는 뜻이 생각나지요. 하지만 여기서 쓰는 fool은 프랑스 말로 ‘으깨다’라는 뜻인 fouler에서 온 단어라 합니다. 보드랍고 하얀 생크림과 상큼 새콤한 으깬 과일을 함께 섞어 차갑게 먹는 이 디저트는 한 입 먹으면 ‘음’ 소리가 나고 나중에는 그릇까지 싹싹 핥아먹게 된대요. 그런데 이 책은 맛있는 디저트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이 책은 1710년~2010년 동안의 시간을 100년 단위로 나누어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이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은 400년이 지나도 비슷하기에 그저 반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이 보입니다. 산딸기를 구하는 것도 야생에서 따다가 농장에서 따고, 이후에는 시장, 마트에서 삽니다. 젖소에서 직접 짜던 우유는 살균하여 배달이 되다가 이젠 언제든지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게 되었죠. 우물에서 떠오던 물은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게 되었고, 나뭇가지 거품기로 15분 동안 팔이 아프게 저어야 생크림을 만들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전기 거품기로 2분 만에 뚝딱 만들어 집니다.

긴 세월 동안 도구와 기술의 변화 말고도 다양한 사회 변화도 있었습니다. 여성들만이 하던 부엌일은 2010년에 와서 아빠와 아들이 다정하게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1810년 흑인 노예가 준비해 주는 저녁을 먹던 백인의 저녁 식사 풍경은 2010년에 와서는 흑인과 친구가 되고 백인이 만든 식사를 함께 먹고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었지요. 지금은 이렇게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 모습들을 쟁취하기 위해 차별을 받는 이들이 보냈던 400년의 시간이 참 무겁게 느껴집니다.

4세기의 변화를 그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며 무엇이 바뀌었는지도 찾아보세요. 먼저 뒤표지를 보면 시대별로 바뀐 옷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 시작 전에는 시대별로 바뀐 집의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지요. 거품기나 주방 재료 등이 점점 편하게 변해 쉽게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옷감부터 가구, 주방 기구 등 이렇게 자세하게 변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그림 작가는 시간을 들여 많은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직접 나뭇가지 거품기로 거품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면지의 색은 블루베리를 짜서 그 물로 칠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를 알고 다시 보니 면지에서 상큼한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아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지요. (물론 상큼한 냄새는 안 나고 종이 냄새만 나더군요.)

디저트 하나를 가지고 아이들이 읽기에 쉽고, 꼼꼼하며, 재미있게 생활사를 담아낸 책이라 생각합니다. 세기별로 반복되는 구성은 변화를 더욱 예민하게 알아챌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변하는 의식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변화한 인식까지 담아냈기 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불평등한 사회 모습이 많이 없어지고 희망적으로 변한 사회의 모습이 산딸기 크림봉봉처럼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100년 뒤의 사회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요? 씁쓰레하고 떫은맛은 없애고 산딸기 크림봉봉이나 빙수처럼 시대를 지나도 사랑받는 달콤하고 멋진 맛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부터라도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